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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를 마시는 중년 남성을 건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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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22일 18:00 프린트하기

※이 기사의 일부 내용은 스포일러임을 미리 밝힙니다.
조용히 기네스 맥주를 마시던 중년 남자의 성질을 건드리면… - 호호호비치 제공
영화 ‘킹스맨’에서 비밀 요원으로 분한 콜린 퍼스(가운데). - 호호호비치 제공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기네스를 마시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함부로 시비를 걸었다가는 ‘큰 일’을 당한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가 나왔다. ‘엑스맨:퍼스트클래스(2011)’ 이후 12세 관람가 등급에서 봉인 해제된 매튜 본 감독은 영화가 시작된 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특수 요원을 반토막내고, 후반부엔 ‘위풍당당 행진곡’의 리듬에 맞춰 ‘사회 지도층’의 머리를 폭죽처럼 일제히 터뜨린다. 한동안은 LG 트윈스의 이진영 선수가 타선에만 들어서면 이 영화가 떠오를 것만 같다. 바로 이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다.

 

… 맥주를 다 마시지 못한 남자의 분노를 보게 된다. (절대로 그분을 화나게 해선 안 돼) - 호호호비치 제공
킹스맨이 사용하는 우산은 최첨단 무기나 진배 없다. - 호호호비치 제공

 

● ‘공식’은 뒤틀고 파괴해야 제 맛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 명료하다. 세상에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늙다리 제임스 본드’가 건재한 영국 MI6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는 ‘킹스맨’이란 비밀 조직이 존재하고, 이 조직은 암암리에 인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왔다. 고된 훈련 끝에 킹스맨에 합류한 주인공 에그시(태론 에거튼)는 인구수를 격감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인류를 보존하겠다는 악당 발렌타인(새뮤얼 잭슨)을 제거해야만 한다.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 에그시. 그가 착용한 안경과 시계, 수트 모두 특수장비다. - 호호호비치 제공

이제 줄거리를 알아버렸으니 영화를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면 큰 오산이다. 매튜 본 감독의 전작 ‘킥애스(2010)’가 그러했듯 ‘킹스맨’의 매력은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공식과 클리셰가 뒤틀리고 파괴되는 과정을 유유히 지켜보는 데 있다.

 

뻔하게 이어질 것 같은 전개를 전혀 뻔하지 않도록 뒤틀고, 그렇게 비틀어진 전개 위에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액션을 마음 놓고 즐기면 된다.


‘테이큰’ 시리즈가 딸의 목에게 칼을 겨눈 악당 이마에 망설임 없이 총알을 선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선보인 1편 이후, 속편에서 헐리우드 영화 공식을 속절없이 답습한 것을 떠올리면 매튜 본 감독의 이런 행보는 반가움 그 이상이다.

 

● 휴대전화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을까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는 장면 위로 만약 비장한 음악이 흐른다면 그건 매튜 본 감독의 스타일이 아니다. ‘킥애스’에서 힛걸(클로이 모레츠)이 갱단을 무참히 도륙하는 동안 흐른 배경음악 만큼이나 ‘킹스맨’의 해리(콜린 퍼스)가 펼친 3분 44초 롱테이크 액션 장면에도 역설적으로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롱테이크에서 교회에 모인 광신도와 해리가 전후관계 없이 뒤엉켜 싸운 이유에는 악당 발렌타인이 무료로 나눠준 유심칩이 있다. 발렌타인의 유심칩이 꽂힌 휴대전화는 발렌타인이 신호만 보내면 모종의 음파나 전자파를 발산해 주변 사람들을 피붙이도 몰라보는 광인(狂人)으로 만들 수 있다.


영화는 영화로 보면 그만일 테지만, 호기심이 동해 전문가에게 정말 이 같은 일이 가능할지 물어봤다.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는 “영화에서처럼 전파나 음파로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식을 조종하는 건 허구”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초음파나 전파를 뇌 속 한 곳에 집중해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것은 치료 용으로 연구되고 있다”면서도 “여기저기 무작위로 배치된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신호로 뇌를 정밀하게 자극해 특정 감정을 유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헬륨가스가 든 풍선을 타고 올라가 초속 8km 이상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을 마치 정지한 목표물처럼 추적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도 영화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케이스다.

 

휴대전화로 사람의 이성을 잃게 하는 것이 허구라 해도 3분 44초의 롱테이크는 올한해 동안 다시 보기 힘들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 호호호비치 제공
휴대전화로 사람의 이성을 잃게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영화에서 교회 액션 장면은 올해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힐 것이다. - 호호호비치 제공

 

● ‘허구’라는 이름의 영화의 매력

 

영화의 매력은 언제나처럼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허구에 있다. 만화 ‘더파이팅’의 ‘뎀프시롤’처럼 상체를 좌우로 움직이며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영화 속 장면도 분명 허구지만, 관객들은 이에 열광한다. 애당초 형형색색으로 폭발하는 사회지도층의 머리를 보면서 ‘현실성’을 따지기 시작한다면 이 영화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너무나 과학적일 것 같은 장면을 너무나 허구적으로 표현한 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 평가 중 인상 깊은 한 줄이 있었다. 평점을 짜게 주기로 소문난 박평식 ‘씨네21’ 평론가가 7점(10점 만점)을 준 영화이니 ‘닥치고’ 보라는 것.

 

연휴가 끝난 데서 오는 격한 스트레스를 B급 영화의 탈을 쓴 A급 영화, ‘킹스맨’으로 풀어보는 건 어떨까.


영화 킹스맨 中 - 호호호비치 제공

영화에서 악당 발렌타인(새뮤얼 잭슨)을 비호하는 오른팔로 등장하는 여전사. - 호호호비치 제공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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