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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지만 센 힘 중력상수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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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5일 18:00 프린트하기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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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사과는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달은 매일 밤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누군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비웃음만 샀을 거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등장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HISTORY, 아리스토텔레스를 무너뜨린 두 남자

 

서양 학문을 천 년 넘게 지배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물체에게는 저마다 ‘자연스러운’ 위치가 있고,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모든 물체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위치를 향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설명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안다. 땅바닥이 ‘왜’ 사과의 자연스러운 위치인지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결국 멈춘다고도 했다. 이유는 뭘까? 모범답안은 ‘움직이는 것보다 멈춰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채점하면 10점 만점에 10점이겠지만, 학교 시험지에 이런 답을 써낸다면 0점을 피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에서 온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완벽한’ 원운동을 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에서 온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완벽한’ 원운동을 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해와 달은 멈추지 않고 지구 주위를 영원히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에 따르면, 신들이 사는 완벽한 천상에서는 모든 물체가 우주의 중심인 지구를 중심으로 항상 *원운동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상이 좁고 불완전한 이곳과는 달리, 신들이 사는 저 높은 하늘은 완벽하게 아름다우며 영원한 세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기독교의 영향으로 사람들 사이에는 천상의 영원한 원운동은 천사가 천체를 끊임없이 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 원운동
도형 중 가장 완벽한 도형은 ‘원’이다. 원은 단 하나의 숫자(반지름)로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 봐도 항상 똑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오의 사고실험 : 마찰을 무시하면 경사면이 달라져도 구슬은 항상 똑같은 높이까지 올라간다. 만약 경사면을 완전히 낮춰 수평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수평면 위에서 계속 구르는 구슬을 생각하면,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영원히 움직인다는 결론을 얻는다. - 과학동아 제공
갈릴레오의 사고실험 : 마찰을 무시하면 경사면이 달라져도 구슬은 항상 똑같은 높이까지 올라간다. 만약 경사면을 완전히 낮춰 수평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수평면 위에서 계속 구르는 구슬을 생각하면,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영원히 움직인다는 결론을 얻는다. - 과학동아 제공

천 년 넘게 절대적 권위를 누렸던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에 첫 번째 커다란 균열을 가한 사람은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갈릴레오는 방해만 받지 않는 다면 운동하는 천상과 지상의 모든 물체는 영원히 움직인다는 걸 보였다. 그것도 실험을 통한 증명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논리적인 사고실험을 통해서 말이다. 이것이 바로 고전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관성’이다. 갈릴레오에 이어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에 완벽한 종지부를 찍은 사람은 바로 뉴턴이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뉴턴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생각은 ‘사과가 지구로 떨어지듯 달도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였으리라. 아니, 달이 떨어진다고? 말도 안 되는 얘기 같지만 ‘관성’을 떠올려보면 정말 흥미로운 통찰이다. 지구가 달에 아무런 힘도 미치지 않는다면 달은 운동방향을 따라 똑바로 날아가 지구에서 점점 멀어져야 한다. 따라서 지구 주위로 일정한 원운동을 하는 달은 지구 중심을 향해 영원히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뉴턴은 더 나아가 *보편중력 법칙을 이용해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와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달이 움직인다는 걸 계산해냈다. 천상의 물체나 지상의 물체나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걸 증명해 낸 것이다. 천체를 영원히 밀고 가는 천사는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아니, 이제 천상의 물체뿐 아니라, 지상의 모든 물체도 한 천사가 똑같이 밀고 있어야 했다. 그 천사의 이름은 ‘뉴턴의 보편중력’이다.

 

* 보편중력 법칙
필자는 ‘만유인력의 법칙’보다 ‘보편중력의 법칙’이라는 표현이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만유’라는 단어보다 ‘보편’이 훨씬 쉽고 본뜻을 잘 나타낸다. 또한 힘의 방향을 뜻하는 ‘인력’보단 힘의 종류를 일컫는 ‘중력’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
 
● STRONG, 가장 약하지만 가장 센 힘, 중력

 

중력은 물리학자가 알고 있는 네 가지의 가장 기본적인 힘 중 가장 약한 힘이다. 필자가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는 필자에 비해 정말 엄청나게 큰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필자는 엄청난 크기의 지구와 팔씨름을 하고 있는 거다. 언제든지 휴대전화를 위로 던져 올릴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싸움은 필자의 완승이다. 평범한 사람도 지구를 쉽게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중력은 정말 작다. 우리는 매일 지구의 중력을 느끼지만, 어느 누구도 옆 사람이 우리를 당기는 중력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중력에는 다른 힘과 달리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중력은 당기기만 할 뿐 밀어내지 않는다. 전자기력의 경우, 물체를 이루는 입자의 수가 점점 많아져도 미는 힘과 끄는 힘이 서로 상쇄돼 전체 순 힘은 커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력은 입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해지기만 해 힘이 계속 커진다. 티끌모아 태산이듯 중력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우주를 이루는 큰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오직 중력만 생각하면 되는 이유다. 중력은 약하지만 가장 큰 힘이다.

 

○ 뉴턴의 사과와 달
달의 공전주기(T)와 지구와 달사이의 거리(r)를 안다고 하자. 두 값을 이용하면, 달의 공전 속도(υ=2πr/T)와 구심가속도 (a=υ2/r=2.72 X 10-3m/s2)를 계산할 수 있다. 지구와 사과 사이의 거리(지구반지름, R)와 지구표면에서의 중력가속도(g)를 알아도 달의 구심가속도(a)를 구할 수 있다. 뉴턴의 중력법칙(F=GMm/r2)에 두 정보를 넣어 계산한 값(a=g R2/r2)은 앞에서 계산한 달의 구심가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지상의 사과나 천상의 달에나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위키미디어 제공
위키미디어 제공

 

CHANGE, 중력 세상에 빛을 비추다

 

보편중력 법칙은 수학이 과학의 언어로 자리 잡는 초석이 된다. 뉴턴 이전까진 과학은 정성적인 표현으로 이뤄져 있었다.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하는 오늘날의 과학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수학의 힘은 놀라웠다. 뉴턴은 당시 과학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타원궤도 증명 문제를 손쉽게 해결한다. 혜성의 주기는 물론 지구가 어느 방향으로 볼록할지도 예측한다. 모두 수학이라는 강력한 무기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편중력 법칙은 하늘은 완벽하고 땅은 불완전하다는 오래된 믿음을 깨뜨렸다. 우주의 태양이든 땅위의 사과든 모든 물질은 물리법칙 아래 평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철학과 신학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볼테르도 그들 중 하나였다. 정치적 사건으로 런던에 망명 중이던 그는 뉴턴의 새로운 과학을 접하고 푹 빠져 버린다. 귀국 후 그는 뉴턴의 생각을 유럽대륙에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사회도 이성의 힘으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계몽주의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천상에도 없는 위아래의 구분이 이 곳엔 왜 아직 존재하냐는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밀물처럼 퍼져 나갔다. 만약 뉴턴이 보편중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CLUE, 중력 상수를 알면 우주가 보인다

 

캐번디쉬 실험 : 각도 θ만큼 꼬인 줄은 원래의 평형위치로 돌아가려는 돌림힘을 받는다. 중력에 의한 돌림힘과 줄의 꼬임에 의한 돌림힘이 서로 평형을 이루는 각도를 알면 이로부터 중력상수(G=R2κθ/2MmL)를 계산할 수 있다. - 과학동아 제공
캐번디쉬 실험 : 각도 θ만큼 꼬인 줄은 원래의 평형위치로 돌아가려는 돌림힘을 받는다. 중력에 의한 돌림힘과 줄의 꼬임에 의한 돌림힘이 서로 평형을 이루는 각도를 알면 이로부터 중력상수(G=R2κθ/2MmL)를 계산할 수 있다. - 과학동아 제공

뉴턴이 찾아낸 보편중력은 두 물체 사이 거리(r)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두 물체의 질량(M, m)의 곱에 비례한다(F∝Mm/r2). 이 식을 등호로 연결하기 위한 비례상수가 바로 중력상수 G다. 앞서 얘기했듯이 중력은 워낙 약해서 중력상수 값을 실험으로 정확히 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력상수를 최초로 측정한 사람이 영국의 헨리 캐번디쉬다. 

 

캐번디쉬는 커다란 두 금속 구 사이의 중력에 의해 생긴 돌림힘과 꼬인 줄에 의해 생기는 돌림힘이 평형이 되는 각도를 알아내 중력상수를 구해냈다. 캐번디쉬가 구한 중력상수(6.74 X 10-11 m3/kgs2)는 오늘날 알려진 값(6.67428 X 10-11m3/kgs2)과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다.

중력상수는 우리에게 다양한 사실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두 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과 전기력을 비교해보면 중력이 전기력의 약 1036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구의 질량(M)도 잴 수 있다. 커다란 저울을 만들어서 지구를 올려놓을 수는 없으니, 지구의 질량을 재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지구 표면에서 중력가속도는 약 9.8m/s2이다. 보편중력의 식을 보면 이 값은 G M/R2(R=지구의 반지름)과 같다. 여기에 지구의 반지름 (6400km)을 넣어 계산하면 지구의 질량을 잴 수 있다.


우리가 직접 중력가속도를 잴 수 없는 먼 천체라면 또 다른 방법을 써서 질량을 잰다. 질량을 알고 싶은 천체의 중력에 이끌려 그 주위를 돌고 있는 다른 천체를 찾아 공전 주기와 반지름을 측정하면 된다.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와, 태양이 우리은하를 한 바퀴 도는 주기를 알면, 은하중심에서 태양까지의 물질들이 가지고 있는 질량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재보니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보다 관측자에게 보이지 않는 물질이 훨씬 더 큰 질량을 갖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게 바로 ‘암흑 물질’이다. 볼테르에서 암흑물질까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중력상수 G값을 알기 때문이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통계물리학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경제/물리 복잡계가 주요 연구 관심분야다. 세상을 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beomju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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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한기 | 글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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