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나는 믿는다! 화성에 ‘대운하’가 있다는 사실을

통합검색

나는 믿는다! 화성에 ‘대운하’가 있다는 사실을

2015.03.12 18:00

출처 NASA 

 

지난 5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 관한 흥미있는 연구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화성의 남극과 북극을 6년간 관측, 물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 43억 년 전 화성에 전체 표면적의 20%를 차지하는 아주 넓은 바다가 있었다는 내용인데요. 이 말은 화성에도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소식이 주요 포털에 게재되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우리는 왜 이토록 화성이 전하는 소식에 ‘솔깃’ 하는 걸까요?

 

마침 3월은 ‘화성’의 달입니다.

 

3월을 뜻하는 ‘March’가 화성(Mars)에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화성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행성 중 유일하게 붉기 때문에 고대 서양인은 화성을 보며 치열한 전쟁터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전쟁의 신 ‘마르스(Mars)’의 이름을 붙이게 되는데요. 마르스는 동시에 농업의 신이기도 합니다. 3월이 되면 겨우내 중단했던 전투를 재개하고, 농사를 시작한다는 이유로 3월에도 마르스의 이름이 붙게 된 겁니다.

 

[좌] 화성, [우] 전쟁의 신 마르스 - 위키미디어, flickr.com 제공
[좌] 화성, [우] 전쟁의 신 마르스 - 위키미디어, flickr.com 제공

 

3월이 화성의 달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오랜 기간 화성은 우리 지구인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왔는데요. 화성을 향한 인류의 ‘짝사랑’, 그 마음에 불을 지핀 두 주인공이 공교롭게도 3월 13일과 14일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의 수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과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Giovanni Schiaparelli)인데요.

 

오늘은 이 가운데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돈키호테 같은 삶을 살았던 퍼시벌 로웰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화성을 향한 짝사랑에 불을 지폈던 퍼시벌 로웰(왼쪽)과 조반니 스키아파렐리 - 위키미디어 제공
화성을 향한 짝사랑에 불을 지폈던 퍼시벌 로웰(왼쪽)과 조반니 스키아파렐리 - 위키미디어 제공

 

 

◇ 노월(魯越),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오다 

 

로웰은 지금부터 160년 전인 1855년 3월 13일, 미국 보스턴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납니다. 하버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로웰은 1876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가문이 운영하던 섬유 사업에 매진하는데요. 평범한 자본가의 길을 걷던 그가 느닷없이 아시아 문화에 호기심을 느낀 건, 1882년 우연히 일본에 관한 강연을 듣게 되면서입니다.

 

한 번 ‘꽂히면’ 앞뒤 안 보고 무조건 돌진하는 성격 때문일까요.

 

이듬해 로웰은 무작정 일본으로 떠나게 됩니다. 일본에 머물던 1883년 5월에는 조선과도 연을 맺습니다. 당시 조선은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고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 유길준 등 개화파 인사들로 대미 친선사절단을 꾸렸는데요. 이들을 미국까지 인솔할 사람으로 28세의 미국인 청년 로웰이 지목됐습니다. 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로웰은 훗날 고종의 국빈 초대를 받게 되고, 1884년 조선에도 3개월간 머물게 됩니다.

 

앞줄 왼쪽부터 퍼시벌 로웰, 홍영식, 민영익, 서광범, 뒤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유길준. 사절단은 로웰의 안내를 받으며 1883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대륙을 횡단해 워싱턴DC와 뉴욕까지 갔고 마침 그곳을 방문 중이던 체스터 아서 대통령과 두 차례 회동을 무사히 수행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앞줄 왼쪽부터 로웰, 홍영식, 민영익, 서광범, 뒤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유길준. 사절단은 로웰의 안내를 받으며 1883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대륙을 횡단해 워싱턴DC와 뉴욕까지 갔고 마침 그곳을 방문 중이던 체스터 아서 대통령과 두 차례 회동을 무사히 수행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로웰은 이 기간 동안 한양을 둘러보며 조선의 정치∙경제∙사회를 꼼꼼히 기록하고 1885년에 책으로 엮습니다. 하버드대 출판부를 통해 발간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란 책인데요. 오늘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어는 바로 이 책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는 이 시기의 다양한 활동으로 ‘노월(魯越)’이라는 한국식 이름도 갖게 됩니다.

 

[좌] 로웰의 저서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우] 1884년 로웰이 찍은 고종 사진 - 위키미디어 제공
[좌] 로웰의 저서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우] 1884년 로웰이 찍은 고종 사진 - 위키미디어 제공

 

 

 

◇ 화성에 대한 집념…천문대를 짓다

 

로웰은 이후 1893년까지 일본에 머물며 ‘신비로운 일본(Occult Japan)’, ‘극동의 혼(The Soul of the Far East)’ 등을 집필, 작가로서의 면모도 과시하는데요. 이렇게 10년간의 아시아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로웰은, 다시 새로운 화두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번에 그를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화성’입니다. 로웰을 뜬금없이 천문학의 세계로 끌어당긴 장본인은, 그보다 20년 앞서 태어난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1835년 3월 14일생)입니다.

 

조반니 스키아파렐리가 1888년 제작한 화성 지도 - 위키미디어 제공
조반니 스키아파렐리가 1888년 제작한 화성 지도 - 위키미디어 제공

 
밀라노 천문대를 이끌던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표면에 가늘고 긴 무늬들이 파여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데요. 이때 스키아파렐리가 언급한 이탈리아어 ‘canali(자연 상태의 수로, 강바닥)’가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canal’로 둔갑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canal’은 인간이 만든 수로, 즉 인공구조물인 ‘운하’를 뜻하는데요. 스키아파렐리의 의도와 달리 당시 일부 매스컴은 화성에 운하를 건설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 바로 ‘화성인’이 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며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좌] 자연적으로 생긴 수로(canali) [우] 인간이 만든 운하(canal) - 위키미디어, flickr.com 제공
[좌] 자연적으로 생긴 수로(canali) [우] 인간이 만든 운하(canal) - 위키미디어, flickr.com 제공

 

이 소식은 호기심이 왕성한 로웰을 비껴갈 순 없었습니다.

 

로웰은 프랑스 천문학자 카미유 플라마리옹(Camille Flammarion)의 ‘화성(La planète Mars)’이란 책을 읽으며 더욱 화성에 빠져드는데요. 급기야 자신의 사재를 털어 천문대를 짓기에 이릅니다.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894년 화성과 지구가 최대로 근접한다는 소식에 로웰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는 화성의 운하를 자신의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명당을 찾아 나서는데요. 결국 해발고도 2210m에 구름이 거의 없는 애리조나 주 플래그스태프라는 지역에 터를 잡고 천문대를 짓습니다.

 

로웰천문대 - flickr.com, 위키미디어 제공
로웰천문대 - flickr.com, 위키미디어 제공

 

로웰은 이곳에 지름 60cm 굴절망원경과 100cm 반사경을 설치하는데, 당시 기준으론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었다고 하니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로웰은 그 후 약 15년간 화성의 운하에 매달리는데요. 1895년 ‘화성(Mars)’, 1906년 ‘화성과 운하(Mars and Its Canals)’, 1908년 ‘삶의 터전으로서의 화성(Mars As the Abode of Life)’을 저술하면서 일관되게 화성인의 존재를 설파하며 일약 유명 인사가 됩니다.

 

로웰이 그린 화성의 운하 지도 - 위키미디어 제공
로웰이 그린 화성의 운하 지도 - 위키미디어 제공

 

그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매우 건조한 기후로 화성 문명이 위기를 겪고 있으며, 화성의 유일한 수원(水源)인 극관 얼음(polar ice caps)에서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대운하가 건설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학계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1909년에는 캘리포니아 주 윌슨 산(Mount Wilson) 천문대가 직접 반박하는데요. 로웰이 주장하는 운하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자연발생적인 침식 작용으로 인한 지질학적 구조물임을 밝혀냅니다. 그럼에도 로웰은 화성인이 존재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자신이 만든 천문대에서 연구 중인 로웰 - astronomy.nmsu.edu, phys.org 제공
자신이 만든 천문대에서 연구 중인 로웰 - astronomy.nmsu.edu, phys.org 제공

 

 

 

◇ 새로운 미션, ‘플래닛 X’를 찾아라

 

1905년부터 로웰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존재는 해왕성 너머의 행성 ‘플래닛(Planet) X’였습니다. 로웰은 자신의 수학 실력을 발휘해 해왕성의 궤도를 계산한 결과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해왕성도 같은 방식(명왕성 궤도의 오차 측정)으로 발견된 행성이기 때문에 분명 ‘플래닛 X’가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던 건데요. 로웰은 그 증거를 찾는 오랜 여정에 들어갑니다. 결국 1930년 2월 18일 ‘플래닛 X’의 존재가 실제로 증명되는데, 그의 사후 14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명왕성 발견의 공로를 세운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 - lib.nmsu.edu 제공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 - lib.nmsu.edu 제공

 

‘플래닛 X’를 발견한 건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라는 천문대 직원이었습니다.

 

태어나서 22세가 될 때까지 일리노이 주의 한 농장에서만 살았던 톰보는 농기계 부품을 조립해 만든 천체망원경으로 화성∙목성∙토성을 관측, 그림으로 그려 로웰 천문대로 보냅니다. 1929년 천문대는 이 열정적인 청년을 단기 인턴으로 채용하는데요. 결국 이듬해 로웰 천문대의 오랜 숙제였던 ‘플래닛 X’의 발견이란 업적을 세우고 만 겁니다. 천문대는 한 달여 간 검증 끝에 ‘명왕성’이란 이름을 붙이고 로웰의 생일에 맞춘 3월 13일,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 세계에 공식 발표합니다.

 

◇ 로웰이 남긴 것

 

로웰이 그렇게 믿고 싶었던 화성인은 결국 없었습니다.

 

1960년대 NASA가 매리너(mariner) 4호, 6호, 7호, 9호로 화성을 탐사한 결과 화성인은커녕 인공 운하도 없음이 확실해졌습니다. 그토록 찾고 싶었던 명왕성도 국제천문연맹의 새 행성 기준에 맞춰 크기, 중력, 궤도 등을 심사한 결과, 2006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습니다. 결국 이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학계에 남긴 업적은 한편으론 이처럼 초라해 보일 수 있습니다.

 

[좌] 매리너 5호, [우] 매리너 9호가 보내온 화성 사진 - NASA 제공
[좌] 매리너 5호, [우] 매리너 9호가 보내온 화성 사진 - NASA 제공

하지만 로웰의 막무가내 열정이 세상에 남긴 건 간단치 않습니다.

 

그가 불어 넣은 화성에 대한 판타지는 1898년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부터 1996년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까지 화성을 다뤘던 수많은 SF 작품의 원형이 됩니다. 더불어 대중들에겐 우주와 행성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상상력을 각인시킨 1등 공신으로서, 많은 천문학자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Carl Sagan) 이전에 “로웰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그가 최선을 다해 만든 로웰 천문대는 훗날 세계 곳곳에서 천문대가 지어질 때마다 일종의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는 구호인데요. 바로 지금, 가슴이 시킨 일에 주저없이 정열을 바쳤던 로웰과 아주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1994년 록 밴드 오아시스(Oasis)가 발표한 ‘Whatever’라는 노래도 떠오릅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지금까지 퍼시벌 로웰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마치 그의 생각을 표현한 듯한 가사의 ‘Whatever’를 들으면서, 오늘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물러갑니다.

 

※ PLAY 버튼을 클릭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 + 1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