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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한 면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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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한 면발의 비밀

2015.04.29 18:00
밀가루와 물을 혼합해 반죽하면 밀가루 단백 질(글루텐)이 사슬과 같은 그물 구조를 형성 한다. 면이 쫄깃해지는 것은 바로 이 구조 덕분이다. - pixabay 제공
밀가루와 물을 혼합해 반죽하면 밀가루 단백 질(글루텐)이 사슬과 같은 그물 구조를 형성 한다. 면이 쫄깃해지는 것은 바로 이 구조 덕분이다. - pixabay 제공

지금 내 눈앞에 달콤한 향기 물씬 풍기며 유혹의 주파수를 쏘아대는 한 접시의 스파게티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쫀득쫀득한 면발이 혀에 감겨지는 그 느낌이란! 상상만으로도 입 속 가득 군침이 감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래서 ‘입에 착 달라붙는’ 면발을 좋아한다. 그리고 요리사들은 그런 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노하우와 조리법을 자랑하고 나선다. 특히 조리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등장한 해법은 더욱 다채로우며, 이런 비법의 핵심은 ‘어떤 조리 방법으로, 어떤 재료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담겨 있다. 쫄깃하고 쫀득쫀득한 면을 만들 수 있는 비결,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는 무엇일까.
 
밀가루에 물을 섞어 주물러보자. 반죽을 할수록 끈기가 더해져 덩어리가 결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면을 탄생시키는 원료인 밀가루는 크게 두가지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바로 전분(탄수화물)과 단백질이다. 밀가루 단백질은 수용성 단백질과 불용성 단백질로 나뉘는데, 이 중 물에 녹지 않는 단백질(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물을 만나면 끈기를 갖고 서로 결합하는 성분으로 변한다. 이 결합된 단백질을 ‘글루텐’(gluten)이라고 한다.
 
밀가루와 물을 혼합해 반죽하면 글루텐 분자 간에 마치 사슬과 같은 다리 결합이 생겨나 일종의 그물 구조를 형성한다. 면이 쫄깃해지는 것은 이런 구조 덕분이다. 쌀에는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반죽을 할 수가 없다. 쌀이 밥이나 떡으로만 이용되고 빵이나 국수, 만두 등 반죽이 필요한 요리에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다.
 
밀가루는 이 글루텐의 함량에 따라 가공 용도가 달라진다. 글루텐의 함량이 많은 강력분으로 만든 반죽은 탄력이 크고 단단한 성질이 있으므로 빵을 만드는데 쓰이며, 중력분은 국수류, 박력분은 과자, 케익, 튀김류를 만들 때 쓰인다. 글루텐의 양이 많은 밀가루에서는 사슬 구조가 더욱 두꺼워진다. 이 경우 적당한 탄력과 무른 정도를 유지하는 반죽을 하고 싶다면 더 많은 물과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빵을 만들 때 밀가루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점은 발효와 굽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글루텐의 그물 구조가 제 역할을 해낸다. 즉 글루텐의 끈기는 반죽 안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아놓는 능력을 갖고 있어 빵을 부풀어오르게 한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 글루텐 결합 방해하는 주범, 설탕


글루텐의 친구는 소금, 천적은 지방이다. 소금은 글루텐의 늘어지는 성질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 적당량의 소금을 첨가하는 이유는 이런 원리 때문이다. 이밖에 소금은 반죽의 숙성중에 일어나는 화학변화를 억제해 유해미생물의 번식을 막아주고 면의 맛을 좋게 하며, 데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의 소금은 금물이다.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반죽 속에 수분이 지나치게 빨아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설탕이나 유지의 입자는 글루텐의 결합을 방해하거나 아예 짧게 끊어버린다. 설탕이나 유지가 많이 첨가된 크로아상이나 파이가 잘 부서지는 이유다. 이렇게 첨가되는 재료는 밀가루의 반죽 시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밀가루를 반죽할 때 ‘후염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반죽 종료 몇분 전에 소금을 첨가하면 반죽에 소요되는 시간을 20% 정도 단축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 시간 흐르면 불어터지는 이유
 

한편 면은 즉시 먹지 않으면 몇분 지나지 않아 퉁퉁 불어터져 퍼지고, 퍼진 모양만큼이나 맛도 없어진다. 왜 그럴까.
 
주된 원인은 면을 둘러싼 표면과 중심 사이의 수분 함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면이 삶아지는 동안엔 면의 중심부분으로 수분이 흘러 들어가는데, 삶아지면서 면의 표면으로부터 중심부분으로 물이 서서히 스며든다. 따라서 막 삶아놓은 면은 표면과 내부의 수분 함량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면의 표면은 80-90%, 내부는 50-70%의 수분 함량을 지닌다.
 
요리책을 살펴보면 스파게티를 삶을 땐 면을 잘라봐서 면 중심부에 바늘 끝 정도의 심지가 남아있을 때까지만 삶아야 맛있다고 쓰여있다. 이 상태를 ‘알 덴테’(Al Dente)라고 한다. ‘덴테’란 이탈리아어로 ‘치아’를 뜻하는데, 알 덴테란 국수를 씹어보았을 때 약간 심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덜 삶은 상태를 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완전히 익힌 것보다 약간 덜 삶은 것을 별미로 꼽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생겨났다.
 
면의 중심부분에 심이 남아있다는 것은 면의 표면과 중심부분의 수분함량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의미한다. 면을 입안에 넣으면 먼저 수분 함량이 높은 표면이 입에 닿고, 씹을수록 표면에서 내부로 파고들면서 쫄깃한 느낌을 주게 된다. 따라서 면의 표면과 내부의 수분 함량 차이가 명확할수록 부드럽고도 쫄깃한 맛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매주 목요일 이상희 교수의 ‘인류의 탄생’에 이어 ‘쿠킹 사이언스’를 연재합니다. 200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요리 속에 담긴 과학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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