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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에 한번꼴로 전염병 대유행… ‘독감’이 가장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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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에 한번꼴로 전염병 대유행… ‘독감’이 가장 위협적

2015.06.13 09:41

 

인간과 전염병의 전쟁은 최근 100년간 가장 치열했다. 급속한 산업화로 배출하는 쓰레기가 늘면서 도시 위생상태는 엉망이 됐고, 자원 개발로 숲이 파괴되면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 새로운 전염병이 잇달아 등장했기 때문이다.

‘100년 전쟁’ 동안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전염병이 무려 4차례(에이즈,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나 발생했다. 대략 25년에 한 번꼴이다. 20세기가 되기 전까지 약 1900년 동안 역사에 기록된 비슷한 규모의 전염병이 총 5차례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빈도가 상당히 잦아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은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며 이들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항생제와 백신을 개발했다. 그 결과 전염병에 의한 사망률이 줄어들며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100년 전 40세가량이었던 인간의 평균수명은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르며 70세를 넘겼다(2013년 기준 71.5세). 전염병과의 전쟁 역사는 곧 전염병을 뛰어넘은 인간 승리의 역사와 참패의 역사가 뒤섞여 있다. 


인류가 정복한 유일한 전염병, 천연두

천연두는 인류에게 가장 큰 절망과 자신감을 동시에 안겨준 전염병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천연두는 최소 3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류가 최초로 완벽하게 정복한 전염병이기도 하다.

기원전 1160년경 기록된 이집트 문서에 따르면 이집트 파라오인 람세스 5세는 천연두로 사망했다. 전염병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천연두는 이집트에서 인도, 중국을 거친 뒤 전 세계로 퍼지며 3000년 이상 인류를 괴롭혔다.

천연두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워낙 강해 1519년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한 스페인 군대는 천연두에 걸려 죽은 시신을 이용해 원주민들을 전염병에 걸리게 만들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생화학 무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천연두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소젖을 짜는 일을 하는 여성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토대로 소 천연두(우두)에 걸린 여성의 손에서 채취한 고름을 어린 소년의 상처에 발랐더니 실제로 천연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너의 천연두 예방법은 ‘우두법’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됐고, 역사상 최초의 백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신이라는 단어도 소 천연두의 라틴어(Variolae Vaccinae)에서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 말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독종’ 에이즈

 

인간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종류가 몇 가지 있다. 천연두가 거의 사라져 가던 1960년대 처음 등장한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은 ‘제2의 천연두’가 돼 지금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에이즈는 약 50년 동안 39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에이즈가 유독 정복이 어려운 이유는 에이즈 바이러스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특성 때문이다. HIV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인간의 몸속에 침입한 병균을 공격하는 가장 힘센 병사인 면역세포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무너뜨린다.

특히 HIV는 면역세포를 감염시킨 뒤 자신의 유전정보를 세포의 유전자(DNA)에 심어 넣어 숙주 세포가 스스로 바이러스를 복제하게 만드는 기막힌 전략을 쓴다. 이 과정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HIV에 감염된 사람은 서서히 면역체계가 파괴되면서 각종 염증성 질환과 종양 등으로 사망하게 된다.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는 데다 감염된 뒤 사망하기까지 평균 10년 안팎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HIV 보균자는 생존 기간에 체액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부모가 감염되면 자녀에게까지 이어진다는 점도 에이즈 사망자 수를 높이는 주된 원인이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다른 바이러스는 일반 세포에 감염되기 때문에 면역세포인 T세포가 작동해서 바이러스를 처리하는 반면 HIV는 T세포를 파괴하는 ‘독종’”이라고 말했다.

최고 골칫거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최근 100년간 가장 골치 아픈 적으로 꼽힌다. 독감 바이러스가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자꾸 바꿔 변종을 만들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 3가지가 있는데, 대유행을 일으킨 독감 바이러스는 모두 A형이다.

A형 인플루엔자는 적혈구응집소(H)와 뉴라민분해효소(N)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된다. 가령 스페인독감과 신종 인플루엔자는 둘 다 H1N1이며 아시아독감은 H2N2, 홍콩독감은 H3N2다.

H와 N의 종류는 각각 16개와 9개이기 때문에 독감 바이러스는 이론적으로 144가지나 나올 수 있다. 그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불리는 H5N1 바이러스는 2003∼2007년 278명을 감염시켜 그중 60%인 168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 전염병 확산 예측도 중요

전염병과의 전쟁은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에이즈 치료제와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 등이 빠른 속도로 개발됐지만 아직까지는 전염병 퇴치에 역부족이다. 인류는 백신과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개발과 더불어 수학과 컴퓨터공학까지 총동원해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며 전술을 짜고 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전염병이 전파되는 경로와 규모를 예측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가령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시아독감의 특성을 토대로 ‘플루에이드’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을 세울 때 이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에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감염률을 30%로 가정하면 사망자가 5만4600명이 발생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전염병 전파 경로와 규모를 예측하기 위해 감염된 사람과 회복된 사람, 그리고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나눈 뒤 감염자와 감염 가능자, 회복된 사람 집단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추적하는 방식도 사용한다. 현재 국내 메르스 확산 예측도 이를 토대로 이뤄지고 있다.

 
● 20세기 전염병은 문명 발달의 ‘부메랑’

20세기 들어 다양한 전염병이 창궐한 데는 인간 스스로의 책임도 없지 않다. 전염병 발병과 전파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인간의 활동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령 HIV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자원 개발과 아프리카 식민지배 당시 생긴 매춘문화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야생 원숭이에게 감염되는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가 사람에게 전염된 뒤 변이를 거듭하면서 HIV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학자는 이 과정에서 문란한 매춘문화 때문에 생긴 매독 같은 성병이 HIV의 전염력을 강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2002년 12월 발생해 8개월 동안 30개국에서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의 경우 ‘보신문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스 진원지인 중국 광둥(廣東) 성의 식용 야생동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향고양이와 너구리, 흰족제비 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채취해 사스 바이러스와 비교한 결과 유전적으로 99.8%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살균 처리하지 않은 낙타 젖에서 72시간 동안 버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교수는 “자원 개발을 위해 숲을 파괴하면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가축들을 공장식으로 사육하게 된 것이 20세기 전염병 유행을 부추겼다”면서 “이번 메르스 사태가 촉발된 배경처럼 교통 발달로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도 전염병 유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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