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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 인정 않던 뇌과학자가 뇌파로 브라질 시축 성공시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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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26일 18:00 프린트하기

MID 제공
MID 제공

2012년 1월부터 ‘과학동아’에서 연재된 코너 ‘브레인머신’을 인연으로, 뇌와 관련된 연구 내용이 발표될 때마다 자문을 얻기 위해 연락을 해온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가 최근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을 출간했다.


당시 과학동아에서 ‘브레인머신’은 2페이지 분량의 코너로, 임 교수는 에디팅을 맡은 기자에게 항상 허용된 지면보다 더 많은 분량의 원고를 보내왔다. 이 책에서는 넉넉하지 못한 지면 때문에 기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연재가 끝난 뒤부터 지금까지 뇌공학계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 연구자가 들려주는 연구자의 속내


저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 당시 하지마비 소년 줄리아노 핀토가 엑소스켈레톤(외골격) 로봇에 몸을 싣고 시축을 한 사건을 뇌공학계에 있었던 큼직한 사건으로 언급한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은 미겔 니코렐리스 미국 듀크대 교수로, 기자 또한 5월 방한 당시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시축 당시 “발에서 공이 느껴졌다”는 핀토의 목소리를 회상하며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기자는 니코렐리스 교수에게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어떻게 얻었냐고 묻자, 그는 본인이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을 함께 언급하며 “사람에게서는 뇌파를 이용하고, 동물에게는 바늘을 찔러 넣어(침습형) 신경세포에서 직접 신호를 얻는다”고 답했다.


인터뷰 당시에는 몰랐지만 임 교수의 책을 읽고 나니, 당시 니코렐리스 교수의 대답은 스스로에게 있어서 상당히 파격적인 대답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니코렐리스 교수는 뇌파를 통해 얻는 신호는 잡음(노이즈)이 많고 개인차가 큰 만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연구자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뇌공학 학계는 이전까지만 해도 뇌파를 이용하는 학파와, 니코렐리스처럼 뇌파를 이용한 실험을 인정하지 않는 학파로 나뉘어 있었다고 한다. 즉, 인터뷰에서 그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대답은 사실 이전까지 자신이 고수해왔던 고고한 철학을 뒤엎는 어찌 보면 ‘자충수’였던 셈이다.

  

● 연구자가 들려주는 뇌공학의 현재


“헐리우드 때문에 도무지 대중을 만족시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가 어려워요.”


동력으로 구동되는 의족이나 의수를 찬 장애인이 뛰고 달리는 일명 ‘아이언맨 올림픽’, ‘사이배슬론’을 고안한 로버트 리너 스위스 로잔 공대 교수는 일반인들이 뇌공학에 대해 가지는 기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런데 이 고민은 리너 교수만의 고민이 아닌 모양이다.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아 ‘매트릭스’ ‘써로게이트’ 등의 헐리우드 영화를 예로 들며 탄식하는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에서는 의식불명에 빠진 환자에게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모자를 씌우고, 환자가 ‘예’를 생각하면 마우스 커서가 위로 움직이고 ‘아니오’를 생각하면 아래가 움직이도록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 문진을 통해 환자가 감염된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낸다.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초보적으로 보이는 수준이지만 저자를 비롯한 뇌공학자들에겐 여전히 ‘헐리우드급’ 재앙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이어서 저자는 뇌파로, 생각으로 작동하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현 주소를 알려준다. 저자의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실험 내용을 함께 언급할 때면 그 생생함이 배가된다.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는 뇌공학이 줄 수 있는 핑크빛 미래만을 그린 책이 아니다. 오히려 연구자들이 부딪치고 있는 한계점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책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다.


하지만 헐리우드급 뇌공학이 아닌 ‘진짜 뇌공학’이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만큼 친절하게 현주소를 알려주는 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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