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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흐의 추측, ‘약하게’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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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28일 11:38 프린트하기

“마침내 내 의혹은 풀렸어. 골드바흐의 추측은 증명 불가능했던 거야!”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하게 됐죠?”
  나는 물었다.
“직관으로.”
  삼촌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의 ‘골드바흐의 추측’中>

 

  “2보다 큰 모든 정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1742년 러시아에 초빙돼 있던 골드바흐는 ‘5보다 큰 모든 정수를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당시 최고의 수학자인 오일러에게 편지를 썼다. - 위키피디아 제공
1742년 러시아에 초빙돼 있던 골드바흐는 ‘5보다 큰 모든 정수를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당시 최고의 수학자인 오일러에게 편지를 썼다. - 위키피디아 제공

  1742년 6월 7일 독일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제정 러시아에 초빙돼 머물던 크리스티안 골드바흐가 보낸 편지를 한 통 받았다. 골드바흐는 우연히 정수에서 이런 특징을 발견하고 오일러의 의견을 묻기 위해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에 흥미를 느낀 오일러는 골드바흐가 제안한 명제를 아래처럼 둘로 나눌 수 있음을 파악했다.

 

  1)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2) 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6월 30일 골드바흐에게 보낸 답장에서 오일러는 “(2보다 큰)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라는 이 추측이 완전히 확실한 정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도 그걸 증명할 수는 없군요”라고 쓰고 있다.

 

  훗날 오일러는 이 명제를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s conjecture)’이라고 불렀고, 덕분에 뛰어난 수학자였지만 불멸의 업적을 내지는 못했던 골드바흐의 이름은 불멸이 됐다.

 

● 홀수에 대한 골드바흐의 추측 증명

 

  오늘날 골드바흐의 추측은 오일러가 정리한 첫 번째 명제를 가리킨다. 오일러가 골드바흐의 원래 명제를 굳이 둘로 쪼갠 건 짝수에 대한 명제가 이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골드바흐의 추측은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 수가 커질수록 두 소수 합의 조합의 수도 대체로 커지기 때문이다. 4에서 50까지 짝수에 대해 두 소수 합의 조합을 도표로 나타냈다. - 위키피디아 제공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골드바흐의 추측은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 수가 커질수록 두 소수 합의 조합의 수도 대체로 커지기 때문이다. 4에서 50까지 짝수에 대해 두 소수 합의 조합을 도표로 나타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참고로 골드바흐는 1도 소수로 생각했기 때문에 명제에 3, 4, 5도 포함됐다. 하지만 오일러는 ‘1과 자신으로만 나누어떨어지는 1보다 큰 정수’라는 오늘날 소수의 정의를 사용했다. 따라서 골드바흐의 원래 명제를 홀수와 짝수로 나누면 짝수부분을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4보다 큰 모든 짝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짝수는 6(=2+2+2)을 제외하면 짝수 소수 하나와 홀수 소수 두 개의 합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짝수 소수는 2뿐이다. 따라서 짝수를 이루는 세 소수에는 항상 2가 포함돼 있고 결국 위의 명제는 아래의 골드바흐의 추측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면 두 번째 명제인 “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자동적으로 증명된다.

 

  2보다 큰 모든 짝수에 3을 더하면  5보다 큰 모든 홀수가 되기 때문이다. 소수 두 개의 합으로 이뤄진 수에 소수 3을 더한 것이니 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두 번째 명제는 첫 번째 명제의 보조정리인 셈이다. 수학자들은 이를 ‘약한(weak) 골드바흐의 추측’이라고 불렀고, 이에 대응해 골드바흐의 추측에는 ‘강한(strong)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얼핏 생각하면 두 번째 명제를 증명하면 첫 번째 명제도 자동으로 증명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즉 5보다 큰 모두 홀수에서 3을 빼면 2보다 큰 모든 짝수가 나온다는 식으로 볼 수 가 없는데, 모든 홀수에서 소수 세 개 가운데 최소 하나는 3이 포함된 조합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5보다 큰 모든 홀수가 소수 세 개의 합으로 돼 있더라도 여기서 소수 하나를 빼 얻는 짝수로는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 270여 년 동안 많은 천재 수학자들이 ‘(강한)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일은 물론 ‘약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일에도 매달렸다.

 

  약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937년 러시아 수학자 이반 비노그라도프는 ‘아주 큰’ 홀수에 대해서 약한 골드바흐의 추측이 맞다는 증명을 해내는데 성공했다.

 

  그 뒤 수학자들은 아주 큰 홀수의 하한선을 ‘101300까지 다소 낮추는데 성공했다. 즉 101300이 넘는 모든 홀수의 경우 약한 골드바흐의 추측이 성립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101300 미만의 홀수에 대해서는 증명하지 못한 상태였다.

 

최근 ‘약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 성공한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의 아랄드 엘프고뜨(Harald Helfgott) 박사. 올해 36세로 정수론 분야에서 유명한 천재 수학자다. - www.borisbukh.org 제공
최근 ‘약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 성공한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의 아랄드 엘프고뜨(Harald Helfgott) 박사. 올해 36세로 정수론 분야에서 유명한 천재 수학자다. - www.borisbukh.org 제공

  ‘사이언스’ 5월 24일자에는 프랑스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 있는 페루인 수학자 아랄드 엘프고뜨(Harald Helfgott)가 최근 약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올해 36세인 엘프고뜨는 정수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이미 여러 상을 받은 천재 수학자인데 이번에 아주 큰 홀수의 하한선을 1030까지 낮추는데 성공한 것. 그리고 1030미만인 모든 홀수에 대해서는 동료인 데이비드 플렛이 컴퓨터로 세 소수의 합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보였다(4만 컴퓨터 시간 소요). 즉 1030이 넘는 홀수에 대해서는 연역적인 증명을, 미만인 홀수에 대해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증명’을 해 두 번째 명제를 증명한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해 캐나다 몬트리올대 앤드류 그랜빌 교수는 “불행히도 엘프고뜨의 접근방식으로 (강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여전히 더 많은 수학자들의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다.

 

●‘먼 친척 소수’ 무한히 존재함 증명

 

  한편 기사에는 소수와 관련된 또 다른 명제인 ‘쌍둥이 소수 추측(twin prime conjecture)’에 대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쌍둥이 소수란 3과 5, 5와 7, 11과 13처럼 두 소수의 차이가 2인 소수 쌍이다. 쌍둥이 소수 추론이란 쌍둥이 소수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명제다. 수가 커질수록 소수의 빈도가 낮아지므로 아주 큰 수에서는 쌍둥이 소수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숫자가 커진다고 해서 소수의 빈도가 완벽하게 비례해서 희박해지는 건 아니고 아직까지 소수 분포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수식도 없다. 소수가 나온 뒤 숫자 수천만 개가 지날 때가지 소수가 안 나오다가 불쑥 쌍둥이 소수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현재 알려진 가장 큰 쌍둥이 소수는 2011년 발견된 3756801695685×2666669±1로 십진수로 200700자리수다!

 

비슷한 시기 ‘쌍둥이 소수 추측’을 증명하는데 출발점이 될 수도 있는 ‘먼 친척 소수’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증명을 하는데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대의 이탕 장 박사. 50대 무명의 수학자였던 장 박사는 이 증명으로 정수론 분야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 Lisa Nugent 제공
비슷한 시기 ‘쌍둥이 소수 추측’을 증명하는데 출발점이 될 수도 있는 ‘먼 친척 소수’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증명을 하는데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대의 이탕 장 박사. 50대 무명의 수학자였던 장 박사는 이 증명으로 정수론 분야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 Lisa Nugent 제공

  그런데 최근 미국 뉴햄프셔대의 중국인 수학자 이탕 장(Yitang T. Zhang) 박사가 쌍둥이 소수는 아니지만 차이가 7000만 미만인 먼 친척 소수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걸 증명했다.

 

  차이의 최대값이 7000도 아니고 무려 7000만인 소수 쌍이 무한이 있다는 걸 증명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겠지만, 수학계는 이런 소수 쌍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걸 증명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는 장 박사의 증명법을 사금을 캐는 과정에 비유하고 있다. 즉 소수는 개천 바닥 모래에 일렬로 흩어져 있는 금조각이고 장 박사는 7000만 단위 길이의 체를 만든 것. 그리고 바닥 모래를 체로 걸렀을 때 금 조각이 두 개 있는지 확인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개발했고 그 결과 이 체로 금 조각 쌍을 무한히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일단 이런 방식으로 증명된다는 걸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는 최대값(체의 단위 길이)을 줄이는 연구가 따를 전망이다. 물론 이 방법으로 차이가 2인 쌍둥이 소수까지 도달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50대인 장 박사는 1991년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대학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경리일을 수년 간 했고 레스토랑과 모텔, 지하철샌드위치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했고 지금은 그나마 뉴햄프셔대에서 강사로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무명의 중년 수학자가 혜성처럼 나타나 저명한 수학자들도 손을 못 대고 있던 쌍둥이 소수 추측을 증명하는데 출발점이 되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기사에서 그랜빌 교수는 “이 증명은 정수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결과 가운데 하나”라며 “탁월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내 생전에 이런 결과를 보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소수에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증명 소식을 전할 뿐, 이 업적들의 탁월함과 아름다움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자에게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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