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글 쓰고 남편이 그림 그린 동화 ‘리디아의 정원’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의 평범한 가족 이야기다. 할머니, 부모와 함께 시골에 살던 소녀 리디아는 어느 날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빵집을 하는 외삼촌 집으로 떠난다. 아빠의 실직 기간이 길어진 데다 엄마의 옷 수선 일감마저 줄어 생계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외삼촌의 권유 편지를 받고 가족과 작별한 리디아는 홀로 열차에 올라 낯선 도시의 외삼촌 빵집 건물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외삼촌은 늘 무뚝뚝하다. 그런 외삼촌을 웃게 하기 위해 쾌활하고 바지런한 리디아는 빵집에서 일하는...
마음이 힘든 시절일수록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 있다. 그들은 당사자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하다. 당사자의 마음이 힘들면 그를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의 생살도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외따로 또는 함께 위안과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은 앓는 마음을 치유하려고 찾아가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소이기도 하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프로 스포츠 경기장이기도 하고,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려고 찾아가는 교회나 성당이나 절이기도 하고, 불안한 현재에 이어진 미지의 미래가 궁금해 방문하는 점집이기도 하다. 나는 점...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편지는 이메일이 아니라 손편지였던 걸 생각하면 오늘날의 인터넷 문화는 가히 혁명적이지만 이제는 너무 당연하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로는 이메일조차도 번거로워져 보통 그것은 주로 사무적 용도로나 쓰일 뿐, 사적인 의사소통은 대개 문자메시지나 SNS를 통해 문자나 이모티콘으로 즉각 주고받게 되었다. 그 바람에 의사소통은 신속하고 간결해졌다. 더구나 송신한 메시지의 착신 여부까지 체크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예전으로 치면 한눈에 반한 여학생을 따라가 알아둔 집 우편함에 밤새 쓴...
‘오늘 3시에 시간 나세요?’ 반년 전에 알게 된 어느 소규모 출판사 대표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마침 바쁜 일이 전날에 마감된 데다가 벌써 세 번째 권유여서 미안한 마음에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첫 만남에서 친해진 몇 개월 전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분이 말했다. “제가 거북목예요. 거북목 아시죠? 이게 고질병이라 근처 정형외과에 치료하러 다녔어요. 그런데 다녀오면 하루이틀뿐이더라고요. 그래도 통증 때문에 안 갈 수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갔죠. 네댓 번은 갔을 거예요. 비용도 상당해요. 30분에 8만 원.”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