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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전송의 원조를 보여준 영화 '스타게이트(Stargate,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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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0일 00:00 프린트하기

 

SF영화의 기본 공식 중 하나가 바로 ‘원격전송’이다. 일명 텔레포트(Teleport), 원하는 공간으로 물체나 대상을 옮길 수 있다는 발상이다. 상상 속 텔레포트는 완벽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아직까지는). 여전히 SF 영화에서 불패의 흥행 공식으로 원격전송이 등장하는 이유도 상상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소중호 IBS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위원은 공간이동을 매개로 한 수 많은 SF 영화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20년 전 영화를 추천했다. 바로 행성 간 공간이동을 차용한 1994년 작품 ‘스타게이트(Stargate)’다. 지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인터스텔라는 블랙홀을 이용해 차원을 이동했다. 차원의 틈에 갇혀 시간을 거스르기까지 했다. 인터스텔라에선 웜홀을 공간이동을 위한 통로로 사용했지만 스타게이트는 양자전송 원리를 이용한 텔레포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양자전송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무작정 영화를 보겠다고 극장 앞을 서성였다던 고등학생의 소중호 연구위원. 일상에서의 환기 뿐 아니라 새로운 목표까지 가져다 준 그 영화, 스타게이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스타게이트의 원리는 양자원격이동

소중호 연구위원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이 부분을 꼽으며 양자역학적 현상을 도입한 증거라고 말했다.  - MGM 제공
소중호 연구위원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이 부분을 꼽으며 양자역학적 현상을 도입한 증거라고 말했다.  - MGM 제공

영화의 상상력은 기발하다. 이집트 사막 한 가운데 거대 원형의 유물이 발견된다. 미 공군은 비밀리에 연구를 하던 중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연구하는 학자 잭슨의 도움으로 사용법을 알게 된다. 그들은 4차원 세계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유물을 ‘스타게이트’로 명명한다. 고대언어학자 잭슨과 공군 오닐 대령은 특수대원들과 함께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 고대 이집트와 비슷한 낯선 행성에 도착한다.

 

소중호 연구위원은 스타게이트의 원리를 웜홀과는 다르게 설명한다. 우선, 스타게이트의 기본 원리는 양자전송이다. 양자역학에 기반한 텔레포트를 위한 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웜홀은 상대성이론에 기반을 둔 개념으로 통로를 지나간다는 뜻을 갖고 있다. 같은 공간이동이지만 양자전송은 어떤 물체가 분해되어 전송되었다가 재결합되고 웜홀은 어떤 물체는 그 자체로 이동한다는 차이가 있다. 소 연구위원은 스타게이트가 양자전송을 토대로 한 텔레포트라는 것을 영화 속 소용돌이가 보이는 장면으로 설명했다.


“영화 중 주인공이 게이트 앞에서 양팔로 파동을 형성하는 장면이 있어요. 당시 기술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면서 아주 인상 깊었어요. 양자역학적 현상을 스타게이트에 도입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스타게이트를 통해 이동한 사람이 양자단위로 분해된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합니다.”


스타게이트가 개봉한 1994년은 미국 IBM의 찰스 베넷이 양자전송 이론을 발표한 바로 다음 해였다. 시기적으로도 스타게이트가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했다는 추론을 뒷받침한다. 감독이 실제로 이론에 기반을 두고 영화를 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물리학을 좋아하던 고등학생에게 스타게이트의 모습은 너무나 근사했다.

 

 

 

양자역학에서 암흑물질로

'자기 양자 센서'와 '섬광 결정 검출기'를 연구하고 있는 소중호 연구위원은 경북대 김홍주 교수를 만나 암흑물질과 희귀 붕괴현상 관련 연구를 접했다. - 소중호 제공

“영화를 보고 난 뒤, 개인적으로 공간이동이나 시간이동이 가능한 어떤 게이트를 만들고자 하는 꿈이 생겼습니다.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끈 이론으로 이어지더군요. 끈 이론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10차 행렬식을 무작정 전개해본 적도 있어요.”


젊은 과학도는 어느 날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김홍주 교수를 만났다. 김홍주 교수는 한국에서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실험을 처음으로 시작한 인물로, 섬광결정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과학자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란 말 그대로 베타 붕괴가 한꺼번에 두 번 일어나는 과정인데, 만약 중성미자가 스스로 반입자의 성질을 가진다면 두 번의 베타 붕괴가 일어나는 동안 중성미자가 방출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 때 그 반감기를 측정함으로써 중성미자의 질량과 타입을 결정할 수 있다. 김 교수가 경북대에서 연구실을 꾸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소중호 연구위원은 김 교수와 면담한 후 그대로 눌러앉게 됐다.


“하고 싶은 연구가 있느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끈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이곳에서 기초를 다져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하셨죠.”


그렇게 소 연구위원은 암흑물질과 희귀 붕괴현상 관련 연구를 접하게 됐으며 IBS 지하실험연구단까지 오게 됐다. 현재는 ‘자기 양자 센서’와 ‘섬광 결정 검출기’를 연구하고 있다.


“당시까지는 국내에 이중베타붕괴를 연구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에 첫발을 딛는다는 자체도 너무 매력적이었죠. 연구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끈 이론에 대한 생각은 학위를 마치기 전까지 완전히 잊고 지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소설 '람세스'와 영화  '엑소더스'도 함께 추천

 

소중호 연구위원은 과학적인 부분 외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다. 스타게이트는 과학적 상상력도 가미되었지만 해방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문자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금지된 사람들이 영화 말미에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스타게이트를 통해 넘어간 행성에서 노예처럼 사는 사람들을 만나 소통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유를 쟁취하도록 협력하고 엄청난 노력을 쏟는다.


소 연구위원은 이 대목에서 인문학적 발견을 한다. 소 연구위원은 “소통의 기본은 강자가 약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자가 강자에게 손을 뻗어 봤자 강자가 주목하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영화에는 지금 같은 시대에 필요한 소양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게이트와 함께 보면 좋을 만한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도 그는 과학 관련 영화가 아닌 역사 소설과 영화를 꼽았다. 그는 책으로는 고대 이집트 문명에 기반을 둔 영화의 배경을 고려해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를, 영화는 2014년 개봉한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했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성경의 출애굽기를 다룬 영화로 스타게이트의 해방운동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영화 ‘스타게이트’는 과학을 좋아하던 한 고등학생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준 과학영화다. 영화는 소중호 연구위원이 과학자의 길을 걷는데 큰 계기가 되었다. 공간이동을 주제로 하는 영화 중 양자전송의 원리를 다룬 최초의 영화, 스타게이트. 새로운 방식의 시공간 차원을 경험하고 싶다면 SF 고전영화 스타게이트를 추천한다.

 

 

* 본 콘텐츠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온라인 뉴스레터 IBS 뉴스레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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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nakedo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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