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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계의 알파고, 케마티카(Chematica)를 탄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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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00:00 프린트하기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선수 알파고가 세계바둑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알파고가 평점에서 중국 커제(柯洁) 9단을 누른 것이다. 이로써 바둑 제왕의 자리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알파고의 차지가 됐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기술의 진보에 대한 찬사들과 아울러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도 함께 쏟아졌다. 이제 인류는 인공지능 시대를 체감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를 예측하는 기사도 나왔다. 과연 인공지능은 과학자의 역할마저 대체할 수 있을까?


UNIST에 있는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의 바르토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는 "화학자의 자리는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지난 2012년 '화학계의 알파고'라 할 인공지능 화학 프로그램 '케마티카(Chematica)'를 개발했다. 케마티카는 화학적 합성법을 스스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당시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 후 5년이 흐른 지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케마티카는 지금도 더욱 빠르게 학습하며 혁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바르토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UNIST에 위치한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에 합류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24년의 미국 생활 후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빠른 과학 발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 UNIST 제공
바르토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UNIST에 위치한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에 합류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24년의 미국 생활 후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빠른 과학 발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 UNIST 제공

케마티카는 화학자들을 위한 최고의 조력자

 

화학을 위한 정보처리 기계를 만드는 것은 화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케마티카 발표 당시 외신들은 '불멸의 화학계 네트워크', '화학을 위한 인터넷'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위대한 화학자들이 축적해놓은 지식이 저서들 속에 저장될 수 있지만, 세대를 이어 전수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케마티카는 전 세계 화학계가 지난 250여 년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축적한 모든 지식의 집합체와 같다"고 말했다.


케마티카를 쉽게 설명하자면, 컴퓨터 스스로 화학적 합성 모델을 만들고 계획을 세우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다. 케마티카는 화학계에 알려진 합성법과 화학 반응을 광범위하게 수집, 총망라해 기억하고 학습한다. 엄청난 양의 화학 지식들로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셈이다. 이로써 케마티카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계산을 수행, 연구원이 직접 실험을 통해 찾던 것보다 훨씬 빨리 화합물의 적절한 합성 방법을 알려준다. 소중한 시간을 단축함은 물론 시약과 노동력도 아낄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다.


2012년 초창기에 개발된 케마티카는 기존에 존재하는 합성물들의 최적 합성법을 알려주었다. 최근 케마티카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해 결과를 6월 세계적인 저널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에 게재했다. 단순 알고리즘 형태의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합성법을 찾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케마티카는 유기화학의 최적화 합성경로를 산출하는 계산화학보다 더 넓은 분야를 아우른다"고 강조한다. 유용한 촉매 물질을 예측해 시뮬레이션하는 계산화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케마티카는 밝혀지지 않는 합성 경로를 알려주고, 신약이나 항생제의 새로운 합성법을 예측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찌 보면 컴퓨터에 바둑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텐데, 오랜 기간 매진하다 보니 가능하게 됐다. 예술만큼 심오하고 복잡한 화학의 세계를 탐험하는데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분야를 포기하지 않고 케마티카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케마티카는 화학자들이 더욱 빠르고 효과적인 경로의 합성법을 발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전 세계의 화학자들이 케마티카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이라고 전했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의 연구실에는 다양한 주제의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된다.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폴란드 국적의 연구자가 약 40%, 한국인 연구자들이 약 30%, 나머지 연구원들은 중국과 프랑스, 인도 등 다양한 국가출신들로 이뤄져있다. - IBS 제공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의 연구실에는 다양한 주제의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된다.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폴란드 국적의 연구자가 약 40%, 한국인 연구자들이 약 30%, 나머지 연구원들은 중국과 프랑스, 인도 등 다양한 국가출신들로 이뤄져있다. - IBS 제공

창의적인 생각, 나노입자에 적용…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져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다양한 영역에 걸친 창의적인 생각들을 직접 실험에 적용하는 데 남다르다. 그의 연구실에서는 신소재에서 암세포,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20여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반도체 없는 논리소자를 개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연구성과를 게재했다. - IBS 제공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반도체 없는 논리소자를 개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연구성과를 게재했다. - IBS 제공

그는 지난 3월 금 나노입자를 활용, 실리콘 등 반도체소재 없이도 작동 가능한 논리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모든 전자기기에는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기존의 생각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는 금속 입자의 전하를 화학적으로 활성화해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소자를 설계했다. 반도체소재가 아니지만 마치 반도체처럼 전류를 흘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염분이나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도 구동 가능하다. 수중용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인체 내에서 작동해야 하는 의료기기 등에 적용이 유리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나노입자 표면에서 움직이는 전하들을 항생제로 활용해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기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수히 많은 전하들이 모여 상대적으로 큰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형태로 마치 작은 용병들이 힘을 합쳐 덩치가 큰 적을 물리치는 것과 같다.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전하의 방향과 상호작용에 따라 균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라며 "이전에는 항생제를 만든 뒤 그램양성균에 항균력이 있는지, 음성균에 항균력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표적 박테리아용 항생제를 만들 수 있는 원리를 발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노입자 항생제는 기존의 화학약물과 달리 전하로 세균을 공격하기 때문에, 세균들이 항생제 내성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생쥐 대상의 동물실험으로 나노입자 항생제에 독성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그쥐보프스키의 이번 연구는 연구단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는 부인 크리스티아나 그쥐보프스카(Kristiana Grzybowska) 연구위원과 함께 진행, 부부의 이름을 논문에 함께 올려 더욱 뜻깊다. 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은 세포 생물학자로 이번 나노입자를 활용한 항생제 개발 연구에 참여해 큰 역할을 했다.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언제나 배운다는 것"

 

최근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구글이 개최하는 '사이언스 푸 캠프(Science Foo Camp, 사이푸 Sci Foo)'에 참가했다. 이 캠프는 구글과 오 렐리(O'Reilly) 미디어 그룹, 디지털 사이언스(Digital Science)가 주관하고 네이처가 지원하는 세계 지식인들의 모임이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흥미로운 발견을 한 사람들만을 초청해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250여 명만 참석하는 명단에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도 이름을 올려 초대장을 받은 것이다.


올해 11회를 맞은 사이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플렉스에서 지난 7월 22일부터 3일간 진행됐다. 과학자뿐만 아니라 작가, 교육자, 예술가, 투자자, 정책 결정자 등 세계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하는 자리다. 그는 사이푸 참석을 앞두고 "구글의 CEO를 만나고 그의 비전을 듣고 싶다"며 "과학의 미래가 결정되고 세상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다. 새로우면서 의미 있는 연구 주제를 사이푸를 통해 찾고 싶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 완전히 몰입된 전문가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사이푸 초대와 연구에 대한 열정에 대해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나의 유전자 속에는 '흥미'를 따라가는 녀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그는 연구원들에게 취미처럼 재미있게 흥미롭게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라고 강조한다. 과학을 이해하고 공부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재미가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과학자였다"며 "자연스럽게 과학을 접하는 분위기에서 자연계를 관찰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언제나 배운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그룹 내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과학에 친화적인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그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이푸에 다녀온 그가, 또 어떤 창의적인 연구로 어떤 난제에 도전하게 될지 기대된다.

 

 

* 본 콘텐츠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온라인 뉴스레터 IBS 뉴스레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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