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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Lab | 현장탐방] 차세대 ESS ‘레독스 흐름전지’ 연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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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27일 09:23 프린트하기

레독스 흐름전지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으로 적합한 이차전지 가운데 하나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활발히 연구·개발·실증하고 있다. 레독스 흐름전지의 대표적인 산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롯데케미칼 연구소를 방문했다.

 

현재 이차전지의 대표는 리튬이온전지다. 2020년대가 되면 어떤 방식의 이차전지가 차세대 ESS로 각광받을까?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 리서치(Pike Research)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33%), 납축전지(25%)에 이어 레독스 흐름전지(21%)를 꼽고 있다. 앞으로 레독스 흐름전지(RFB, Redox Flow Battery)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대용량 ESS로 가장 적합한 이차전지
RFB는 과연 어떤 이차전지일까. 기본 구조는 전력의 출력을 담당하는 스택과 용량을 담당하는 양극(+) 전해액 탱크, 음극(-) 전해액 탱크, 그리고 전해액을 스택에 공급하는 펌프로 이루어져 있다. 양극·음극 전해액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을 통칭 레독스 커플(redox couple)이라 부르는데, 어떤 레독스 커플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RFB는 1974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당시 루이스연구센터(현 존글렌연구센터)에서 연구가 시작됐고, 이후 활발한 연구를 통해 1980년대 특허 출원이 잇따랐다. 2000년경부터 일본 스미토모 전기공업이 상용화를 시작했고 2013년 7월 홋카이도 지역에 60MWh급 RFB를 건설해 실증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1GWh·5GWh급 RFB를 베이징 지역에 건설해 실증하고 있다.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09년 5kW급 스택을 개발한 것이 첫 시작이다. 그동안 한국은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고 있었고, RFB의 경우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특별히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RFB가 블랙아웃을 대비하거나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기 좋은 대용량 ESS로 주목받으면서 한국도 관심을 갖게 됐다.

 

VRFB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전재덕 실장. 에너지연은 VRFB 시스템을 기업에 기술이전할 계획이다. - 김상현 제공
VRFB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전재덕 실장. 에너지연은 VRFB 시스템을 기업에 기술이전할 계획이다. - 김상현 제공

국내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업과 연구소에서 RFB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에서는 이미 2009년에 시제품 개발을 마쳐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며 롯데케미칼, OCI,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H2나 누리플랜 같은 중소기업들도 RFB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RFB 연구소인 에너지연과 롯데케미칼 연구소를 찾아가 RFB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택 부피 축소해 기술이전 꾀한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VRFB
에너지연의 에너지저장연구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RFB 시스템을 연구한 곳이다. 2009년 5kW 스택을 개발해 국내에 RFB를 소개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펼치고 있다. 연구실에 들어서면 스택을 이루고 있는 부품들이 조립을 기다리고 있으며 완성된 5kW급 RFB 시스템은 실증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RFB가 어떤 전지인가에 대해 전재덕 에너지저장연구실 실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RFB는 이름에서 그 방식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환원(reduction), 산화(oxidation), 흐름(flow)이란 단어가 합쳐진 것인데, 전극에서 발생하는 산화·환원(redox) 반응을 통해 전해액에 전기에너지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죠. 흐름전지라는 이름은 펌프를 이용해 전해액을 스택에 흘려주는 시스템 덕에 붙여졌습니다.”


에너지연에서는 다양한 레독스 커플 중 바나듐을 사용한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 Vanadium Redox Flow Battery)를 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양극 및 음극 레독스 커플로 같은 바나듐 전이 금속을 사용하는 이 흐름전지는 멤브레인을 통해 바나듐 이온이 투과되더라도 양극 및 음극 전해액을 혼합한 후에 충·방전을 해주면 다시 적합한 전자가로 돌아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반영구적인 리사이클이 가능해 다른 전지에 비해 수명이 매우 길다. 물론 기기상의 부식 등 노후 증상에 따른 교체가 필요하지만, 보통 VRFB의 수명을 15년 이상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 실장은 “VRFB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탁월한 안정성 때문”이라며 “VRFB의 전해액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고 상온에서 작동하므로 화재나 폭발에 대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증되고 있는 스택을 봐도 발생하는 열이 많지 않았다. 스택 안으로 계속 흘러들어 가는 전해액이 냉각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에너지연의 연구실에서는 2가지 스택을 볼 수 있다. 하나는 2009년에 만들어진 제품이며, 다른 하나는 최근 개발된 신제품으로 현재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이 두 제품의 차이는 부피다. 같은 5kW급이면서 2009년 제품은 210L인 반면, 신제품은 120L로 부피가 반 이상 줄었다. 부피가 크면 설치나 가격에서 경쟁력이 낮은데, 최적화 작업을 통해 부피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스택 출력밀도도 24W/L에서 42W/L로 높였다고 한다.


전재덕 실장은 앞으로의 연구 과제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우선 멤브레인 소재 개발이다. RFB의 핵심 부품인 스택에서 멤브레인이 차지하는 비용이 무려 41%이며, 내산성과 내화학성, 내구성, 기계적 강도 등의 특성이 좋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는 내피온(Nafion)과 같은 과불소계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바나듐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의 개발이다. 바나듐은 대부분 수입하는 고가의 재료이기 때문에, 최근 정유회사에서 나오는 탈황폐촉매에서 나오는 저가 바나듐(V2O5)을 활용할 방법을 고안 중에 있다.


전 실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스택의 슬림화 기술을 완료하는 것이 1차 목표예요. 이것이 완성되면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할 계획입니다. 기술이전이 성사되면 사업화가 성공할 때까지 계속 지원할 겁니다. 또 유기계 RFB를 개발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초기 투자비용 저렴하다…롯데케미칼 아연-브롬 RFB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있는 롯데케미칼 연구소는 근처 출연연구원에 비해 비교적 아담한 규모의 기업 연구소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매출 16조 원을 달성한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회사이며, 롯데케미칼 연구소에서는 기존의 주력분야인 기초소재 및 복합소재뿐 아니라 ESS 같은 신규 분야까지 연구활동을 넓히고 있다. 연구소를 들어서면 현대식의 세련된 건물과 함께 대형 태양열집열판이 눈에 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연구소에서는 이 태양열집열판으로 생산된 전력을 RFB를 사용해 저장해 사용하고 있었다.

 

롯데케미칼 연구소에 있는 태양열집열판.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RFB 충·방전 실험에 사용하고 있다. - 김상현 제공
롯데케미칼 연구소에 있는 태양열집열판.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RFB 충·방전 실험에 사용하고 있다. - 김상현 제공

 
롯데케미칼 연구소에서는 실험실 내에서 50kWh급 모듈을 연결한 250kWh급 RFB를 직접 실증하고 있었다. 250kWh급이라 해서 엄청나게 거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작은 크기의 시스템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부터 100kWh급 장비를 충남 대산에 있는 사옥단지에 설치해 실증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고 있는 RFB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강태혁 전문연구위원을 직접 만났다.


강 위원은 “롯데케미칼에서 연구·개발 중인 RFB는 아연(Zn)과 브롬(Br)을 레독스 커플로 사용한다”며 “충전 시 브롬이 양극에서 산화반응을, 아연이 음극에서 환원반응을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 전지의 산화·환원반응은 VRFB 등 일반적인 RFB의 산화·환원반응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충전 시 음극의 아연이 금속으로 환원되어 전극 표면에 전착되는 것과, 양극의 브롬이 착체와 화학결합을 해 안정한 화합물을 만드는 과정이 다른 점이다. 반응은 좀 더 복잡하지만 전해액의 안정성이 뛰어나 사용온도 범위가 넓다. 이 때문에 아연-브롬 RFB는 하이브리드형 흐름전지라고도 불린다. 다만 이러한 도금 반응 때문에 VRFB에 비해 수명이 다소 짧은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아연-브롬 RFB는 1.8V 이상의 전압을 낼 수 있어 VRFB에 비해 전압이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전해질 용액 내 아연-브롬의 농도가 높고, 한 번의 반응에 2개의 전자가 생성되어 에너지밀도가 높은 것도 큰 이점이다. 결과적으로 VRFB에 비해 시스템의 부피를 작게 만들 수 있다. 연구실에서 본 스택 등 전지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또한 아연, 브롬은 전기재료로서 가장 값싼 재료 중 하나로 바나듐보다 많이 저렴해서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다만 VRFB의 전해액 내 바나듐은 회수율이 90% 이상이라 10~15년 사용한 뒤 전해질에서 바나듐을 회수해 재사용한다면 비용 절감의 가능성이 있다.


아연-브롬 RFB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에 있다. 기본적으로 레독스 커플의 가격도 바나듐보다 월등히 저렴하지만, 스택에 들어가는 재료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다. 강태혁 위원은 “현 수준에서 아연-브롬 RFB의 가격을 VRFB에 비해 반 정도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연-브롬 RFB의 스택을 설명하는 강태혁 전문연구위원. 이 스택은 융착방식으로 적층해 전해액이 새지 않고 자동공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 김상현 제공
아연-브롬 RFB의 스택을 설명하는 강태혁 전문연구위원. 이 스택은 융착방식으로 적층해 전해액이 새지 않고 자동공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 김상현 제공

 

현재 롯데케미칼에서 개발 중인 RFB는 3세대 모델로 통하고 있다. 2세대까지는 기본적으로 전지만 있었고 제어시스템이 좋은 것이 없었으나, 3세대는 이 부분을 보강했다. 실질적으로 스택의 변화가 많았다. 2세대까지는 50kWh급 시스템을 제작할 때 9kW짜리 3개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3.5kW짜리 8개로 대체했다. 강 위원은 “생산을 자동화하기 위해 설비가 허락하는 최대 수준으로 스택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우리가 제작하는 스택은 모든 셀을 융착하는 방식으로 적층해 전해액이 새지 않고 생산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국산화율을 거의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처음 개발은 미국의 ZBB와 공동연구로 시작했지만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 여러 기관과 함께 국산화에 힘을 쏟은 결과다. 궁극적으로 2년 이내에 1MWh급 전지의 실증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2년 정도 실증하면 상업화가 가능한 실증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실증 기간 내에 모든 제조설비의 구축과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끝으로 RFB 시장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강태혁 의원은 다양한 ESS가 용도에 맞게 자리를 잡아갈 것 같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응용분야별로 자리를 찾아갈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정답이겠죠. 각 전지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미래 에너지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RFB가 그 축 중 하나로 성장할 테고요.”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Green Tech. HORIZON> 8월호(창간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김상현

nakedo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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