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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Community | 세계 녹색명소] 한국 최초의 패시브 하우스 자리한 살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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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27일 09:21 프린트하기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기대서 살 만한 둔덕’이라는 뜻의 살둔마을. 이곳에서 에너지 절감형 주택 패시브 하우스를 만났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부족 사태를 극복할 좋은 대안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개인주택뿐 아니라 공동주택도 패시브 하우스로 짓고 있으며, 이런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기존 주택과 달리 기름, 석탄,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1년 내내 평균 20℃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요. 화석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면에서 ‘제로에너지 하우스’입니다. 환경도 보호하고 에너지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주택이에요.”


강원도 홍천군 산골짜기를 헤치고 살둔마을에 도착하자,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를 직접 짓고 살고 있는 이대철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집에 들어서자 실내는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선풍기를 안 틀어도 될 만큼 쾌적하다.

 

2009년 1월 이대철 씨가 강원도 홍천군 살둔마을에 지은 패시브 하우스. -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제공
2009년 1월 이대철 씨가 강원도 홍천군 살둔마을에 지은 패시브 하우스. -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제공

미국 건축전시회에서 만난 재료
이대철 씨는 2009년 1월 국내 최초로 이곳 살둔마을에 패시브 하우스를 건설했다. 국내에 관련 기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관련 외국 도서를 독학하고 해외의 건축 쇼를 쫓아다니며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은 것이다. 그는 패시브 하우스에 가장 적합한 집 구조의 형태와 설계, 재료의 선정, 그리고 건축까지 직접 관여했다.


패시브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보온병처럼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내부 열을 잘 유지하는 기밀성과 단열성이다. 그는 패시브 하우스를 짓기 위해 이런 특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료를 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고, 외부 자재의 조건으로 3가지를 정했다. 첫째, 고단열성을 가진 재료일 것, 둘째, 설치비용을 포함해 가격이 저렴할 것, 셋째,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 만들 생각이었기에 규격이 통일된 모듈 방식일 것. 오랫동안 관련 재료를 찾던 중 미국 한 건축전시회에서 ‘구조용 단열 패널(SIP: Structural Insulated Panels)’을 발견했다.


SIP는 OSB 합판을 양면에 놓고 가운데에 스티로폼을 넣은 단열구조 판넬이다. -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제공
SIP는 OSB 합판을 양면에 놓고 가운데에 스티로폼을 넣은 단열구조 판넬이다. -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제공

문제는 국내에는 이 제품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결국 그가 선택한 방법은 직접 SIP를 만드는 것이었다. SIP 외벽으로는 미국에서 직접 수입한 OSB(Oriented Strand Board) 합판(직사각형의 작고 얇은 나무 조각을 방수성 수지와 함께 압착하여 만든 합판)을, 내부의 단열재는 우수한 단열성과 방염 기능을 가진 NEOPOL 단열재를 사용해 두께 27㎝로 주문 제작했다. 창호 역시 단열과 기밀에 신경을 써 특수 코팅된 3중창을 사용했다. 이때 통유리 창 구조 대신 작은 창 형태로 설계를 했는데, 큰 창보다 작은 창이 단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시브 하우스의 가장 핵심인 전열교환기라 말하는 ‘열 회수 환기장치’는 ‘원형 교환기’을 사용했다. ‘펄프 교환기’에 비해 5배가량 비싸지만 열 회수 효율이 9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나무를 태우는 벽돌 페치카, 열을 모으는 타일 바닥, 열손실을 줄이기 위한 지중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패시브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습득한 최적의 기술과 노하우는 현재 그가 개인적으로 여는 정기 세미나를 통해 널리 전파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 제로에 도전한다
우리나라에서 패시브 하우스는 매우 생소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개인주택부터 공동주택까지 널리 적용되고 있는 신개념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다.


패시브 하우스는 1974년 1차 오일쇼크 이후,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감을 목적으로 독일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다가 1988년 독일의 패시브 하우스 연구소장인 볼프강 파이스트가 그 개념을 정리했다. 그가 정리한 패시브 하우스는 별도의 난방을 위한 설비 없이 겨울을 보낼 수 있어야 하며 주택에서 사용되는 ‘면적당 연간 난방 에너지 소비량’도 15kWh 이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은 고단열, 고기밀 형태로 지어야 하며, 환기로 버려지는 열을 열교환기로 최대한 회수해 난방용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패시브 하우스는 화석 에너지 대신 자연 에너지만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100% 에너지 자립형 주택인 ‘제로에너지 하우스’에 속한다.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형태에 따라 ‘액티브(Active)’ 방식과 ‘패시브(Passive)’ 방식으로 나뉜다. 액티브 방식은 태양열, 지열, 풍력 등의 자연 에너지를 기계적 장치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인 반면, 패시브 방식은 주택의 구조적인 형태 및 단열과 같은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로 줄이는 수동적인 방식을 말한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위면적당 냉난방을 위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15kWh에 맞추고 있다. 이 정도의 에너지 소비량은 일반 가정 주택의 1/10 수준이다. 실제 우리나라 가정에서 쓰는 에너지 가운데 약 88%가 주택의 냉난방, 온수, 환기 등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21%에 해당한다. 또 전 세계적으로도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약 36%가 주거 및 상업용 건물에서 쓰이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나 전 세계의 모든 주택을 패시브 하우스로 만들게 된다면, 대체 에너지원의 발굴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패시브 하우스의 우수성을 인정해 이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2015년부터 모든 신규주택이 패시브 하우스 요건을 갖추도록 의무화했고, 유럽의회는 2009년 ‘건물에너지절약지침(EPBD)’을 발표해 2019년부터 EU 내 모든 신축건물을 제로에너지 건물로 짓기로 했다. 영국은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시행하면서 2016년부터 모든 주택을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로탄소주택(Zero Carbon House)’으로 보급할 계획이며, 오스트리아는 이미 신규주택의 10% 이상을 패시브 하우스로 짓고 있다.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순방 때 드레스덴에 위치한 첨단 세라믹 소재 연구소인 ‘프라운호퍼 IKTS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제로에너지 빌딩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고갈에 영향을 받지 않는 획기적인 기술이라 감탄했다. 이와 함께 정부 역시 ‘기후변화 대응 제로에너지 빌딩 조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2025년부터는 모든 신축 공동주택을 제로에너지 하우스로 만들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에너지 부족사태는 단시간 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일 수 있겠지만 이와 함께 패시브 하우스와 같은 제로에너지 하우스의 확대도 또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8월호(창간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양길식

mars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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