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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지만 넓은 시냅스틈의 비밀, 신경전달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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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03일 00:00 프린트하기

컴퓨터는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뇌를 성공적으로 대체했다. 상품의 재고 관리나 유통경로 설정처럼 간단한 작업부터 주식시장의 동향 분석과 같은 고급 기능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빼고는 사회인프라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2011년에는 IBM이 개발한 '슈퍼컴 왓슨'이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하여 인간 경쟁자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꺾기도 했다. 최근 컴퓨팅 기술의 급격한 발전상만 보면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인공지능을 조만간 실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일 정도다.

 

 

컴퓨터의 사람 흉내, 어디까지 가능할까?

 

 

웹에서 봇이 아닌 사람임을 확인하는 도구인 리캡차의 화면 예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형태의 튜링 테스트다. 이미지의 왜곡은 역연산이 불가능하여 컴퓨터가 제대로 인식하기 매우 어렵다.  - www.captcha.net 제공
웹에서 봇이 아닌 사람임을 확인하는 도구인 리캡차의 화면 예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형태의 튜링 테스트다. 이미지의 왜곡은 역연산이 불가능하여 컴퓨터가 제대로 인식하기 매우 어렵다. - www.captcha.net 제공

그러나 안타깝게도 컴퓨터는 여전히 사람의 흉내를 내기는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해외 사이트들의 보안에 흔히 사용되는 '캡차(CAPTCHA: 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만 해도 아주 간단한 시스템인데도 사람과 컴퓨터를 훌륭하게 구분해낼 수 있다. 캡차는 스팸 소프트웨어와 같은 악성 봇이 자동으로 계정을 생성할 수 없도록 삽입한 인증코드를 뜻한다. 일종의 '튜링 테스트'로 보통 이미지가 왜곡되거나 복잡하게 패턴화한 문자를 출력하고 이를 입력하게 한다.

 

최근 숫자 기반의 캡차에 이어 문자 기반의 리캡차(reCAPTCHA)도 해킹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캡차는 여전히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인간과 기계를 구별해내는 방법이다. 캡차 데이터를 만들 때는 온전한 역연산이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프로세스를 적용한다. 사람은 이를 쉽게 알아보고 원 데이터를 재구성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캡차에 적용되는 비가역적 연산을 다시 역으로 재구성하지 못한다.

 

 

폰 노이만 구조의 개요도. 현존하는 컴퓨터의 기초를 이루는 폰 노이만 구조는 한 번에 하나씩의 데이터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태생적 한계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컴퓨팅 기술이 개발중이며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생물의 신경망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신경계는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폰 노이만 구조의 개요도. 현존하는 컴퓨터의 기초를 이루는 폰 노이만 구조는 한 번에 하나씩의 데이터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태생적 한계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컴퓨팅 기술이 개발중이며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생물의 신경망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신경계는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기인할까? 캡차와 같은 튜링 테스트는 현대 컴퓨팅 기술의 기반을 이루는 '폰 노이만 구조'의 태생적인 약점을 공략한다. 폰 노이만 구조는 현대 컴퓨터의 기초를 구축한 존 폰 노이만이 제시한 컴퓨터의 구조로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컴퓨터 작동방식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임의 접근 가능한 메모리에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배열하고 주어진 조건에 따라 메모리의 특정 데이터를 불러와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한 번에 하나씩'이라는 처리방식을 고수한다. 컴퓨터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시간을 잘게 쪼개어 여러 작업을 교대로 진행할 뿐이다. 이러한 방식은 엄밀한 논리체계를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데는 유용하지만 대규모 병렬 연산이 필요한 난수 생성이나 이미지 분석에는 적합하지 않다. 연산을 담당하는 코어를 여럿 두어 다중 병렬 처리가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의사소통처럼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연산은 여전히 요원하다.

 

반면 생물의 신경계는 다르다. 중등교육에서 신경계를 가르칠 때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방식과 신경계의 유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이는 신경계의 활성과 비활성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려고 도입한 유비관계에 불과하다. 생물의 신경계를 이루는 뉴런은 한 번에 하나의 뉴런하고만 상호작용하지도 않을뿐더러 2진 디지털 신호만 사용하지도 않는다. 신호의 세기, 신호 펄스의 간격, 다른 뉴런과의 연결 패턴과 같은 것들도 데이터 처리의 중요한 요소다. 덕분에 사람의 뇌는 고작 60~200Hz에 불과한 느린 처리 속도와 1000억 개에 지나지 않는 뉴런의 개수로도 4GHz 이상의 속도로 총 66경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가동시키는 슈퍼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

 

 

복잡성의 비결은 신경전달물질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약제. 신경전달물질은 기능이 다양하여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처방제로 종종 이용된다. - Jfoldmei 제공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약제. 신경전달물질은 기능이 다양하여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처방제로 종종 이용된다. - Jfoldmei 제공

신경계가 제한된 뉴런 숫자와 처리속도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복잡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변화무쌍한 시냅스틈이다. 시냅스틈은 신경세포끼리 만나는 부분에 있는 미세한 간극으로 컴퓨터의 작동방식에 빗대자면 회로 접합부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 회로 접합부가 단순히 전류의 흐름을 연결하는 역할만 하는 데 비해 시냅스틈에서는 놀라울 만큼 다양한 신호가 오간다. 현재로서는 컴퓨터나 인공지능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감정이나 창의성, 심리 상태가 시냅스틈에서 일어나는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뇌와 인공 뇌를 가르는 경계가 바로 시냅스틈에 있는 셈이다.

 

시냅스틈의 다양한 기능은 상당 부분 신경전달물질에 기인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틈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서로 다른 신경세포 사이에 신호를 주고받는 데 활용된다. 일반적으로는 부교감신경에서 주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이나 교감신경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하여 심리나 감정과 같은 고차원적인 의식활동을 유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질 신경섬유 다발의 구조를 렌더링한 이미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인간의 뇌를 세세하게 분석하여
백질 신경섬유 다발의 구조를 렌더링한 이미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인간의 뇌를 세세하게 분석하여 '지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뇌 과학은 경쟁이 치열하여 제 2의 우주개발 경쟁이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다. - CONNECT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아드레날린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전구체로 의욕, 행복, 기억, 인지, 운동조절 등 뇌의 다양한 기능과 연관이 있다. 도파민은 운동신경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데 작용하여 근육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절한다. 따라서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파킨슨병처럼 움직임이 둔해지고 불안정해진다. 이보다 더 중요한 도파민의 기능은 행복감, 고양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도파민 분비가 많아지면 의욕과 흥미를 느끼기 쉬워지며 어떤 일을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역시 도파민의 작용이다.

 

반면 글루타메이트는 불쾌한 기억과 주로 연관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지만 어떤 사람은 거미처럼 다리가 많은 동물을 싫어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높은 건물의 난간 위를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후천적으로 지속하여 나타나는 공포감을 공포증이라 하며, 글루타메이트가 공포증을 유발하는 데 일조한다. 사고 현장이나 전쟁터에서 느낀 극한의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글루타메이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울한 감정은 세로토닌의 영향을 받는다. 세로토닌은 혈소판에서 혈청 속으로 방출되어 혈관을 수축시킴으로써 지혈작용을 돕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들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식욕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이들이 부족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유발하기 쉽다.

 

수면 패턴 역시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받는다. 하이포크레틴은 각성상태를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물질의 분비가 부족하면 각성상태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기면증을 유발한다. 반대로 γ-아미노부티르산(GABA)는 억제 신호를 전달하여 신경 활동을 둔화시킴으로써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이들 신경전달물질들은 대표적인 몇 가지에 불과하다. 이보다 훨씬 많은 물질들이 신경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의학적으로 중요한 몇 가지 신경전달물질들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생명과학계의 격전지가 뇌과학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연구성과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국가적 아젠다로 선포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이 뇌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뇌에 관한 한, 과학자들은 연구 대상인 뇌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연구하기 까다로운 대상이라는 사실만 간신히 확인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새로운 발견을 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뇌 연구가 강한 추진력을 얻은 만큼, 언젠가는 인위적으로 뇌를 모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온라인 뉴스레터 IBS 뉴스레터 9월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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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원

tw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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