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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적층 위의 아찔한 도시, 싱크홀 '대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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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5일 13:06 프린트하기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SEMA 함께 행복 同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사건은 지난 6월 29일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 인근 도로에서 지름 0.6m인 소형 싱크홀이 발견되며 시작됐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같은 달 30일 바로 옆에서 비슷한 크기의 싱크홀이 또 발생하면서 사태는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7월 4일, 7월 21일, 8월 5일에 각각 송파구 곳곳에 구멍이 나타났다.

특히 8월 5일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 발생한 깊이 5m 짜리 중형 싱크홀은 지하 상태를 알려 주는 신호였다. 처음 발견된 5m 깊이의 싱크홀 아래 땅속 빈 공간인 동공(洞空)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가 급히 조사단을 꾸려 확인한 결과 석촌지하차도 아래에는 5~80m 길이의 동공이 일곱 군데 자리하고 있었다. 동공의 총 길이는 약 100m, 다시 말해 석촌지하차도 아래는 흙도 돌도 없이 텅 비어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그 빈 공간은 차도에서 고작 1~2m 들어간 얕은 곳에 자리한다. 송파구 싱크홀은 대한민국을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원래 싱크홀은 땅이 푹 꺼지는 '지반침하' 현상 때문에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을 말한다. 이때 지반침하를 일으키는 원인은 지하수다. 땅 위의 물질은 공기가 누르는 힘인 기압만 받는다. 하지만 지하의 토양과 암석은 자신들의 무게 때문에 더 높은 압력을 받고 있다. 보통 지하로 2.5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진다. 암반과 토양 사이를 흐르는 지하수는 지구의 물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뿐더러 땅이 누르는 엄청난 힘을 지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이 지하수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땅은 위에서 내려누르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이 때 생기는 커다란 구멍이 바로 싱크홀이다.

자연적인 싱크홀은 석회암 지대에 많다. 석회암을 이루는 주요 성분인 탄산칼슘은 산성 용액에 쉽게 녹는다. 그런데 지하수에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생긴 '탄산'이 포함되어 있다(탄산음료의 그 탄산이 맞다. 약하지만 산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치아가 상하기 쉽다). 석회암 사이를 따라 흐르던 지하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암석을 녹이고, 지하에 생긴 빈 공간이 위쪽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리면 싱크홀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싱크홀들은 때로 깊이 수백m가 넘는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제비동굴, 사리사리나마, 딘스블루홀



자연에서 생긴 거대 싱크홀은 희귀종 생물의 터전이 되거나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관광명소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도심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0년 과테말라의 도심 한가운데에 갑자기 깊이 30m 짜리 거대 싱크홀이 생겨 고층 건물이 통째로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5명의 안타까운 목숨도 지하에 묻혔다. 원인은 무리하게 지하수를 빼 쓴 데다, 홍수로 인해 지하 토양층이 휩쓸려 나갔기 때문이었다. 중국 등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거대 싱크홀들이 발생한 바 있다. 석촌지하차도 아래의 동공도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면, 주변의 고층빌딩을 삼키는 거대한 지옥의 입구가 됐을지 모른다.

구글맵을 기반으로 한 서울시내 싱크홀 지도.



그렇다면 대체 왜 싱크홀이 발생한 걸까? 우리나라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 하부의 기반암은 대부분 화강암과 호상편마암이다. 두 암석은 대부분 지하수를 만나도 녹지 않은 규산염 광물로 이루어져 있고, 풍화에도 강한 편이다. 하지만 그 위에 부드러운 토양이나 퇴적물이 있다면 어떨까? 토양이나 아직 고화되지 않은 퇴적물은 지하수위가 똑같이 내려가더라도 암석보다 크게 무너질 수 있다. 단단한 암반은 버텨낼 수 있는 힘이더라도 부드러운 흙더미는 당해낼 수 없는 이치다.

실제로 송파구를 포함해 서울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싱크홀은 대부분 '충적층' 위에서 발생했다. 충적층은 강이 끌고 온 퇴적물이 두껍게 쌓여서 아직 고화되지 않은 층을 말한다. 한강을 중심으로 생긴 도시인 서울시 지하에는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지층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송파구 일대는 1970년대 도시 계획을 진행하며, 두 갈래로 갈라진 한강의 '본류'와 중앙의 섬을 땅으로 바꾼 매립지다. 송파구 주민들은 단단한 암반이 아닌 흙 위에 도로를 깔고 집을 짓고 사는 셈이다.

지난 8월 26일 서울시 조사단이 발표한 송파구 동공의 발생원인 역시 충적층에 있었다. 지하철 9호선의 해당 공구 공사를 진행하는 삼성물산은 석촌지하차도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을 뚫기 위해 땅을 마치 두더지처럼 수평으로 파들어 가는 '실드공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터널이 단단한 기반암 중앙이 아닌 암반과 그 위에 덮인 충적층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에 터널과 지면 사이의 빈 공간이 발생하고 땅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서울특별시 지반정보통합시스템'으로 알아본 서울 시내 암반 분포.



충적층이나 지하철 공사뿐만 아니라 땅속의 낡은 수도관들도 도심 싱크홀을 부르는 위험 요소다. 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 7월까지 발생한 싱크홀 70개 가운데 53개의 원인이 하수도 누수였다. 지난 7월 17일에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생긴 깊이 5m 짜리 싱크홀이 대표적인 예다. 조사 결과, 이 싱크홀의 원인은 낡은 상수도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주변의 퇴적물을 쓸어간 탓에 생긴 빈 공간이었다.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여의도 역시 한강의 충적층 위에 있는 '섬'이다. 결국 서울 도심의 싱크홀은 무너져 내리기 쉬운 지질 상태와 복잡한 지하 건축물이 함께 만들어낸 '인재'였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지하 세계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송파구에 생긴 5m짜리 싱크홀은 현재 160톤의 흙으로 메꾼 상태다. 하지만 있는 구멍을 덮는 것만으로 싱크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구멍을 단순히 메운 흙은 다시 유실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빈 공간에 지하수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물을 넣거나 보강재를 넣어 땅을 단단히 굳히는 작업이 시급하다. 애초에 지하 공사를 하기 전에 미리 지하수위를 예측해 지하수와 지반을 보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전문가들 또한 땅속의 지질구조를 미리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춰 토목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충적층 위에서 계속 높이를 높여가고 있는 초대형 빌딩이 완공된 뒤 대형사고로 번지기 전, 당국의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김은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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