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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나타난 바이러스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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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1일 13:46 프린트하기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류 생존의 치명적 존재이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바이러스는 인류와 공존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오랜 진화 역사 동안 바이러스는 가급적 각자의 활동구역을 지키며 살아왔다. 박테리아, 고세균, 진균, 식물 등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들 대부분은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각자의 활동구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7억 년 전 등장한 곤충이 식물과 척추동물 사이를 오가며 바이러스의 활동구역을 뒤섞기 시작했다. 주목해야할 사실은 인간의 활동으로 바이러스의 '활동구역'이 점점 더 빨리 뒤섞이고 있다는 점이다.

활동구역이 뒤섞이자 바이러스의 진화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숙주가 자연선택을 받아 멸종하거나 진화하면서 바이러스에게도 자연선택이 다양하게 일어난 것이다. 신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자연선택의 결과인 동시에, 숙주와 바이러스의 공진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은 자연에선 서로 만나기 힘든 여러 숙주 종을 한 공간에 두거나, 인간 스스로 새로운 바이러스 활동구역으로 들어가면서 활동구역을 임의로 뒤섞기 시작했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 점점 더 잦아질 것이란 사실이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전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인류와 바이러스
21세기 벽두의 지구촌에 불이 났다. 2009년 신종플루에 이은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불이다.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볼라 출혈열 치료를 위한 의료 지원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도 퍼졌다. 의료진이 도와주러 '가야한다, 가지마라' 논란이 뜨거운데 이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스러운 높은 감염율과 치사율 때문이다. 불 끄는 것 도와주러갔다가 불씨만 옮겨오는 셈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지금 에볼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의료진을 파견한 국가는 30여 개국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파견할 의료지원단에 이미 100여명이 넘는 사람이 자원했다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전염병의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인 6단계가 '판데믹(pandemic)'이다. 그리스어인 '판데믹'은 모두(pan) 사람(demic)이라는 의미로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만약 에볼라 바이러스가 판데믹을 일으킨다면 그와 맞먹는 엄청난 희생이 예상된다. 역사적인 판데믹으로는 14세기 중세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한 페스트(흑사병)와 1918년의 스페인 독감, 그리고 1968년의 홍콩 독감 등이 그 예다.

1918~1919년 전 세계에서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당시 세계인구의 30%인 5억 명을 감염시키고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악명 높은 스페인독감의 치사율이 10%다. 조류 인플루엔자 변종 바이러스 'H5N1'의 치사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60%라 한다. 문제는 이런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2011년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의 론 푸히르 교수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병원생물학과 요시히로 가와오카 교수는 각각 돌연변이 시킨 H5N1 바이러스를 만들어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족제비들의 목숨을 빼앗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실험 결과에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까닭은 족제비가 바로 인간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걸리는지 확인하기 위한 지표 동물이기 때문이다. 족제비 사이에서 공기전염이 잘 일어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 사이에서도 똑같이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주는 사건이었다.


영화 속에서 진화하는 바이러스
바이러스의 판데믹은 소설과 영화의 단골소재다. 특히 바이러스에 의한 지구 종말 시나리오가 요즘 영화 속에서 가장 흔하게 차용된다.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멸종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나머지 사람들은 지하에 숨어 지낸다는 유형의 디스토피아 시나리오다. AI(조류독감), 광우병 등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가장 설득력 있는 종말의 원인이자, 영화 속에서 선호되는 멸망의 원인으로 등극했다.

작년에 개봉했던 김성수 감독의〈감기〉는 바이러스의 '판데믹' 상태를 실감나게 보여준 영화다. 한국에서의 판데믹을 막기 위해 동물들을 살처분 하듯, 한 도시를 통제하고 말살하는 스토리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현실을 과감히 그리고 있다.

하버드 의대 출신으로 많은 의학 스릴러 소설을 발표한 로빈 쿡은 바이러스 영화의 대부라 칭할 만하다.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볼프강 페터젠의〈아웃브레이크(1995)〉, 제임스 맥티그의〈인베이젼(2007)〉, 스티븐 소더버그의〈컨테이젼(2011)〉 등이 로빈 쿡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 들이다. 그 중에〈아웃 브레이크〉는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을 맡았으며,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보유한 아프리카 원숭이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감염병을 퍼뜨리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원숭이를 싣고 간 배가 한국 배여서 영화 중간에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것이 영화를 보는 한국인들을 흥분(?)시켰다. 두 영화 모두에 에볼라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는 등장하지 않으나 그 특성이 에볼라를 연상시켰고, 전체적인 내용에 음모론이 내재되어 보는 이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컨테이젼〉은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평가 받는다.




테리 길리암의〈12 몽키즈(1995)〉도 대표적인 바이러스 영화다. 12 몽키즈라는 조직이 퍼뜨린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의 대부분이 죽고, 살아남은 몇몇의 인간들은 지하로 내려간다. 이들은 타임머신을 통해 이 12 몽키즈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을 막으려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를 파견한다는 줄거리다.

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형상화 된 것이 좀비 영화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의 실체는 감염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런데 바이러스 감염이 사망이라는 상태로 끝나지 않고 죽지도 살지도 않은 존재로 살아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보하는 상태가 좀비다. 살아있는 인간들에게는 더 끔찍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좀비 영화의 공포는 정상인이 좀비에게 물려 좀비로 변하는 과정에서 제일 극대화 된다. 바이러스의 전파에 대한 공포가 좀비=감염자로 형상화 된 것이다.

좀비 영화의 원조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좀비들의 탄생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는 인공위성에서 누출된 방사능에 의해 시체들이 살아났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로메로가 최초의 좀비 영화를 만든 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핵 방사능을 좀비의 탄생원인으로 지목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 바이러스를 좀비의 출현배경으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공포영화는 그 시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을 담아낸다. 조지 로메로 시대의 사람들이 핵전쟁을 가장 크게 두려워했다면 오늘날은 핵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바이러스가 현실적으로 우리 삶을 더 위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28일 후(2001)〉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한 국가의 공권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권력이 또한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는 상황을 그렸다. 그동안 감염된 좀비는 대단히 천천히 걸어 다녔는데 이 영화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더 지독하다. 소위 분노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은 이유 없는 분노에 괴성을 지르고 새로운 먹이 대상을 찾아 육상선수처럼 질주한다.

폴 앤더슨 감독의〈레지던트 이블〉시리즈 또한 좀비영화의 걸작이다. 밀라 요보비치라는 미녀배우를 간판으로 앞세우고 지금까지 5편의 연작이 나왔다. 원래 CAPCOM 사의 게임이 원작이었는데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제작되었다. 엄브렐러라는 제약회사가 생체병기 개발을 위해 생물에 바이러스를 투입하는 실험을 하던 중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영화다.

좀비가 일국적 혹은 지역적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판데믹'이라는 세계적 대유행의 상태로 확장되는 것을 그린 최근의 영화가 마크 포스터 감독의〈월드 워 Z(2013)〉이다. 전통적으로 B급 장르였던 좀비영화에 초A급 배우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던 영화였다. 북한에서 좀비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전체 인민들의 이를 다 뽑아 버렸다는 대목에서 실소를 띠게 하지만 전직 세계보건기구 소속으로 좀비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UN조사관인 브래드 피트의 활약을 그려낸 영화다. 바이러스에 걸린 좀비들이 좀비의 탑을 쌓아가며 거대한 담을 넘는 장면은 좀비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만하다.

 

 




좀비영화가 트렌드가 된 까닭은?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바이러스의 공포를 다루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실체 때문이다. 어떻게 전파되는지 알 수 없는 경로는 우리에게 더 큰 공포를 준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유행에는 음모론이 뒤따르고 영화에서도 단골소재로 활용한다. 정부의 비밀기관이나 제약회사 등이 실험하다가 유출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음모론은 실제 창궐했던 몇몇 바이러스가 사실은 실험실에서 유출된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1977년 봄, 중국과 러시아에서 유행한 '러시아독감(H1N1)'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다. 러시아독감은 유독 어린아이들과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만 유행했다. 1950년 이전에 출생한 당시의 어른들은 잘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한 연구 결과, 1977년에 유행한 러시아독감 바이러스와 27년 전인 1950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거의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50년 독감에 한번 걸렸던 어른들은 1977년 러시아독감이 유행했을 때 이미 면역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27년이란 긴 간격을 두고도 너무나 똑같은 모습으로 재등장한 이 바이러스를 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실험실에서 보관 중이던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한 것으로 유명할 뿐더러, 1977년에 유행한 러시아독감 바이러스가 출처가 불분명한 채로 홀연히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이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한 상태다.

좀비 영화가 유행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는 설이다. 좀비란 편안한 문명사회 붕괴에 대한 공포감을 기반으로 한다. 평온하던 일상과 지금까지 누리던 문명의 해택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는 공포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금융위기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특히 미국사회에서 의료불안은 대중들의 불안감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서점에서『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책도 유행했다. '살아있는 시체들 속에서 살아남기 완전공략'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월드워 Z』의 작가 맥스 브룩스가 썼다. 농담 같은 제목의 이 책은 좀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물론이고, 재난 시에 필요한 각종 도구, 피난 요령, 공격과 방어 방법 외에도 6만 년 전 중앙아프리카에서부터 2002년 미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기록과 사건들에서 발견되는 좀비 바이러스의 징후까지 담고 있다.

무엇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고, 환자의 체액(혈액, 침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므로 보호구의 착용이 중요하다. 특히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인들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예방의 관건이 되겠다. 2012년에 우간다에서는 웃지 못 할 사건이 있었다. 한 남자가 병원에 몰래 들어가 휴대폰을 훔쳐 나왔다. 그런데 그 병동이 알고 보니 에볼라 환자들의 격리 병동이었던 것이다. 불행히 그 휴대폰 도둑은 에볼라에 감염되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를 가장 많이 전파하는 매체는 휴대폰이다. 휴대폰에는 많은 세균이 기생한다. 우리 몸 중에 세균에 가장 많은 곳이 손인데 (대부분의 감기나 세균 감염은 손을 통해 입으로 전파됨), 그 손이 제일 많이 만지는 것이 휴대폰이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도 마찬가지, 휴대폰을 만지던 손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집어 먹는 일은 위생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자기 휴대폰을 통해 '노로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도 있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세균 덩어리 휴대폰을 다시 만지작거린다면 도로 나무아미타불이다. 건강을 위해서 일상의 도구가 된 핸드폰을 제일 조심하자.

  


김평수 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문화콘텐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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