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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갈등, 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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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5일 15:43 프린트하기

현대 사회는 전기 없이 유지될 수 없는 수준으로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그러나 그 전기를 만들어내는 시설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서울 마포구의 당인리 화력발전소처럼 지하에 건설하고 지표에는 공원을 조성하여 원만한 타협을 본 사례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자리에 있던 화력발전소가 장소를 지하로 옮긴, ‘개선’에 가까운 특수한 경우다. 사회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던 옛날에야 국가에 필요하다고만 하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지만, 민주화 이후 시민들의 발언권이 커진 지금에 이르러서 에너지 시설은 기피시설 취급을 받곤 한다. 소중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에너지 시설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기피대상이 되었을까?

 

에너지 시설, 어디로 가야 하나?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시설이 정작 자신의 생활공간 주변에 들어서는 데는 반대하는 현상을 ‘님비(NIMBY)’라고 한다. 알다시피 Not in my backyard, 내 뒤뜰에는 안돼! 라는 뜻이다. 님비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이 큰 시설일수록 ‘내가 감수할 것은 많은데 내게 돌아오는 혜택은 적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설 같은 공공재에 특히 님비 현상이 자주 보인다. 대규모 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데는 큰 규모의 공사가 필요하고, 넓은 부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 시설이 주거환경을 해친다고 생각한다. 발전 방식에 따라서는 공해물질을 배출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환경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반발도 많다. 그래서 대규모 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는 곳에서는 시설 건설 찬반을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민간사업자 참여가 활발해진 이후에는 이러한 논쟁이 심화됐다. 최근 블랙아웃에 대비하여 민간사업자들에게도 사업 참여를 개방한 화력발전이나 열병합발전에서 이러한 갈등이 자주 보인다. 중소규모 발전이 많다는 특성상 화력발전이나 열병합발전에는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활발한 편인데, 발전소 건설이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되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계획 중인 신규 화력발전소의 경우 건설예정지인 여수, 해남, 당진, 사천 등지에서 연이어 논란이 일어났다. 다량의 미세먼지와 분진이 발생하여 주거조건에 악영향이 있는데도 정작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지역주민들이 결정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반발이 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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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건설에는 대규모 공사가 수반되기에 지역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 편이다. 조력발전소를 둘러싼 두 가지 상반된 모습. 강화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어민들과 가로림 조력발전소 착공을 촉구하는 지역민들의 집회 현장. 물론 강화  조력발전소 건설을 지지하고 가로림 조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민들도 많다.  © 환경운동연합, 세종TV

 

신재생에너지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한 조력발전소와 관련된 논란이 특히 많은데, 수산자원이 많고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갯벌이 대규모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며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시화호조력발전소도 건설 당시 환경문제로 난항을 겪은 바 있으며, 충남 서산의 가로림조력발전소는 2007년부터 시작된 갈등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강화도 역시 조력발전소 건설을 앞두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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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부안은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심각한 지역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부안군은 군내 소득이 매우 낮은 편인데도 신규 사업 추진에 미온적인 편이라고 한다 . © 녹색연합

 

원전과 관련된 갈등도 종종 볼 수 있다. 화력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슈나 갈등양상도 복잡하다. 전북 부안은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 문제로 심각한 지역갈등을 경험한 바 있으며 강원도 삼척은 신규 원전 건설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의 대립이 첨예하다. ‘원전건설을 가능케 하는 것은 첨단기술이 아니라 주민수용성에 달려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신규 에너지 시설을 건설할 경우 생산된 전력을 소비지와 연결하는 고압송전선에 대한 문제도 있다. 고압송전선이 통과되는 지역에선 격렬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으나 고압송전선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조사결과가 혼재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에너지 시설 갈등의 해법은 소통
현재 가동 중인 상업용 에너지 시설들은 이미 오랜 시간의 운영을 통해 그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해왔다. 공해를 줄이기 위한 신기술도 지가속적으로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고 인근 주민 건강에 대한 역학조사 역시 주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시설이 건설된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변화된 환경과 부지 사용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에서 지역 상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현재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가 실행중인 셈이다. 이 정도면 님비가 아닌 ‘핌비(PIMBY)’ 현상이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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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러 곳에 대단위 단지가 조성되기도 한 풍력발전은 청정에너지이기는 하지만 입지상의 제약으로 건설 과정에서 삼림파괴가 심한 편이다. 경남 의령 주민들 중 다수는 한우산과 매봉산 일대에 건립 중인 풍력발전단지에 반대하고 있다. 거제와 제주에서도 대단위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 경남일보

 

그런데도 왜 에너지 시설 건설 과정에서 계속 갈등이 빚어질까?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소통’에 있다고 평가한다. 에너지 시설의 안전성이 입증되었다고는 하나 완벽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아니, 어떤 것도 ‘완벽하게’ 안전할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확률이 극히 낮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에너지 시설 자체가 대중적으로 ‘무언가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에너지 시설 건설에 따른 혜택보다 불편함이나 피해가 더 커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일방적인 정보전달이나 건설 추진은 반감을 사기 마련이다. 이는 에너지 시설의 안전성이나 환경을 위한 기술적 조치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절차, 만의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감은 해소되지 않고 불필요하게 오해와 갈등만 커진다. 이 때문에 정부와 발전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과의 대화를 계속하여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 시설을 비롯하여 대규모 기간시설 건설을 둘러싼 갈등 대부분은 지역민들과의 충실한 소통이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곤 한다. 생활 터전에 갑작스런 변화를 겪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역 주민 역시 정보 부족으로 에너지 시설의 필요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오해로 인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 양상을 해결하려면 에너지 시설의 건설 여부에 앞서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도 일방적인 전달이나 한편적인 대화가 아니라 가능한 모든 측면을 고려하여 심사숙고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논의는 국가경제에 대한 필요성부터 주민들의 건강과 생활까지 다양한 고려사항들이 다층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은 반드시 완전한 합의, 쌍방이 100% 동의하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입장을 확인하고 중간점을 찾아가는, ‘불안감의 연착륙’에 가깝다. 이러한 종류의 소통에는 지금까지의 전달이나 홍보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최대한 줄이려면 바로 그 소통방법론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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