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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에 나타난 원자력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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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9일 17:42 프린트하기

원자력은 SF의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싸구려 통속소설’의 이미지였던 SF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원자력에 대해 깊은 통찰을 담으면서 과학기술의 미래를 예견하는 의미심장한 분야로 새롭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01 존_캠벨_주니어

존 캠벨. 그는 SF에서 현실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덕분에 작가들도 현실의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작품에 반영할 수 있었다.

 

원자력에 눈뜨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물질의 단위로서 ‘원자(아톰)’를 생각한 것은 데모크리토스나 에피쿠로스 같은 기원전의 철학자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원자가 실제로 어떤 구조를 지니고 있는지 그 물리적 실체를 규명하는 일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루어졌다. 그리고 1902년에는 바로 이 원자가 가진 힘, 즉 원자력의 원리가 물리학자 러더퍼드와 소디에 의해 파악되었다. 우라늄이나 라듐 같은 무거운 원소의 원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붕괴하면서 에너지를 내뿜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02 어메이징 스토리즈_1928_8월_하늘의 종달새

항성간 여행을 다룬 최초의 소설 중 하나인 ‘우주의 종달새’가 발표된 SF 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즈의 1928년 8월호. 우주의 종달새에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등장한다.

 

당시의 SF작가들은 이러한 과학의 성과들을 속속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원자력을 지닌 방사성 물질은 곧 미래를 묘사한 SF에서 익숙한 설정으로 자리 잡게 된다. 게다가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에너지-질량 등가 방정식(E=mc²)을 내놓으면서 SF작가들은 무한에너지라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너나없이 끌어다 쓰기에 이르렀다.

 

02 어스타운딩 SF_1949년11월

 어스타운딩 SF의 1949년 11월판. 1940년대에 이르면 원자력 에너지는 SF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가 된다.

 

1910년대에 발표된 SF들 중에 벌써 원자력 우주선이나 원자력을 이용한 무기가 등장하며 , 심지어는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을 예측한 듯한 내용도 등장한다. 1930년대에 접어들면 미래 전망의 키워드로 ‘원자력시대’, 혹은 ‘무한에너지 시대’가 부상하고, 동시에 사회적, 정치적 부작용을 진지하게 우려하는 수준까지 SF스토리가 다양하게 전개된다. 엑스레이와 같은 신비의 방사선이나 죽음의 광선, 반물질 에너지 등 원자물리학의 성과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로 접어든 것이다.


현실을 앞지르는 SF의 상상력

이 시기는 미국의 존 캠벨이라는 인물의 역할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1930년대 말에 ‘어스타운딩 SF’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맡게 되자 작가들에게 과학적 상상력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묘사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로 인해 ‘캠벨 사단’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그의 기준에 충실하게 들어맞는 유능한 신진 작가군이 등장했는데, 예를 들면 훗날 SF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되는 아이작 아시모프도 그중에 하나였다.

 

04 Isaac.Asimov01

 젊은 시절의 아시모프. 그는 과학적인 타당성에 기반을 둔 SF 작가였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에 더하여 ‘퇴고가 필요없다’던 글솜씨가 어우러져 수많은 명작 SF 작품들을 발표했다. 아시모프와 같은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사람이 바로 존 캠벨이다.

 

당시 캠벨에게 수련을 받은 SF작가들의 작품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말해주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클리브 카트밀이란 작가가 가상의 무시무시한 신무기를 등장시킨 단편SF를 발표했는데, 그 뒤에 FBI요원들이 그 잡지사로 들이닥쳤다. 당시 미 정부에서 극비리에 개발 중이던 무기와 너무나도 똑같았기에 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 비밀 무기란 다름 아닌 ‘맨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이던 원자폭탄이었다. 사실 작가는 단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교양물리학 책을 보고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원자폭탄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을 뿐이었다.


1945년에 핵폭탄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뒤, SF작가들은 원자력의 가공할 위력에 담긴 또 다른 가능성에도 좀 더 주목하게 되었다. 달이 불모의 황무지인 것은 오래 전에 존재했던 문명이 원자력을 잘못 다룬 탓이라거나, 행성이 핵폭탄 때문에 통째로 산산조각 나서 작은 소행성들로 흩어진다는 이야기 등이 나오기도 했다. 현실에서의 경험이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거대하게 포장되어 극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시리즈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마블의 코믹스, X맨은 첫 연재 당시 ‘Children of atom
영화 시리즈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마블의 코믹스, X맨은 첫 연재 당시 ‘Children of atom'이란 부제가 붙어 있었다.
1960년대를 전후하여 창작물에서 원자력은 에너지원 뿐 아니라 초능력의 원인으로도 종종 활용됐다.

퍼 영웅, 슈퍼 로봇
원자력과 방사능에 대해 SF에서는 색다른 접근도 등장했다. 방사선으로 인해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로부터 인간에게 초능력이 생기도록 한다는 이야기들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슈퍼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헐크’나 ‘스파이더맨’의 탄생 배경에는 방사성 물질로 인해 유전자가 변형된다는 설정이 있다.

 

04 스파이더맨_1962년8월_Marvel

 

1962년 8월에 발간된 스파이더맨의 첫 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인 피터 파커는 방사선에 의해 변이된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는다. 실제로 코믹스에서 묘사된 방사선의 양은 TV 앞을 지나갈 때 받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당시에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로 과장된 작품들이 제법 나왔다.

 

한편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로봇 캐릭터인 ‘우주소년 아톰’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는 로봇이다. 아톰이 처음 탄생한 것은 1950년대인데,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원자폭탄의 위력을 직접 겪은 직후였으므로 강력한 에너지원이라면 달리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8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메칸더V’ 역시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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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 국내에서도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메칸더 V(합신전대 메칸더 로보)’. 극 중의 거대 로봇, 메칸더는 원자력으로 움직인다는 설정이다.
아래 : 데츠카 오사무의 명작, 철완 아톰의 주인공 아톰은 원자력 에너지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작중의 아톰은 무한한 에너지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오늘날 원자력은 여러 면에서 여전히 많은 관심의 대상이다. 분명 효율성 높은 에너지원임엔 틀림없지만,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는 결국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달렸을 것이다. 최근 핵융합이 주목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확실히 검증된 사례가 없고 언제 실현될지도 불투명하다. SF의 상상력이 현실 과학에 영감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 분야에서도 그런 멋진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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