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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자원 낭비한 나우루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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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09:32 프린트하기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자원들은 후세들한테 빌려와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1968년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사이언스’에 논문으로 게재한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내용이다. 이후 이 용어는 경제학 분야에서 즐겨 차용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가 지하자원, 해양자원, 산림자원 등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면 후세들은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아마존 밀림은 산업화로 인해 반 이상이 사라져 버렸고, 석유 같은 화석 에너지의 고갈은 인류에게 최고의 관심사로 부각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인류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 문명을 즐기기만 한다면 자원의 고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비극적 결말은 오세아니아의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나우루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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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한때 미국 능가해
바티칸, 모나코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나우루. 호주 근처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이 나라는 크기가 울릉도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며, 전체 인구는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나우루는 한때 인광석이란 자원 덕분에 1인당 국민 소득이 미국을 능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자원을 낭비한 탓에 지금은 국민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원주민들끼리 평화롭게 살던 나우루는 1789년 영국인이 발견했고, 1900년경 영국인이 이 섬에서 양질의 인광석을 발견했다. 인광석은 비료의 원료인 인산염을 함유한 희귀한 광석으로 고가의 가치를 지녔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농업이 발전하면서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06년 영국과 독일의 합자회사가 나우루에서 인광석 채굴을 시작했고, 1968년 영국 연방에 가입해 독립한 후에는 인광석 채굴권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황금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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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는 광산지대에 땅을 소유한 나우루 국민들에게 인광석 판매금의 일부를 지급했다. 20년간 인광석을 채굴한 신탁회사들의 로열티만 하더라도 2억3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당연히 국민들은 부자가 됐고, 1980년대 나우루공화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2만 달러에 육박했다. 당시 미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이 1만2000달러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나우루공화국이 얼마나 부유했는지 짐작이 간다.

 

나우루 국민들은 세금도 안 내고 주택도, 학비, 병원비도 국가에서 모두 공짜로 주었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피지, 하와이, 싱가포르로 매일같이 쇼핑을 하러 갔으며, 람보르기니, 포르쉐 같은 고가의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굳이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집안일부터 채굴 현장의 일까지 거의 모든 노동력을 의존했다.

 

화석에너지 고갈 뒤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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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풍요로운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원인은 인광석이었다. 제한된 자연자원인 이상 인광석은 언젠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나우루의 인광석은 1990년쯤부터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채굴량도 급감했다. 수입이 줄어든 국가는 다급해졌다.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지만 한 번 줄어든 자원은 다시 늘어날 줄 모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국민들은 더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20년이 넘도록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한 혜택에 의존하느라 노동을 아예 하지 않았던 국민들은 일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식도락은 즐기면서 활동은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성인 90% 이상이 비만이고, 40%가 당뇨를 앓는 수준이었다. 국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는 바다로 낚시하러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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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루 정부는 자구책으로 국제 거래와 투자에 손을 댔지만 자원이 제공하는 편한 돈에 익숙해진 탓에 치열한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투자할 수 있을 만한 인력이 없었다. 부동산이나 유동자산 투자는 거의 모두 실패하고 현재는 자국 영해 근처에서 참치 조업을 허가해주고 그 비용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나우루의 가장 큰 수입원이 난민 수용소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호주 등으로부터 받는 원조라고 하니 경제가 얼마나 몰락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자연환경 파괴도 심하다. 100년가량 노천광산에서 인광석을 채굴해 왔기 때문에 국토가 황폐해졌을 뿐 아니라 평균 고도도 낮아졌다. 결국 나우루는 섬나라 투발루와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로 가라앉을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현재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나우루는 국민 모두가 호주에서 지정해준 곳으로 이주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자원에 의존하던 경제의 몰락 모델이자 자원의 저주에 대한 표본인 나우루. 일부 학자들은 석유가 고갈될 때 인구가 적고 인력이 부족하며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중동 국가도 나우루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우루는 중동 산유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지만 지구 전체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인류는 화석연료가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언젠가 찾아올 화석연료 고갈 후의 미래가 나우루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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