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마음이 착 가라앉는 겨울 밤. 오렌지향이 톡 터지는 맥주 한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자니 처음 그를 만난 순간이 아련히 떠오른다. 오늘처럼 초겨울의 찬바람이 불던 날이었지. 이태원 언저리를 걷다가 길게 줄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자석에 이끌리듯 따라간 그 곳에 운명처럼 네가 있었어. 처음 만난 내게 넌 ‘지리산’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 무슨 이름이 그렇느냐며 애써 관심 없는 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입술은 결국 네게로 다가가고 말았다. 그 때 네게 느낀 강렬함은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순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