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여기 카스 두 병에 처음처럼 한 병요~ 히야시(=차갑게 식힌) 이빠이~~!” 평소 조용한 H의 목소리가 한껏 커지는 순간이다. 냉장고에서 막 꺼내 와 손이 쩍쩍 달라붙을 것만 같은 맥주병. 뻥 소리를 내며 뚜껑을 시원하게 개봉해 소주를 깔아놓은 잔에 따른다. 주변의 습기를 한껏 머금은 맥주잔을 쥐고 ‘원샷’을 외친다. 음주경력 20년. H에게 가장 좋은 술 맛이란 공복에 시원한 액체가 짜르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쏘~맥’ 첫 잔의 짜릿한 그 느낌이다. 한잔 쭉 들이키고 나서 머리가 띵하면 100점. 2차에 가서도 손잡이 달린 500ml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