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 애벌레의 일기 _윤병무 저는 엄마 아빠가 누군지 몰라요 아빠는 엄마와 짝짓기 하고는 떠났고요 엄마는 저를 알로 낳은 후 떠났거든요 그렇다고 아빠와 엄마를 원망하진 않아요 저를 눈에 안 띄게 배추 잎에 낳아 주어서 다행히 제가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어요 저는 간신히 혼자 힘으로 알에서 나와 영양가 많은 제 알 껍질로 배를 채우고는 배추 잎을 갉아먹으며 애벌레로 살고 있어요 어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마지막 네 번째 허물을 벗었거든요 배고프지만 번데기가 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이제 곧 저는 제 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