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반갑지 않은 손님, 장마가 찾아온다. 바야흐로 여름의 전주곡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온이야 장마 이전이라도 올해처럼 기상이변의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습도는 높지 않아서 뜨거운 볕만 피하면 큰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의 장마철부터는 체감이 전혀 다르다. 초청장도 없이 눅눅한 회색 망토를 펄럭이며 남쪽 하늘에서 날아온, ‘장마’라는 이름의 불청객은 양지든 음지든 가리지 않고 마치 떠들썩한 함진아비 일행의 소란처럼 이 땅의 동네방네에 온통 분무(噴霧)를 흩뿌리며 방문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