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중학교 때 한 번 시험에서 90점을 받았다고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꼭 100점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채점 된 시험지를 받아서 마구 구겨버렸고, 옆에 있던 친구의 놀란 표정이 아직 생생하게 떠오른다. 90점도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닌데도 그랬던 건 당시 부모님의 기대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이 세상은 오직 1등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2등은 벌써 한참 뒤쳐진 거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오랫동안 1등을 향한 열망은 나의 열망이며 1등을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역시 나의 불안인 줄 알았다...
“하루에 네 시간만 자면서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보고 학위도 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쓰레기야”라고 말해버릇 하는 친구가 있다. 그렇게 해내는 사람들이 대단한거고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 일이 절대적으로 쉬운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나 역시 혹시 내가 쓰레기인 것은 아닌지, 나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아야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이 올라오곤 한다. 한정된 인지적 자원과 배터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동물로서 어떤 일이든 에너지를 소모...
유독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들이 있다. 소중한 친구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머저리, 루저’ 같은 나쁜 말들을 자신에게는 서슴없이 하며, 친구에게 상처 줄 행동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자신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내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고 유독 자신에게만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을 흔히 보이는데 이들을 ‘스스로에게 비판적인 완벽주의자(self-critical perfectionist)’라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Dunkley et al., 2003). 1) 지속적인 자기...
왜 어떤 부모들은 양육=통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 자녀가 평소보다 집에10분 정도 늦게 왔다고 혼내거나 단지 이성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는 등의 경우들을 본 적이 있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부모들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부모의 자녀에 비해 건강한 자존감을 잘 형성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자녀가 스스로 생각해서 자기 삶을 사는 것, 즉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며 삶과 자신을 알 기회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인지...
오랫동안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통제감은 낮게 느끼면서 죄책감은 높게 보이는 패러독스를 보인다고 한다(Abramson & Sackheim, 1977).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끼는 동시에 ‘이게 다 나 때문’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 나를 비난하지도 말아야 할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신을 비난하곤 한다. 이런 임상적인 케이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평소 각종 실수나 실패, 특히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쳤던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자주 비난하곤 한다. 좋지 않은 성과를...
완벽주의는 말 그대로 완벽을 추구하며 조금의 흠도 용서치 못하고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세워놓는 것을 말한다. 흔히 자신에 대한 과한 비난, 자기비하와 관련을 보이며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타인의 평가를 크게 신경쓰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완벽주의는 지나칠 경우 행복과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곤 한다. 따라서 플렛(Flett) 등의 학자들은 완벽주의를 불행을 만드는 레시피라고 부르기도 했다. 예컨대 모든 시험에서 100점을 받지 못하면 안 된다던가, 단 한 번도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
미리미리 해 두면 좋으련만, 항상 공부는 시험 직전에, 원고도 마감 직전에 쓰게 된다. ‘내일 일은 내일의 내가 하겠지’라며 태평하게 떠넘기고는 내일이 오면 어제의 나를 원망하곤 한다. 우리가 이렇게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을 계속 미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가끔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일을 미뤄버릇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거나(일의 특성) ②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낮거나 ③ 성격적으로 충동적이고 책임감/의무감이 떨어지거나 ④ 뭔가를 성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