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절경이라고 일컫는 명소에 가보면 기암괴석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보게 된다. 그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는 나무의 아찔한 조화가 우리의 눈에는 멋진 풍경이지만 산수화 같은 그 실체가 있기까지는 오래전 어느 날, 한 폭의 짓궂은 바람에 실려와 불시착하듯 내려앉은 어느 송화(松花)가 그 가파른 곳이 어디인 줄도 모르고 하필 한 줌의 분사(粉砂)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으리라. 그러고는 살아내기 위해 줄기보다 뿌리에 온 힘을 쏟아 비바람과 눈보라와 가뭄과 중력을 견디고 간신히 지탱하며 촘촘한 나이테를 전족(纏足)처럼 제 속에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