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작년 가을부터 7년 만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자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이 없다고 확신한 아내는 부득불 남편인 나를 이끌고 집에서 이십 리쯤 떨어진 어느 변두리의 후미진 곳에 자리한 상설의류할인매장에 데려갔다. 지방국도변에 제법 주차장도 넓게 마련해 놓은 2층짜리 건물 매장이었다. 매장 앞마당에 웬만한 단층집보다 크게 쳐놓은 대형 천막 안에는 옷들이 벽면을 따라 촘촘히 나열해 있었고 한가운데엔 더 값싼 옷들이 쌓여 있었다.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심란한 음악소리를 어쩔 수 없이 들으며 나는 뒷짐을 지고 보는 둥 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