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점심식사 시간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날씨 탓에 직원들의 입맛이 국수집으로 향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인근 다른 직장인들도 그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자칫 늑장을 부리다가는 그 몇 배의 시간을 국수집 문 앞에서 대기해야 하거나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무더운 날도 마찬가지다. 냉면집은 물론이고 매콤짭짤한 양념 셔벗(sherbet)이 덮인 물회에 말아 먹는 소면은 금세 배 속을 냉장고로 만들어버리기에 한낮의 근로자 입맛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신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도토리묵을 길게 칼질해 육수에 띄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