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 삭힌 홍어 좋아하고 취두부도 잘 드신다며? 이거 이번에 새로 들어왔는데 한번 잡숴봐.” 출근 도장을 찍던 수제맥주 펍의 사장님이 모처럼 맥주를 추천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살구, 자몽, 솔 등 홉 향기를 풀풀 풍기는 맥주들에 식상함을 느껴 남몰래 소맥을 다시 영접하고 있던 찰라였다. 750ml 큰 병에 코르크 마개로 밀봉돼 있는 모습은 화이트 와인의 자태. 코르크 마개가 뻥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잔에 퐁퐁 솟아오르는 작은 탄산을 보면 영락 없는 샴페인이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니 상큼한 사과향이 느껴지면서 시큼함이 확 다가온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