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김사인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 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라는 시인데 (좋은 시는 얼마든지 있다고요?) 안 되겠다면 도리 없지요 그렇지만 하느님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시를 외롭게는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