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라고도 부르는 ‘추석’을 말 그대로 풀면 ‘가을(秋) 저녁(夕)’이다. 왜 ‘가을 저녁’일까. 아마도 우리의 농경생활과 뗄 수 없는 이름일 것이다. 추석은 한봄에 모를 심고 여름내 키운 벼를 가을에 햅쌀로 수확할 즈음이다. 그 즈음의 ‘가을 저녁’을 생각하자니, 한 해의 논농사를 방금 마치고 더 낮아진 들녘을 바라보고 있는 농부의 눈길이 선하다. 또는 추수만 남겨둔 저물녘, 바람의 장단에 노을을 비질하는 금빛 들판을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농부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렇게 모색(暮色)의 ‘가을 저녁’ 문턱을 넘으면 짙어진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