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잠버릇 _윤병무 눈송이가 뭉쳐져 눈사람이 되듯이 불덩이가 뭉쳐져 불사람이 된 지구는 태어날 때부터 대장장이었어요 쇠와 불을 뭉쳐서 쇠공이 된 지구는 삼십억 년 동안 불덩이를 굴리고는 뜨거운 몸을 식히며 까무룩 잠들었어요 기나긴 꿈속에서도 쇳물을 다루는지 잠꾸러기 지구는 이따금 뒤척여요 그때마다 오래전에 굳은 땅이 흔들려요 고단했던 지구가 코감기도 앓나 봐요 자면서도 어쩌다가 재채기를 하면은 화산 코에서 뜨거운 콧물이 흘러나와요 고릿적 누런 콧물은 가파른 화산이 됐고요 고릿적 맑은 콧물은 완만한 화산이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