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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갈라파고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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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갈라파고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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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현지 시간) 멕시코 서부 해안의 작은 도시 마사틀란. 권영인(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사는 장보고 호 주니어 호 곳곳을 세심하게 살폈다. 지난 9월 탐사팀에 결합한 지준명 선장은 항로를 표시하는 계기판과 통신장치를 최종 점검했다. 지난 달 탐사대에 결합한 권상수 씨는 최종 출항에 앞서 배 곳곳에 널려있던 밧줄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날은 장보고 주니어호가 갈라파고스를 향해 출항하는 첫날이자 권 박사가 한국을 떠나온 지 꼭 390일째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오전 9시. 세 사람은 얼마 전 타계한 장보고 주니어 호의 전 선주를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이어 오전 10시 선박 운영을 맡은 지 선장으로부터 출항 사인이 났다. 잠시 육상탐사로 전환됐던 장보고호 탐사가 재개되는 벅찬 감동이 물밀 듯 밀려왔다. 권영인 박사는 올해 2월 항해 도중 장보고호 선체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를 당한 뒤 탐사방식을 육로를 통한 현지조사로 전환했다. 4개월 가까이 좁은 선실에서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탐사에 꼭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의지까지 꺾지는 못했다. 권 박사는 다윈의 흔적을 따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한 탐사를 도보와 차편으로 계속했고, 과학동아 독자에게 그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태평양과 맞닿은 멕시코 서쪽의 작은 항구도시 마사틀란에서 태평양을 횡단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박사의 모험에는 새로운 길벗이 함께 한다. 태평양 횡단 경험이 있는 지준명 선장이 주인공. 지 선장은 2007년 미국 서부를 떠나 하와이, 일본 오키나와, 제주도를 잇는 8개월간의 항해를 성공리에 마친 베테랑급 항해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 선장은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탐사를 홀로 하고 있는 권 박사의 소식을 접하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 선장의 합류로 장보고호 탐사는 다시 활력을 찾았다. 얼마 전에는 대양 항해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원 권상수 씨도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권 박사는 출항 전 “두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항해가 되도록 꼭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지 선장 역시 지난 9월 인터뷰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미안하지만 의미 있는 권 박사의 탐사가 꼭 성공하도록 돕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세 사람은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진행된 해양탐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됐다. 네덜란드와 영국 역시 대규모 항해팀을 구성해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태평양 횡단에는 큰 바다 항해에 적합한, 선체가 긴 ‘모노홀’ 요트가 사용된다. 8월 초 배 구입도 끝났다.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의 후원을 받아 구입한 배 이름은 장보고호를 잇는다는 뜻에서 ‘장보고 주니어’로 명명했다. 잠시 따로 보관하고 있던 메탄 측정 장치와 이산화탄소 측정기, 바닷물 수온과 염도를 수집할 수질측정시스템도 배에 다시 실었다. 권 박사는 동아사이언스와 통화에서 “항해가 순조로울 경우 내년 3월에 전남 여수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보고 주니어호의 탐험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기착지인 갈라파고스 섬까지 가려면 무풍지대를 뚫고 나아가야 한다. 가는 데만 족히 4,5주가 넘게 걸릴 예정이다. 다시 갈라파고스에서 하와이까지의 구간(약 4600km)은 중간에 보급 받을 섬이 없는 장거리 코스가 많다. 바람이 거꾸로 부는 역풍 지역도 뚫고 가야 한다. 외부와 통신수단은 고작 반경 20km 주변을 지나는 선박과 교신할 수 있는 VHF무전기 정도. 만에 하나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배가 고장이 나도 스스로 역경을 헤쳐야만 한다. 그럼에도 항해를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세 사람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권 박사는 “늦어도 내년 4월까지 전남 여수에 도착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시작된 장보고 주니어호의 흥미진진한 모험은 과학동아와 어린이과학동아, 인터넷과학뉴스 더사이언스(www.thescience.co.kr)에 계속 소개될 예정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다음은 권영인 박사와 지준명 선장, 권상수 씨가 보낸 편지 안녕하세요. '다윈의 흔적을 따라서'의 권영인입니다. 내일은 이곳 시간으로 11월 3일, 탐사를 시작한지 390일째 되는 날이고 갈라파고스를 향해서 출항하는 날입니다. 예상되었던 허리케인이 소멸되어 예정(11월7일)보다 조금 일찍 출항합니다. 저희 탐사대원 3명은 내일 아침 9시 장보고 주니어호 앞에서 간단한 의식을 갖고 10시에 멕시코 마사틀란을 출발해서 태평양을 횡단하는 탐사를 시작합니다. 출항을 하게 되면 연락이 두절되지만 중간 기착지인 갈라파고스와 하와이에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탐사장비로 가져온 메탄, 이산화탄소, 수질측정 장비는 모두 정상 작동되고 있습니다. 항구 안의 물이 더러워 이산화탄소 센서가 고장 날 가능성이 있어서 해수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측정하지 않았지만 장비자체 진단결과는 정상입니다. 항구 안에는 유기물들이 풍부하여 많은 양의 메탄이 물에 녹아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온이 아직도 섭씨28도로 높은 값을 보여주고 있어 허리케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온이 26도 이하로 내려가면 허리케인이 발생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1개월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이지만 역풍과 무풍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돛을 이용해서 가야하는 장보고 주니어호로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현재 네덜란드의 대형범선이 저희가 하는 일과 같은 탐사를 하기위해 금년 9월에 출항했고 지금은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탐사팀(http://beagle.vpro.nl/ )은 인원도 많고 시설도 더 좋은 대형 범선이지만 저희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료와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수개월간의 힘든 준비과정과 어려움도 여러분의 격려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파도와 힘겨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여수에 도착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멕시코 서해안 마사틀란에서 권영인, 지준명, 권상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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