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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문의 돌팔매질…여배우의 삶을 앗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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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문의 돌팔매질…여배우의 삶을 앗아가다

2010.07.31 00:00
[동아일보] ◇스캔들/하재영 지음/168쪽·1만 원/민음사

배우 신미아가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뉴스가 뜨자마자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천벌 받았다’는 안티들의 댓글이 잇따랐다. 탤런트 이태제와 결혼했지만 배 속 아이는 이태제의 자식이 아니라고들 했다. 몇 달 뒤 이혼했다. 시신을 발견한 이모 씨라는 사람이 신미아와 열애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탤런트 이수빈이 아니냐고들 했다. 기혼자인 이수빈은 별거설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신미아 때문이라고들 했다. ‘…라고들 했다’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누구나 생각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선 온갖 추측이 떠돌아다닌다. 하나의 소문은 쉽게 다른 소문으로 번진다. 어쩐지 그럴듯해 보이면 ‘그럴 거야’라면서 믿어 버린다. 스캔들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발레리나 출신인 하재영 씨의 장편소설 ‘스캔들’은 소문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 이슈가 된 ‘연예인 자살’이 소설의 소재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소재의 이면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배우 신미아가 죽기까지 그의 뒤에 달려 있었던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을 작가는 좇아간다. 온라인 세계에 진입하면서 소문의 파급력은 무시무시한 것이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인터넷의 소문은 “삭제할 수 없다. 소문은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고 전자 기록으로 영원히 보존된다.” 서툰 라이브 공연 동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신미아는 단숨에 유명인사가 됐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스타였다. 그러나 스타가 된 그는 거꾸로 인터넷의 무참한 공격을 받으면서 추락한다. 그의 죽음마저도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낸다. “신미아의 자살은 유통되는 순간 사건이 아니라 상품이 된다. 유통과정에서 의미와 진실은 휘발되고, 자살이라는 기표는 상품으로 소모되고, (신미아의 사인으로 판명된) 우울증은 허술한 인과관계의 주춧돌이 되어 준다.”(평론가 강유정) 작가는 추측이 난무한 블로거들의 포스트를 보여줌으로써, 그 행위에 손쉽게 동참했을지도 모르는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소설의 화자이자 신미아의 고교 동창인 ‘나’는 공교롭게도 대필 작가다. 자신이 글을 써놓고도 자신을 가려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남자들에게 늘 “저 처음이에요”라며 매끄럽게 연기하고, 남편 몰래 애인을 만나는 데도 능란하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게 삶의 이력인 ‘나’와, 구설수에 솔직하게 대처한다는 이유로 내내 욕을 먹었던 신미아를 작가는 대비시킨다. 여고생 시절 신미아의 단짝으로 행세하면서도 신미아에 대한 나쁜 소문을 만들어내는 진원이 됐던 ‘나’는 결국 익명의 가해자였다. 작가는 ‘나’의 모습이 근거 없는 소문을 무책임하게 만들어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냐고 묻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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