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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엔 ‘엘리베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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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엔 ‘엘리베이터’가 있다?

2011.03.08 00:00
[동아일보]

“아마 대통령도 보지 못했을 거예요.”

3일 오후 서울 올림픽대교 북단 600m 지점. ‘안전점검’이라 적힌 작업복을 입은 서울시 교량관리과 직원들이 다리 난간을 뛰어넘었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다리 상판 바로 밑 공간. 정확히는 다리 위에 세워진 4개의 기둥 중 동북쪽 방향 기둥 밑 부분이었다. 이 공간 바닥에 있던 네모난 뚜껑이 열렸다. 상판 밑 공간보다 한 칸 더 아래로 내려가는 지점이다. 직원들은 “이제부터 비밀 공간이 공개된다”며 한 명씩 들어갔다. ○ 아무도 몰랐던 다리 위 엘리베이터 ‘머리 조심’ 표지판 2개를 지나니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엘리베이터였다. 가로 세로 모두 135cm, 높이 186cm 크기의 매우 작은 승강기였다. 무게 400kg까지 견딜 수 있지만 공간이 협소해 보통 2명, 많게는 3명까지만 탈 수 있다. 다리 기둥 속 엘리베이터는 ‘점검용’으로 2003년 처음 만들어졌다. 점검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다리 위 약 60m 상부(지상에서 88m 위)에 있는 횃불 모양의 조형물과 주탑 내부가 파손됐는지, 누수가 있는지 등을 육안으로 점검한다. 특히 판을 지탱하는 48개의 케이블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올림픽대교는 국내 최초로 건설된 사장교(斜張橋·탑에서 비스듬히 친 케이블로 상판을 지탱하는 구조)로 케이블이 곧게 뻗어 있는지 주탑 꼭대기에 올라가 수시로 살펴야 한다. 케이블 장력이 균일하지 않으면 다리가 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오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교량총괄팀장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교량 유지 관리 전담반이 꾸려지는 등 다리 점검이 중요해졌다”며 “올림픽대교는 케이블 장력을 수시로 살펴야 하기 때문에 점검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던 14년 동안은 점검반이 60m 위를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했다. 직원 2명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 ‘철커덕’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올라갔다. 1분에 12m를 올라가는 속도여서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올림픽대교를 지탱하는 기둥이 18도 기울어져 있어 엘리베이터는 수직이 아닌 18도로 비스듬히 올라갔다. 내부에는 ‘현재 높이’를 나타내는 표시등과 무게 표시등이 함께 붙어 있었다. ○ 저마다 사연 깊은 한강 다리들 높이 표시등이 ‘59’(59m)를 가리키자 엘리베이터는 멈춰 섰다. 기둥이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기 때문에 승강기가 올라갈 수 없다. 나머지 약 20m 구간은 예전 방식대로 벽에 붙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24개 케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연결 지점을 지나니 올림픽대교 꼭대기인 주탑 정상에 도착했다. 500여 개의 파이프가 휘감긴 횃불 조형물이 있는 이곳은 점검반 직원들에겐 ‘전망대’로 불린다. 정 팀장은 “‘다리 위 엘리베이터’라는 주제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려 했으나 안전상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대신 경희대 등 토목공학 관련 대학생과 교수 등에게 1년에 두 차례 다리 안전에 관한 현장 학습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엘리베이터 시승을 체험할 수 있도록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한강 위에 세워진 다리는 공사 중인 암사대교와 월드컵대교까지 합쳐 총 31개. 이 중 서울시가 담당하는 다리는 22개다. 서울시는 교수 및 교량 전문가들을 초빙해 ‘1인 1시설물’ 전담 주치의 제도를 두고 다리를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시는 민간기업(동아건설)이 만들어 통행료를 받았던 원효대교부터 다리 중 가장 비싸게 지은 일산대교(2335억 원), 유일한 보행자 중심 다리로 재개통된 광진교 등 다리에 담긴 각각의 사연들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김범석 동아일보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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