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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식 화장실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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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식 화장실의 대안

2001.12.10 13:52
사람에게 밥 먹고 똥 싸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밥을 먹고 그 밥을 똥으로 만들어 배설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고 해서 지나칠 것은 없다. 이처럼 잘 먹는 것 못지 않게 잘 싸는 일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선남선녀들은 마치 자신들이 똥이나 오줌을 싸지 않고 사는 것처럼 생각한다. 똥과 오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더러운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화장실의 변기에 앉아 일을 보고 물을 내리고 나면 배설한 사실 자체를 잊고 싶어한다. 수세식 변기는 1596년 영국에서 발명됐다. 물을 매개로 싸는 곳과 씻는 곳이 하나의 공간에 통합되면서 좌변기 세면기 욕조로 구성된 화장실이 등장했다. 이러한 서구식 화장실은 1962년 서울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전통 한옥에서조차 우리나라의 재래식 뒷간을 몰아냈다. 전통 뒷간에서는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했지만 대부분의 뒷간이 수세식 화장실로 개조되면서 사람의 똥은 거름으로서 효용성을 상실하고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됐다. 분뇨는 훌륭한 퇴비자원이지만 물과 합류되는 순간 오물 덩어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수세식 화장실은 분뇨 처리에 엄청난 양의 물을 낭비한다. 수세식 변기의 1회 물 소비량은 8~15리터이다. 하루에 다섯번 정도 사용하므로 한 사람이 50리터쯤 소비한다. 여자들은 자신의 배뇨 소리가 남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물소리로 은폐하기 때문에 남자보다 2.5배가량 더 쓴다고 한다. 어쨌든 수세식 화장실의 물 낭비는 지구촌의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부채질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수세식으로 내려진 분뇨는 수질 오염의 빌미가 된다. 분뇨는 정화조에 들어가 희석된 뒤 하천으로 흘러 가는데, 이 희석수에는 대장균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하수관으로 흘러든 희석수로 말미암아 도시의 하수가 온통 병원균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수세식 화장실의 물 낭비와 수질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을 가급적이면 덜 사용하는 환경친화적인 뒷간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 서구에서는 분뇨를 발효시켜 퇴비로 전환하는 재래식 뒷간을 좌변기, 저장탱크, 배기팬 등 현대식 구조로 바꾼 자연발효 화장실을 최선의 대안으로 연구하고 있다. 가령 영국의 대안기술센터(CAT)는 다양한 종류의 자연발효 화장실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귀농운동본부 중심으로 수세식 화장실의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 참고자료 △영국의 대안기술센터 홈페이지 www.cat.org.uk △전국귀농운동본부 홈페이지 www.refarm.org ※ 이 내용은 '한겨레신문'에 '이인식의 과학나라' 코너로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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