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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청소기는 진드기 최고의 서식처’…과학이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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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청소기는 진드기 최고의 서식처’…과학이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

2012.09.09 00:00
“비밀은 비밀이라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비밀은 알게 된 순간부터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현상의 비밀을 밝힌 책 ‘시크릿 하우스’는 독자에게 꽤나 큰 희생을 요구한다. 이 책은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아,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책장을 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하루 동안 우리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설명해 주겠다는 데 누가 열어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생각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현상을 알게 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 책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온 집에 흩어져 있는 진드기의 존재를 환기시켜 준다. 침대나 가구, 마루 등 사람이 지나간 곳에는 셀 수도 없는 진드기가 살고 있다. 매트리스 먼지 10g마다 약 1만5000마리가 있는 꼴이니 더블침대라면 200만 마리가 살고 있을 거라는 퍽이나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어 있다. 이들이 영양분으로 삼는 것은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오는 각질 가루. 침대에서 뒤척일 때, 옷을 입을 때 심지어 가만히 서 있을 때도 우리 몸에선 끊임없이 각질이 흘러나온다. 진드기는 이 각질을 먹고 소화시켜 하루에 20덩이의 배설물을 꼬박꼬박 내보낸다. 배설물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닌다. 자라는 진드기가 탈피 과정에서 내버린 껍질이나 바싹 마른 진드기의 시체도 함께 떠다닌다. 이들을 말끔하게 빨아들이기 위해 발명된 진공청소기는 실상 진드기에겐 최고의 서식처가 된다. 수많은 각질들이 더 없이 몰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들은 집진 봉투 밖을 빠져나가진 못한다. 문제는 청소기가 일으키는 압력이 집진 봉투에도 작용해 미세 먼지를 내뿜는다. 미세 먼지까지 잡아주는 망이 있더라도 청소기 모터가 내품는 바람은 바닥에 고이 내려 앉아 있던 물질들을 공중으로 흩뿌려놓는다. 청소기를 ‘인간이 아는 가장 탁월한 미세 먼지 구름 생성기’라고 표현한 물리학자의 말이 인상 깊다. 물론 이 책이 고발 프로그램처럼 불편한 진실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아~ 그랬구나’ 할 만큼 유용한 정보도 있다. 예를 들어 고요한 밤, 가구나 나무 바닥에서 나는 끽끽 하는 소리의 정체는 수증기다. 나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증기를 머금어 부풀어 있다가 밤새 마르면서 이 같은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샴푸나 비누의 원리에서 새로운 지식을 쌓고, 밝게 빛나는 전구와 커피 잔에 이는 소용돌이를 통해 어렵게만 생각했던 물리학을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배움에 대한 욕구, 앎이 주는 쾌락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바이블’과 같다. 침실에서 거실, 욕실에서 부엌, 현관과 정원 등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철저히 분석하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집안에 언제나 ‘왜요’를 달고 사는 아이가 있다면 또는 그런 아이를 키울 예정이라면 이 책을 미리 읽어두는 것도 좋다. 물론 아이의 상상력은 이 책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테지만 웬만한 아이의 공격은 거뜬히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에서 얻은 지식을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안다고 해서 여기저기 퍼뜨렸다간 잔소리가 될 수 있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괜히 ‘비밀’이라는 단어를 쓴 게 아니다. 이 지식을 본인에게 적용하는 것도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분명 결벽증으로 몰아갈 테니 말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비밀에 수반되는 희생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나왔다는 ‘희망’ 덕분이다. 그 희망은 바로 ‘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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