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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 전설 깃든 미륵사지석탑, 1400년 만에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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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 전설 깃든 미륵사지석탑, 1400년 만에 재탄생

2016.12.16 07:54
내년 하반기 20년 만에 복원 완료

 

미륵사지 석탑 보수 전과 보수 후의 모습. - 문화재청 제공
미륵사지 석탑 보수 전과 보수 후의 모습. - 문화재청 제공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적국인 백제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노래가 퍼졌다. 왕은 마침내 공주를 귀양 보내고, 기다리던 서동은 공주와 백제로 돌아가 왕(무왕)과 왕비가 됐다.’


백제 민요 ‘서동요’의 줄거리다. 단순한 ‘러브스토리’ 같지만 국보 11호인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석탑과 관련이 있다. 백제 멸망 무렵, 미륵사를 지키기 위해서 신라와 관련이 있는 사찰인 것처럼 소문을 냈다는 전설이다.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이 지은 미륵사지석탑은 9층 규모였지만, 현재는 파괴돼 6층까지만 남아있다. 이 석탑을 보전하기 위해 1998년부터 보수를 해왔다. 당초 작업기간인 10년을 훌쩍 넘긴 2017년 하반기, 미륵사지석탑은 ‘과학’의 도움을 받아 다시 태어난다. 미륵사지석탑의 최종 복원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익산의 미륵사 현장을 찾았다.

 

●석재 3000여 개 레이저 장비로 스캔


미륵사지석탑 복원의 최대 난관은 참고할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 2009년 석탑 1층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를 통해 건설 시기가 639년이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초기 모습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문화재청과 전북도는 국립문화재연구소(문화재연) 연구진을 주축으로 ‘미륵사지석탑보수정비단’(정비단)을 꾸리고 복원에 들어갔다. 훼손이 심각했다. 일제강점기 때 막무가내로 보강한 콘크리트가 탑의 절반을 덮고 있어 흉물스러웠다. 정비단은 남아있는 탑의 구조를 꼼꼼히 파악해 최대한 과학적으로 원형을 추정하기로 했다. 원형을 도저히 알 수 없는 7~9층은 새로 만들지 않고 6층까지만 복원하기로 했다.


정비단은 우선 남아있는 석탑을 완전히 해체했다. 탑 뒤쪽을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망치와 정, 치과용 드릴을 이용해 깎아냈다. 이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석재는 모두 3000여 개. 정비단은 해체 순서를 모두 기록하고, 3차원 스캐너로 석탑의 전체 구조 형상은 물론 해체한 석재 하나하나를 모두 입체 영상으로 촬영했다. 3차원 스캐너는 레이저를 쏴 물체에 부딪혔다가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물체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장비다. 석탑 부지 전체(156.25㎡)를 한 번 스캔하는 데 30~40분 걸린다. 정비단은 해체 과정에서 스캔을 수백 번 반복해 정밀한 석탑 영상을 얻어냈다.


이와 동시에 1300년이 넘은 석재의 보수작업도 진행됐다. 탑에서 나온 석재는 깨끗이 씻고, 파인 부분은 돌가루로 메웠다. 미세한 균열이 있으면 ‘에폭시’ 등으로 균열 부위를 채웠다. 크게 부서진 석재는 부근 채석장에서 강도와 성분이 가장 비슷한 화강암을 구해 와 티타늄 봉을 박아 본래 형태에 가깝게 다시 만들었다. 내부에 봉을 잘못 박으면 석재에 금이 갈 수 있었다. 따라서 실험용 화강암에 실제로 봉을 박아 가면서 최적의 위치와 개수를 찾았다. 16년째 보수작업에 참여 중인 김현용 문화재연 학예연구사는 “수가 많다고 무조건 튼튼해지는 게 아니라서 최적의 수와 위치를 매번 일일이 계산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내 석탑 복원기술 발전 이끌어


석재 보수가 끝나고 탑을 다시 쌓는 작업이 시작된 건 2013년 11월. 정비단은 해체 작업 중 얻은 3차원 데이터를 분석해 정밀한 모형을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탑을 설계했다. 본격적인 조립에 앞서 지반 보강 공사가 선행했다. 1㎡마다 1만 번씩 두드려 다지는 평탄화 작업을 하고 석탑을 받치는 돌을 깔았다.


정비단은 현재 석탑 2층 상단부를 조립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6층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김 연구사는 “계획보다 작업이 늦어졌지만 수백 년 뒤 후손도 볼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역사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비단은 미륵사지석탑 복원작업은 국내의 석탑 복원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강조한다. 복원 초기에는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앞선 기술을 배워왔고, 국내 사정에 맞는 새로운 신기술을 개발할 때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얻은 특허만 다섯 건이다. 김 연구사는 “최근엔 국내 다른 석탑 보수공사 때도 미륵사지에서 얻은 노하우가 쓰이고 있다”며 “석재 복원 경험이 많은 캄보디아나 베트남 전문가들도 미륵사지석탑 복원 기술을 배우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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