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2) 펨토초레이저로 화학반응의 명장면을 포착한 화학자 아흐메드 즈웨일

통합검색

[2016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2) 펨토초레이저로 화학반응의 명장면을 포착한 화학자 아흐메드 즈웨일

2016.12.27 09:00

지난 네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다. 어느새 2016년도 달력도 마지막 달만 남았다. 올 한 해 동안에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다.


올해 ‘네이처’에는 20건, ‘사이언스’에는 8건의 부고가 실렸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7명이다. 결국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1명이 된다. 이들의 삶과 업적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지난 1월 24일 작고한 마빈 민스키의 경우는 1월 27일자 동아사이언스 기사로 대신한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음에도 노벨상을 향한 우리나라사람들의 한은 아직 안 풀린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꿈꾸는 노벨상은 노벨과학상이 아닌가 싶다. 1999년 아랍권 최초로 노벨과학상을 받은 화학자 아흐메드 즈웨일(Ahmed Zewail)이 지난 8월 2일 70세에 타계했다.

 

 

아흐메드 즈웨일 - 칼텍 제공
아흐메드 즈웨일 - 칼텍 제공

 

1946년 이집트 다만후르에서 태어난 즈웨일은 알렉산드리아대에서 화학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69년 장학금을 받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이집트는 소련과 더 가까웠기 때문에 흔치 않은 경우다. 이곳에서 그는 분광학을 연구했고 1976년 칼텍에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 1990년대에 걸쳐 즈웨일은 자신이 명명한 ‘펨토화학(femtochemistry)’ 분야를 개척했다. 펨토는 10의 -15승을 뜻하는 접두어로, 펨토화학은 펨토초 단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하는 화학이라는 뜻이다. 화학반응은 반응물에서 생성물이 나오는 과정으로 보통 ‘전이상태’라고 부르는 중간단계를 거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워낙 짧은 시간이라 그때까지 누구도 이 단계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즈웨일은 펨토초 수준의 극도로 짧은 펄스를 낼 수 있는 레이저를 개발해 처음으로 반응의 중간생성물 구조를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이 업적으로 즈웨일은 1999년 노벨화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즈웨일은 1976년 가장 존경하는 화학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있는 칼텍의 교수가 돼서 무척 기뻐했고 그 뒤 폴링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1990년 라이너스 폴링 석좌교수가 만들어졌을 때 그 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렸다. 참고로 폴링은 1994년 93세에 타계했다.

 

노벨상 수상으로 특히 아랍권에서 유명인사가 된 즈웨일은 낙후된 중동의 과학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또 2009년부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2011년 이집트혁명 기간 동안 즈웨일은 민주화와 사회, 경제의 변화를 촉구하는 학생들을 지지했다.

 

2000년부터 추진해온 과학기술대 즈웨일시티의 10월6일시(6th of October City) 캠퍼스가 2013년 마침내 문을 열었다. 중동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즈웨일의 죽음으로 중동 과학의 봄이 제대로 꽃필 수 있을지 걱정이다. 8월 2일 그가 죽은 뒤 주검은 조국 이집트로 옮겨져 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 7일 매장됐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0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