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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메아리로 질병의 정확한 위치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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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메아리로 질병의 정확한 위치 찾아낸다

2018.01.04 03:00
음파 산란시키는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초음파로 탐지


빛을 매개로 하는 현재의 이미지 기술은 피부 표면에서 수 ㎝ 이상 깊은 곳에 자리한 개별 세포들의 활동양상을 제대로 찍을 수 없다. 빛이 세포층을 통과하며 변질되기 때문이다. 빛 대신 소리를 이용하는 기존의 초음파 기술 역시 세포 수준의 미생물을 관찰할 수는 없었다. 임산부가 초음파를 통해 태아를 관찰하려해도 수정후 약 40일이 지나 배아세포가 분화돼 2~3㎜ 이상 크기가 돼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존의 이미지 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미생물의 생활상을 확인하는 길이 열렸다. 초음파기 기기로 탐지할 수 있도록 음파를 산란시키는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그 움직임을 엿보는 기술이 나온 것이다.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제공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화학공학과 레이몬드 보데우 교수팀이 장내에 떠다니는 일부 미생물 속에 가스 운반체의 유전자를 조합, 외부에서 오는 음을 산란시켜 초음파에 탐지되는 대역의 음을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살아있는 미생물을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3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장내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미생물은 약 200㎚(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세포 내 소기관인 가스 운반체 단백질을 발현시켜 부력을 조절해 수중 생활을 한다. 바실리우스 메가테리움(Bacillus megaterium)과 일부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um Anavaena flos-aquae) 종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미생물 속 가스 운반체가 소리를 산란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가스 운반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그룹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가스 운반체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이 ‘GvpA’이며, 여기에 ‘GvpC’ 등 다양한 2차 단백질들이 결합돼 있음을 밝혔다. 특히 시아노박테리아에서 발현된 가스 운반체의 단백질 GvpA가 소리를 산란시켜 메아리를 만드는 효과가 큰 것을 확인했다. 초음파 기기에 더 잘 포착되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가스 운반체를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미생물에서 가스운반체를 이루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그룹을 통틀어 ‘음파전달 유전자(arg-1)’라 명명했고, 최적의 소리 전달 효과가 나는 가스 운반체를 생성하도록 여러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합했다.

 

음파전달유전자(arg)-1을 넣은 미생물에서 성능이 개량된 가스운반체가 발현되면, 이 가스운반체가 음파를 산란시키고 산란된 음파가 초음파기기에 전달된다. 다만 초음파에서 발생한 음파의 압력이 너무 세면 가스 운반체가 터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제공
음파전달유전자(arg)-1을 넣은 미생물에서 성능이 개량된 가스운반체가 발현되면, 이 가스운반체가 음파를 산란시키고 산란된 음파가 초음파 기기에 전달된다. 다만 초음파에서 발생한 음파의 압력이 너무 강하면 가스 운반체가 터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제공 

쥐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서로 다른 색의 형광 단백질을 발현시킨 두 종의 미생물을 초음파 이미지로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미생물이 생체 안에서 1㎖당 500만 개 이하의 세포 농도로 존재할 때그 위치와 움직임을 초음파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다. 이는 가로 세로 100㎛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되는 공간에 약 100개의 세포가 있는 정도의 밀집도다. 이를 초과하면 이미지의 해상도가 떨어진다.

 

보데우 교수는 “적절한 해상도를 얻기 위해 세포 농도뿐 아니라 가스 운반체가 터지지 않도록 소리의 세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를 최적화해 장내 다양한 미생물의 활동 관찰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암이나 질병이 발생한 부위를 치료하는데도 유용할 전망이다. 약물을 정확하게 투입하려면 특정 질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미생물의 위치와 역할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보데우 교수는 “미생물은 위치별로 주변 세포와 상호 작용하는 양상이 다르다”며 “(이 기술로) 생체 내 미생물의 활동을 확인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약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로 다양한 미생물이 장내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 양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제공
이 기술로 다양한 미생물이 장내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 양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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