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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억원 쏟은 파이로프로세싱 2020년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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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억원 쏟은 파이로프로세싱 2020년 중단 위기

2018.12.10 18:15
‘미래 원자력 안전역량 강화방안’ 발표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고리 1호기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지난해 6월 가동 40년 만에 영구정지됐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고리 1호기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지난해 6월 가동 40년 만에 영구정지됐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지난 20여 년 동안 약 6800억 원을 들여 개발해온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이 2020년을 끝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내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원자력 기술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미래 원자력 안전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의 경우 국회 결정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개발(R&D)은 지속하되, 실증로는 건설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현재로서는 실증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장반감기 핵종을 분리해 독성을 낮추고, 이를 차세대 원전인 SFR의 연료로 재처리하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로 줄이고 방사능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정부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파이로프로세싱·SFR 연구개발사업에 6794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탈원전 시민단체는 파이로프로세싱이 원전 운영을 전제로 하는 기술이라는 점 등을 들어 사업 중단을 요구해 왔다. 국회에서도 기술의 실현 가능성, 투자 대비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반발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 재검토 과정을 거쳤지만, 당시 재검토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20년까지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 연구로에서 내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수행되는 마지막 3단계 연구는 약 3조6000억 원 규모의 파이로프로세싱 실증로 건설 및 운영 타당성을 검증하는 연구다. 하지만 연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가 이후 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셈이 됐다.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소(수조). 현재까지 누적된 사용후핵연료는 1만5000t에 이른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소(수조). 현재까지 누적된 사용후핵연료는 1만5000t에 이른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안이 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이 선택지에서 사라질 경우, 사용후핵연료는 직접 처리(단순 매립) 방식으로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축적된 사용후핵연료는 약 1만5000t이다.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인 탈원전 계획이 그대로 실현된다고 해도 마지막 원전이 중단되는 2070년까지 2만5000t이 추가로 더 생긴다.

 

정부는 처분 방식이 결정되기 전까지 일단 원전 습식저장조(수조)에 임시 저장한다는 방침이지만, 2024년이면 고리 1·2·3·4호기와 신고리 1·2·3호기의 수조가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른다. 현재 운영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신고리 4호기 수조와 신설되는 임시 건식저장조를 합하더라도 수년 정도가 한계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사용후핵연료 취급기술과 운반·저장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처분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기술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대안기술에 파이로프로세싱은 포함되지 않는다. 과기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한꺼번에 땅 속 깊숙히 묻는 방식만 고려되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얕게 여러 층에 걸쳐 매립하는 등 다양한 처분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며 “사용후핵연료의 발생부터 처분까지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안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할 예정인 ‘원자력 안전혁신 프로젝트’ 개념도. -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추진할 예정인 ‘원자력 안전혁신 프로젝트’ 개념도. -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편 이날 발표된 미래 원자력 안전역량 강화방안은 원전 설계, 건설, 운영 등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국내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자력 안전기술을 고도화 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시장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마련됐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대형 시설 없이도 원전 안전을 원격으로 정밀 진단할 수 있는 ‘가상 원자로’를 개발할 계획이다. 2021년까지 각종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1세대 가상원자로를, 2031년까지 2세대 가상원자로를 구축한다.

 

재난용 구조 로봇과 드론 등을 활용한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별 여건에 맞는 ‘한국형 통합 방사능 방재 체계’도 구축한다. 국내 연구기관 등에 ‘원자력 안전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할 ‘원자력 첨단융합 연구실’(가칭)을 설치하고 △지능형 원전 안전운전 지원 △첨단기술 융합 방사능 사고대응 등 2개 분야에서 시범 프로젝트도 운영할 예정이다. 그 밖에 원자력 안전기술 역량이 있는 대학 등을 ‘혁신연구센터’로 지정해 미래 수요에 대응할 인재를 양성하고, 국제협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7년 간 약 67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추후 상세 기획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 원자력 안전 분야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후쿠시마 등 해외 중대사고, 규모 5.0 이상의 국내 지진 발생 등으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원자력 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같은 청정에너지 비중을 높여가는 에너지 전환 정책 하에서도 앞으로 최소 60년간 운영될 국내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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