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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갔다'하는 신종 코로나 전파력…"데이터 부족이 상황인식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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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갔다'하는 신종 코로나 전파력…"데이터 부족이 상황인식 왜곡"

2020.02.03 16:00
재생산지수 1 이하일 때 비로소 통제
중국의 폐렴 치료 지정 병원인 푸저우시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 중인 모습이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중국의 폐렴 치료 지정 병원인 푸저우시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 중인 모습이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제공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2일 기준 1만5000명이던 환자는 이튿날인 3일 1만731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새 약 2318명 환자가 추가된 것이다. 이미 이달 1일부터는 매일 약 2000명의 추가 환자가 발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의 주범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낮다"는 성급하고 안일한 판단을 꼽고 있다.  


가브리엘 릉 홍콩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의 발병 데이터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R0)를 분석한 결과 2.47~2.86으로 나왔다고 국제학술지 ‘랜싯’ 이달 1일자 발표했다. R0는 전염병의 사람 간 전파력을 나타낸 수치로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숫자가 높을수록 빠르게 확산된다는 뜻이다. R0가 2.47~2.86라는 건 환자 1명이 최소 2.47명에서 최대 2.86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결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R0 수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WHO는 지난달 22일과 23일에 걸쳐 소집한 긴급위원회에서 1.4~2.5의 R0수치를 내놓았다. 지난 2002~2003년 전 세계 37개국으로 확산해 감염자 8000명, 사망자 774명을 낳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R0는 2~5, 2015년 한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0.4~0.9였다. WHO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을 사스보다 낮게, 메르스 보다는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WHO와 홍콩 연구팀의 이런 R0 수치를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독감과 비슷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별로 큰 우려를 할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WHO가 발표한 R0 수치는 어디까지나 예비 추정치다. 확정된 R0 수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더 정확한 수치를 내놓기 위해 ‘WHO 협력 센터’에 속한 전세계 800여개 연구기관 및 대학 등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릉 교수 연구팀도 WHO 협력센터에 속한다. WHO 협력센터에 속한 또 다른 연구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공중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은 우한 폐렴의 재생산지수를 1.5∼3.5로 추산했다.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3.6~4.0,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2.0~3.3,  중국 시안교통대는 6.47,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은 1.4~3.8의 수치를 내놓았다. WHO부터 각국의 연구팀까지 모두 R0수치가 엇갈리고 있다. 


R0 수치가 엇갈리는 것은 발병 초기 과학자들이 얻을 수 있는 관련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다. 또 발표된 대부분의 R0 수치들이 우한에 한정돼 추정한 값이란 문제점도 있다.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문제다. 무증상 감염이 인정되면 R0 추정법의 양상도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데이터 부족은 바이러스를 이해하는데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여러 연구팀의 R0 수치와는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실제 전파속도는 무척이나 빠르다. 사스는 9개월에 걸쳐 전 세계 8096명의 환자를 발생시켰지만 이번 바이러스는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전 세계 약 1만7318명을 감염시켰다. 가족 내 혹은 식당과 같은 지역사회에도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우한에서 온 3번 확진 환자와 함께 식사를 한 6번 환자가 감염됐고, 그 6번 환자는 자택으로 돌아가 부인과 아들을 감염시켰다. 


WHO는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추가 환자발생을 막기 위한 능동 감시와 조기 식별, 격리, 관리, 접촉자 추적과 같은 방역 대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낸시 메쏘니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면역및호흡기질환센터 국장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R0 수치가 1 아래일 때 비로소 질병이 통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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