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표지로 읽는 과학] ‘텅빈 우주 아닌 이유’ 중성미자 관측에서 단서 찾다

통합검색

[표지로 읽는 과학] ‘텅빈 우주 아닌 이유’ 중성미자 관측에서 단서 찾다

2020.04.18 10:23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이번주 ‘네이처’ 표지에는 거대한 원통 안에 물이 담긴 것 같은 일본의 중성미자 관측시설 ‘슈퍼 카미오칸데’의 내부 모습과 함께 ‘거울이 깨졌다(The Mirror Crack’d)’라는 말이 실렸다. 거울은 좌우만 반전됐을 뿐, 나머지 요소는 모두 똑같은 ‘대칭’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물이다. 거울의 대칭이 깨졌다는 말은, 똑같아야 하는 거울 속 영상이 이제 더 이상 원본과 똑같지 않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안경을 낀 사람이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 영상에는 안경 대신 모자가 추가돼 있는 경우와 같다. 그 거울 속의 나는 더 이상 실제 나와 밀접한 관련이 없다.

 

이번 호 네이처 표지 논문은 입자물리학에서 이렇게 대칭이 깨져 사라져 버린 현상을 관측으로 확인한 연구를 다루고 있다. 

 

일본과 미국, 스위스, 영국, 폴란드, 프랑스 등의 연구자 500여 명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인 ‘티투케이(T2K)’ 협력단은 슈퍼 카미오칸데를 이용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 중 세 개를 차지하는 중성미자와, 이들과 전기적 성질이 반대인 입자(반입자)인 반중성미자를 9년간 관측했다. 그 결과 이들 사이에 ‘전하반전성(CP)대칭’이라고 부르는 물리학적 대칭이 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15일 ‘네이처’에 실렸다.

 

중성미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데다 질량이 아주 작고,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도 거의 하지 않아 ‘유령입자’라고 불리는 기본입자다. 우주의 구성과 움직임을 설명하는 현재까지 가장 정교한 물리이론인 표준모형에 등장하는 기본입자 17개 가운데 세 개가 중성미자다. 각각 전자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비율이 바뀌는 이상한 특성이 있다. ‘중성미자 진동변환’이라고 부르는데, 각각의 중성미자 중 일부가 다른 중성미자로 변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증명한 영국과 일본 연구자들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각 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되는 비율은 정해져 있다. T2K 연구팀은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에서 이런 특성이 같을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슈퍼 카미오칸데에서 295km 떨어진 일본 대강도양자가속기시설(J-PARC)에서 발생한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를 관측했다.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는 반응성이 거의 없어 슈퍼 카미오칸데 내부의 물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일부가 드물게 물과 반응하면 빠른 입자가 발생하는데, 이 입자의 물 속 속도가 광자의 물 속 속도보다 빨라지면 빛이 나온다. 물에서 빛의 속도는 원래 광속의 75% 정도로 느려진다. 중성미자 종류에 따라 특성이 모두 다르다.

 

슈퍼-카미오칸데가 대기의 중성미자를 탐지해 진동변환을 증명한 실험 과정을 요약했다. 탱크 안에서 중성미자가 물 분자와 충돌할 때 빠르게 대전된 입자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체렌코프 복사가 발생하며, 이는 빛 센서에 의해 측정된다. 체렌코프 복사의 형태와 강도는 이 반응을 일으킨 중성미자의 종류와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드러낸다. 위로부터 슈퍼-카미오칸데에 도착한 뮤온-중성미자는 전체 지구에서 이동해온 것 보다 더 많았다. 이것은 오래 이동해온 뮤온 중성미자가 그동안 다른 성질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번 실험에서는 295km 떨어진 J-PARC에서 만들어진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를 탐지해 두 입자의 진동변환 특성이 다름을 추정해 대칭 깨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추가 데이터가 쌓이면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벨재단 제공
슈퍼-카미오칸데가 대기의 중성미자를 탐지해 진동변환을 증명한 실험 과정을 요약했다. 탱크 안에서 중성미자가 물 분자와 충돌할 때 빠르게 대전된 입자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체렌코프 복사가 발생하며, 이는 빛 센서에 의해 측정된다. 체렌코프 복사의 형태와 강도는 이 반응을 일으킨 중성미자의 종류와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드러낸다. 위로부터 슈퍼-카미오칸데에 도착한 뮤온-중성미자는 전체 지구에서 이동해온 것 보다 더 많았다. 이것은 오래 이동해온 뮤온 중성미자가 그동안 다른 성질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번 실험에서는 295km 떨어진 J-PARC에서 만들어진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를 탐지해 두 입자의 진동변환 특성이 다름을 추정해 대칭 깨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추가 데이터가 쌓이면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벨재단 제공

연구팀은 JPARC를 조절해 뮤온 중성미자와 뮤온 반중성미자를 각각 발생시키게 한 뒤 슈퍼 카미오칸데에서 관측했다. 9년간 이들이 진동변환돼 형성된 총 90개의 전자 중성미자와 15개의 전자 반중성미자를 관측했다. 그 뒤 뮤온 중성미자와 뮤온 반중성미자가 각각 전자 중성미자와 전자 반중성미자로 똑같은 비율로 변환될 때 관측되는 물리값과, 이들이 서로 다른 비율로 변환될 때의 물리값을 계산으로 구한 뒤, 이를 실제 관측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이 물리값이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진동변환 비율이 같을 때(CP대칭을 유지하고 있을 때) 가져야 할 이론상의 값 영역에 들어가지 않을 확률이 99.7%(3시그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리학에서 현상을 관측을 통해 확인했다고 인정하는 확률인 5시그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성미자의 진동변환이 반중성미자보다 많이 발생하고 CP대칭 깨짐 현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중성미자 관측이 워낙 드물게 관측되는 현상이라 3시그마의 통계적 정확도를 얻는 데에도 9년이 걸렸다”며 “장비를 업그레이드했으므로 추가 연구에서는 좀더 빨리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확실히 CP대칭 붕괴를 관측하겠다”고 말했다.

 

물질과 반물질의 CP대칭성 깨짐은 물리학은 물론 천체물리학과 우주론에서도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물질과 반물질,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쌍소멸’이라는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입자가 사라지고 에너지로 변환된다. 만약 우주 탄생 초기에 입자와 반입자가 대칭성을 가져 같은 수로 만들어졌다면 현대 우주에서처럼 물질로 된 천체와 은하는 만들어지지 못하고 텅빈 우주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 초창기 어느 순간 입자와 반입자의 대칭성이 깨졌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이론이 입자물리학 관측을 통해 입증될 가능성을 높였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3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