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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물원 생활]사자 '도도'는 왜 입맛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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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물원 생활]사자 '도도'는 왜 입맛을 잃었나

2020.08.08 15: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 1월 17일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모처럼 가족 여행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동물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자 도도가 심하게 구토를 한다는 겁니다. 급히 차를 돌려 청주동물원으로 향했습니다. 도도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실 보름 전인 1월 2일, 이미 도도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더운 여름을 빼고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사자가 갑작스럽게 아무것도 먹지를 않는 겁니다. 경험이 많은 사육사는 도도에게 이상이 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챘습니다. 


저는 마취 주사를 쏴 도도를 잠에 들게 한 뒤, 사육사와 함께 도도에게 다가갔습니다. 손을 대 보니 도도의 몸이 펄펄 끓었습니다. 체온계가 40℃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급히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수액과 해열제를 놔 주었고, 채취한 혈액을 동물병원으로 보냈습니다. 30분 뒤 무전을 통해 검사 결과가 전달되었는데, 병원균의 침입으로 백혈구 수치가 높다고 나왔습니다. 배꼽 아래 자궁이 있는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니 딱딱한 이물이 만져졌습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복부초음파를 해봐야 했습니다. 


1월 16일, 충북대 수의대 영상진단학 장동우 교수님의 협진으로 도도의 자궁을 초음파로 검사했습니다. 결과는 자궁축농증이었습니다. 자궁축농증은 임신과 출산 경험이 없는 암사자에게 주로 발생합니다. 궁 안에 세균이 증식하고 농이 가득 차올라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질환입니다. 농 때문에 도도의 배에 딱딱한 이물이 만져졌습니다. 이를 제거해야 했지만 선뜻 수술을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자의 복강을 연다는 것은 사자의 생명을 담보하는 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약물을 투여하며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다음 날 터졌습니다. 주말이라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도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계속 구토를 한 것입니다. 급히 수술 계획을 세웠고, 동물원의 팀원들과 각자 해야 할 일을 나누었습니다. 대형 고양잇과 복강수술을 해 본 서울과 대전의 동물원 수의사들에게 조언도 구했습니다. 이전에 사자의 복강수술을 위해 배의 정중앙을 절개하고 봉합한 적이 있는데, 회복 과정에서 봉합한 부분이 터졌다는 실패담을 들었습니다. 원인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은 배의 압력이 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충북대학교 수의대 산과 강현구 교수님과 상의 한 끝에 도도의 배 대신 옆구리를 절개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수술을 앞둔 전날 밤, 도도는 뜨거운 열 때문인지 차가운 바닥에 힘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동물원 수의사 일지 "내 최초 대형 고양잇과 복강 수술 성공" 

# 2020년 1월 18일, 수술로 한고비 넘기다

 

산과 교수님의 수술장면. 수의산과학이란 인간으로 보면 산부인과와 같은 수의학 분야. 동물의 번식, 출산, 관련 질환 등을 다룬다. 청주동물원 제공
강현구 교수(충북대 수의대 산과)의 수술장면. 수의산과학이란 인간으로 보면 산부인과와 같은 수의학 분야. 동물의 번식, 출산, 관련 질환 등을 다룬다. 청주동물원 제공

통증으로 예민해진 도도를 마취시킨 뒤, 동물원 내 동물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장시간의 수술이 예상되기 때문에 도도의 호흡 기관에 튜브를 꽂고 호흡 마취를 시작했습니다. 충북대학교 산과 강현구 교수님은 계획대로 옆구리 쪽을 절개했습니다. 상처가 빨리 치유되도록 최소한으로 절개했습니다. 복부를 열자 파열된 자궁이 보였고, 안에 들어있던 농이 터져 나와 있었습니다. 수술이 며칠 더 늦어졌다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데워진 생리식염수로 복강 안을 씻어내고, 석션기로 농을 빨아들이기를 5차례 반복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궁을 몸에서 떼어냈습니다. 이후 절개 부위가 터지지 않게 가장 두꺼운 실로 여러 번 봉합하였습니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은 예민해서 통증이나 치료 중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기 질병이 생기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강하고 지속적인 진통 효과가 있는 붙이는 마약성 패치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몸이 유연한 도도가 맘만 먹으면 마약성 패치를 떼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고민 끝에 마약성 패치를 도도의 등 피부에 넣고 봉합했습니다. 마약성 패치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도도는 며칠 동안 움직임도 거의 없이 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봉합한 상처가 붙는 중요한 시기였기에, 몽롱한 상태로 지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 2020년 2월 4일, 다시 찾은 도도의 식욕

 

충북대학교 수의대 영상진단학 장동 우 교수님의 협진으로 도도의 자궁을 초음파로 검사하는 모습. 결과는 자궁축농증이었다. 청주동물원 제공
도도의 자궁을 초음파로 검사하는 모습. 결과는 자궁축농증이었다. 청주동물원 제공

일주일 정도가 지난 뒤, 도도의 상태를 점검하는 날이됐습니다. 도도는 또다시 마취 주사를 맞았습니다. 가장 먼저 수술 부위를 확인했습니다. 좀 부풀기는 했지만 치유되고 있었습니다. 이어 자궁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강현구 교수님은 혹시나 떼어낸 자궁 부위에 염증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했습니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강현구 교수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국내 최초로 대형 고양잇과의 복강수술이 성공한 순간이었습니다. 마취에서 풀린 도도는 완전히 회복한 듯, 예전의 왕성한 식욕을 되찾은 모습이었습니다. 도도를 살리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와 준 충북대학교 수의대 교수님들, 도도의 수술 성공을 위해 수술 실패 경험을 공유해 준 서울과 대전의 동물원 수의사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 2020년 6월 28일, 건강하게 지내자, 도도야

 

상처 회복 후 자루를 낚아채며 노는 도도. 청주동물원 제공
상처 회복 후 자루를 낚아채며 노는 도도. 청주동물원 제공

큰 수술을 한지 어느 덧 6개월이 경과되었습니다. 도도는 예전처럼 숫사자 먹보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일상을 관찰해 보면, 도도와 먹보는 늘상 하나의 침상에 같이 누워서 잡니다. 사자가 머무는 방에는 침상이 두 개나 있는데도 말입니다. 침상 하나는 한 마리가 누우면 딱 맞을 정도로 매우 좁다 보니, 먹보는 어쩔 수 없이 도도의 몸에 다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모습이 꼭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도도와 먹보가 동물원 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사육사가 장난감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어느 커피 전문점에서 보내준 커피콩 자루에 건초를 넣고, 높이 매달아 주는 겁니다. 그럼 도도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발톱으로 자루를 낚아채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덧 상처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도도가 앞으로도 먹보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길 바라봅니다.

 

함께한 의료진들. 청주동물원 제공
함께한 의료진들. 청주동물원 제공

※필자소개 

김정호. 충북대에서 멸종위기종 삵의 마취와 보전에 관한 주제로 수의학박사를 받았다. 청주동물원과는 학생실습생으로 인연이 되어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5호(8월 1일 발행), [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사자 '도도'가 식욕을 잃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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