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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투하 75년...국내에서도 피해자 가족·가계연구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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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투하 75년...국내에서도 피해자 가족·가계연구 시작된다

2020.08.07 06:00
일본 이어 두번째로 피해자 많아...대부분 민간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의 오늘날의 모습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는 75년 전 먼 과거의 일이지만, 이 사태를 겪은 생존자와 그 자손에게는 여전히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이들이 참여한 의학과 과학 연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의 오늘날의 모습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는 75년 전 먼 과거의 일이지만, 이 사태를 겪은 생존자와 그 자손에게는 여전히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이들이 참여한 의학과 과학 연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이달 6일은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떨어뜨린 지 75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사흘 뒤인 9일 나가사키에 각각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 그 결과 일제는 결국 연합군에 손을 들었고 한국은 해방의 기쁨을 맞았지만 한편에서는 막대한 피해가 난 인류 최대의 비극적 사건이라는 평가도 있다. 두 도시에서만 최대 22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원폭 투하의 직간접 영향으로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희생자 대부분은 재일조선인을 포함한 민간인이었다.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일찍부터 원폭 피해자들의 수명과 건강 연구를 통해 핵무기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의 삶을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 원폭 피해자의 수명과 건강을 추적하는 국제적 공동 연구인 '수명조사(LSS)'가 올해로 70년째를 맞았다. 

 

●인류에 방사선 위험 경고한 피폭자 장기 추적연구

 

일본의 원폭 피해자 장기 건강연구는 미국이 처음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6년 ‘원폭희생자위원회(ABCC)’를 긴급하게 구성하면서다. ABCC는 1950년 일본 원폭 투하 직후 보고된 피폭자 9만400명과 피폭 피해를 입지 않은 일반인 2만7000명 등 총 12만 명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수명조사(LSS)’가 시작됐다. 원자폭탄 폭발 당시 방사선 피폭이 장기적으로 수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장기적으로 살펴보는 내용이다. 이 연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미국과 일본이 1975년 공동 설립한 ‘방사선영향연구소(RERF)’가 이어받아 현재까지 7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장기 추적 연구는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쏟아낸 연구성과들이 많다. 지금도 원자력발전시설이나 관련 시설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방사선 분야 지식의 대부분이 이 거대한 장기 코호트(통계적으로 동일한 생활 양식을 공유하는 집단) 연구에서 나왔다.

 

ABCC는 복잡한 피폭의 건강 영향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피해자 2만800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피폭 당시 원자폭탄 폭발 위치에서 거리와 자세, 지상 또는 지하 거주 여부, 나이, 성별 등을 자세히 담고 있어 이후 방사선 피폭량 측정과 이후 건강 상태와 관련성을 추적하는데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 가운데 나이는 어릴수록, 여성일수록 더 건강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피폭된 부모에게서 태어난 2세에게 기형, 사산, 저체중 등의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1948~1952년 피해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 6만 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953년 공개됐다. 당시 일본에는 원폭 피해자 특히 여성이 결혼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런 의혹을 일부 잠재울 수 있는 근거였다.

 

방사선영향연구소의 수명조사 홈페이지다. 약 12만 명의 원폭 생존자가 참여한 연구로 70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방사선 건강 영향 지식이 이 장기 코호트 연구에서 밝혀졌다. 방사선영향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방사선영향연구소의 수명조사 홈페이지다. 약 12만 명의 원폭 생존자가 참여한 연구로 70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방사선 건강 영향 지식이 이 장기 코호트 연구에서 밝혀졌다. 방사선영향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피해자의 자녀 7만7000명이 참여하는 2세 연구도 진행형이다. 연구팀은 부모의 피폭이 2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공식 결과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원폭 피해자 2세를 의료지원 대상에 넣지 않은 근거로 2세에 대한 피폭의 유전성이 없다는 결론을 활용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좀더 많은 사례를 장기적으로 연구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보건복지부와 원폭 피해자 가족·가계 기반 코호트 연구를 시작한 박보영 한양대 의대 교수는 “일본의 연구로 원폭 자체의 건강영향은 이미 밝혀졌고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도 1세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2세대 유전성이 없다는 결과는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피폭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역학 전문가인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일본에서도 많은 예산이 드는 이 연구다 보니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그나마 2012년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원전 사태로 다시 관심을 받은 덕분에 현재 연구를 확장해 이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LSS는 연구를 종료해야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수명조사에 참여하는 피해자의 70%는 질환과 고령으로 이미 숨졌고 나머지 참여자 대부분도 이미 80세 이상의 고령자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대안으로 피폭자 3만명에게서 확보한 혈액 시료를 활용한 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전체(게놈) 해독과 분석을 통해 방사선 피폭이 DNA에 남긴 직접적인 영향인 변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폭 피해자 두번째로 많은 한국도 75년만에 본격 연구 시작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원폭의 피해자가 많다. 2019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시 한국인은 약 7만 명이 피폭했고 4만 명이 숨졌다. 피해자 가운데 2만3000명이 귀국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2018년 8월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생존 피폭자 수는 2283명에 불과하다. 1세대의 90%는 사망한 상태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선인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 추적연구가 없었다. 수명조사 대상인 12만명 가운데 재일조선인 피해자가 포함됐는지는 정확히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를 추적 조사하는 연구자도 사실상 없었다.  

 

지난해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원폭 돔 앞에서 한일 성신학생통신사에 참여한 한일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지난해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원폭 돔 앞에서 한일 성신학생통신사에 참여한 한일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과 실태 파악도 법적 근거가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2004년 원폭 피해자 1~2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가 거의 유일한 사례다. 당시 인의협은 1세대를 직접 조사(223명) 또는 우편조사(1256명)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우편조사 과정에서 2세대 자녀 4080명의 건강 정보도 추가로 조사했다. 1세대는 우울증, 백혈병과 골수종, 빈혈, 조현병, 갑상선 질환 등의 질병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았다. 2세는 빈혈, 심근경색, 우울증, 천식, 유방양성종양을 앓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5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피해자 실태조사와 의료적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8년 말부터 원자폭탄 피해자 현황 및 건강 생활 실태조사를 벌였고 지난해 4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원폭 피해자 1세대의 23%는 장애를 가졌고 피해자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가 36%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연구인 수명조사 결과와 다르게 장애를 겪는 2세대도 8.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차별을 느꼈고  피폭 영향이 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것 같아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독신인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 조사 역시 장기 추적 조사가 아닌 일회성 인터뷰에 바탕을 두고 심층면접자가 1세대 12인, 2세대 9인 등으로 매우 적어 미국과 일본이 진행한 장기 추적조사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파악하고 최근 원폭 피해자에 대한 코호트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박보영 교수와 남진우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진행하는 이번 연구는 피폭 1~3세대 최대 27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되며 세대간 유전성에 초점을 맞춘다. 설문조사와 건강검진, 가계도 작성 연구를 하며 1세대와 2세대가 모두 있는 피해자 가족 일부에 대해서는 게놈 분석도 이뤄진다. 

 

어려움도 있다. 박 교수는 "오랜 세월 고통 받으신 1세대 피해자 분들이 5년이라는 긴 기간 연구에 참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데다, 많은 1세대 분들이 돌아가시고 있어 참여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생존 피해자를 기준으로 그 부모와 형제 및 자매의 건강정보를 추적하는 후향적 코호트를 구축해 일본의 개인 기반 코호트와 다른 가족, 가계 기반 코호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허창호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행정사무관은 “피해자 및 후속세대가 지닌 질병과 원폭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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