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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코로나19 '도쿄 변종'출현? 日연구소 "지역명 붙은 유형 출현 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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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코로나19 '도쿄 변종'출현? 日연구소 "지역명 붙은 유형 출현 근거 없다"

2020.08.10 13:49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5일 발표한 일본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계통도다. 7월 중순까지 수집된 3700여 개의 게놈을 해독해 변이 수와 유형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그렸다. 중국 우산에서 발발한 유형(파란색)과 유럽형(노란색)이 차례로 유행한 가운데,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6월 중순부터 새로운 변이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빨간색). 다만 중간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아 조용한 전파가 3개월간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 제공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5일 발표한 일본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계통도다. 7월 중순까지 수집된 3700여 개의 게놈을 해독해 변이 수와 유형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그렸다. 중국 우산에서 발발한 유형(파란색)과 유럽형(노란색)이 차례로 유행한 가운데,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6월 중순부터 새로운 변이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빨간색). 다만 중간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아 조용한 전파가 3개월간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하루 신규 환자수가 1500명을 넘어선 일본에서 최근 새로운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국내 뉴스가 9~10일 통신사와 일부 신문을 통해 발표됐다. 일본 전역에서 환자가 급증한 게 이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해설과 함께였다. 일부 언론은 “도쿄 변종”이라는 명칭과 “일본이 당했다”는 표현까지 쓰며 위협적인 새 바이러스의 등장을 묘사했다. 이 기사는 다시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어판 기사로 게재됐다.


하지만 이 뉴스는 심하게 과장된 뉴스다. 조사를 수행한 일본국립감염증연구소는 여러 개의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가 도쿄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변이는 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누적되는데다 변이 증가 속도도 특별히 빠르지 않고, 이 가운데 병원성에 변화가 있는지는 연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이를 이용해 이 바이러스를 특정 지명(도쿄)을 딴 특이한 유형이나 변종으로 분류할 근거가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방역 허점' 가능성 제시한 게놈역학 조사 결과...한국에서는 '변종 출현' 기사로 둔갑

 

이 뉴스의 ‘출처’는 5일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발표한 일본 내 환자 검체 게놈 해독 결과 자료다. 연구소는 7월 16일까지 확보한 일본 내 환자 3618명과 다이아몬드프린세스 호 탑승객 70명, 일본 공항 검역소 확진 환자 67명 등 3700여 명의 게놈을 해독해 바이러스의 지역 전파 상황을 밝히고 이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 아카이브'에 이달 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에는 3월 말 당시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유행하던 '유럽 계통' 바이러스가 들어와 4월 초 지역에 퍼졌다. 세계의 바이러스 게놈 정보를 수집, 연구하고 있는 비영리기구인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의 분류에 따르면 'G' 또는 'GR', 'GH'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바이러스 감염에 핵심 역할을 하는 표면 단백질 '스파이크'의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트산(D)에서 글리신(G)로 변한 유형이다.

 

이 바이러스는 다시 1,2개의 변이를 거친 채 일본 전역에 퍼지다가 현장의 방역 노력으로 5월 말 진정됐다. 하지만 6월 초부터 다시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해 도쿄를 중심으로 널리 유행하기 시작됐으며, 7월 초부터 지역에서도 환자가 증가했다. 


특히 연구소는 6월 말 이후 변이가 더 진행된 특정 게놈이 발견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이는 3월 중순에 일본에 유행한 유럽 계통보다 변이가 6개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이 부각해서 새로운 변종이 출현했다고 말한 근거가 이 부분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이 변이 자체에는 아무런 임상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1개월에 변이가 2개씩 생긴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6개의 변이는 3개월이라는 시간차와 부합한다”며 6개의 변이가 발생한 데에 특이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1년에 24.1개의 염기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어 매월 2개 꼴로 변이가 발생한다. 


연구소가 주목한 것은 변이의 수가 아니라, 3개월 만에 6개의 변이가 발생했다면 중간에 이보다 적은 수의 변이를 거친 '중간 고리'에 해당하는 바이러스가 있었을텐에 이것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방역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연구소는 “3개월간 명확한 연결고리가 되는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긴 시간 동안 환자로 드러나지 않고 보건소가 발견하기 어려운 경증 환자 등에 의해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 환자가 보고되지 않던 지난 3개월 사이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이를 보도한 일본 언론 역시 발표의 핵심인 조용한 전파 가능성을 명확히 담은 제목과 내용으로 이번 결과를 보도했다. NHK의 기사 제목은 “코로나19 감염이 수면 아래에서 이어져 6월 중순 이후 다시 표면화됐나”였다. 병원성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무증상 환자가 의식하지 않은 채 감염을 이어갔을 가능성…국립감염연구소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역시 조용한 전파에 초점을 맞췄다. 그나마 가장 변이에 초점을 맞춘 요미우리신문은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19 유전자배열, 바이러스 6월에 출현...도쿄에서 지역으로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지만, 400자 이내의 단신으로 변이의 등장이라는 결과만 전했다.

 

●변이 논란 원천 차단하려 여러 단서 강조한 일 연구소

 

게다가 연구소는 발표자료 뒷부분에 “이번 조사의 게놈 정보는 ‘감식’ 역할이 없고 역학조사의 보조 역할”이라며 “’도쿄형’ 등 특정 지역에 기인하는 형태(type)를 인정하는 근거는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를 특정 변이 유형으로 분류하는 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또 “염기 변이에 따른 병원성 변화 논의가 보이는데, 이번 조사는 단순히 게놈 정보를 확인했을 뿐 병원성 변화를 판정할 수 없다”며 “환자 임상 소견과 바이러스주의 세포생물학 및 감염실험을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이번 조사가 병원성과 관련한 암시로 보도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주기적으로 일본 내 환자의 검체를 확보해 바이러스 게놈 해독을 통해 유형과 변이를 점검해 왔다. 앞서 4월 말, 감염증연구소는 4월 16일까지 수집된 일본 내 환자 562명의 바이러스 게놈 해독 정보를 해독한 뒤, 이를 GISAID의 데이터 4511개와 비교한 뒤 일본 내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을 밝혔다. 당시 감염증연구소는 “3월 말 유럽 계통의 바이러스가 동시다발한 것으로 보이며 4월 초 수도권 출장을 통해 지역에서도 대규모 집단 감염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의 변이를 추적하는 이유는 변이의 종류와 수를 알면 바이러스가 어느 지역에서 출현해 어느 지역으로 전파됐는지 대략적인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이가 생기는 속도가 거의 일정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놈 정보로 얻은 변이로 바이러스 전파 과정을 대략 밝히는 학문 분야를 ‘게놈 역학’이라고 한다. 역학에 대한 대략적인 보조 정보를 제공하지만, 병원성에 대한 정보나 새로운 변종 출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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