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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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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2020.08.18 10:38
어린이가 홍역 예방접종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어린이가 홍역 예방접종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어느덧 전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에서도 방역당국이 대규모 재유행 초기단계로 판단할만큼 심각한 상황이 이어져 팬데믹 종식은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다행히도 백신 개발에 관한 희소식이 하나둘 전해지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편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백신이 나오더라도 자신과 자기 가족들은 접종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셋 중 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 중에는 백신이 무료라고 해도 접종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가 정치화 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 백신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연령이 높을수록, 도시보다 시골 지역에서 더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 외에도 ‘태어나서 독감 예방 접종 한 번도 안 했는데 한 번도 걸린 적 없다’ 류의 나는 언제까지나 운이 좋고 건강할 것이라는 통제감의 환상, 백신 관련 음모론을 믿는 경향, 또는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인해 백신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반 백신주의(anti-vaxxer)가 늘어나면서 미국과 유럽의 경우 홍역 예방접종률이 지역에 따라 70%까지 떨어졌고 2000년대 이후로 사라진 것으로 여겨진 홍역이 화려하게 컴백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예시: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홍역 아웃브레이크https://www.cdc.gov/mmwr/preview/mmwrhtml/mm6406a5.htm).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에서는 이제 X세대는 부모님 몰래 술마시고 놀러 집을 빠져나왔지만 Z세대(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는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집을 몰래 빠져 나온다고 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 돌아다니는 중이다. 


이렇게 이제는 기술과 지식이 없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기술과 지식을 사용하지 않아서 망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어서 학자들 사이에서는 백신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 텍사스 A&M대학의 피허 휜(Ho Phi Huynh)연구팀에 의하면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 또한 백신에 대한 태도와 관련을 보인다. 

 

지적 겸손이란 쉽게 말하면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태도이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에도 내가 항상 맞고 너는 항상 틀리다며 빡빡 우기는 것이 아니라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하되 상대방이 더 나은 근거를 제시하면 얼마든지 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말한다.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모습을 덜 보인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또한 자존심이 상할까봐 자신이 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기보다 자신이 뭘 모를 가능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연구자들은 설문을 통해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믿는 정도와 지적 겸손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평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또 자신은 항상 옳고 다른 사람들은 자기보다 멍청하다며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대평가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백신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미국 뉴스에서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의학 전문가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 모두 매우 화가 나 있었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마스크 착용을 고집하며 마스크는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 중 몇몇은 마스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보건 분야 전문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당신이 뭘 아냐고, 내가 보기에 당신의 의학 지식은 상당히 빈약하니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고 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진심으로 본인이 상대방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듯 보였다. 


원래 아는 게 없을수록 자신감은 충만한 법이다. 지적 겸손도가 낮을수록 자신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보면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지식 수준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인간은 원래 자기가 보고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골라서 보고 들으며 확증편향을 쌓아가고 자기 인식이 형편없는 존재이지만 그래도 한번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공정하고 편견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가장 차별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는 발견도 있었다. 인간인 이상 나의 지식은 완벽할 리 없으며 모르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잘못된 지식과 다양한 편향을 가지며 살아간다는 사실,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어쩌면 가장 잘 모를 때일 수 있다는 사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주장이라고 해서 틀린 주장은 아니라는 사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나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 등을 종종 되새겨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자존감 교육이라며 “나는 특별하고 멋지고 완벽하고 존중받을만한 사람”임을 강조한 시도들이 자신이 멋지고 완벽하고 특별히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대하고 연약한, 방어적인 자아들을 양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실제로 위와 같은 자존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본인이 실패할 가능성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물론 내가 정말 완벽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대접 받으면 좋겠지만 사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이며 다들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고 내가 특별해봤자 우리 엄마한테나 특별하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사랑은 원래 과분한 선물 같은 것이어서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고 따라오는 종류의 것이 아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자아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참고자료 

미국 캘리포니아 홍역 아웃브레이크: https://www.cdc.gov/mmwr/preview/mmwrhtml/mm6406a5.htm
코로나 백신 접종 의향: https://news.gallup.com/poll/317018/one-three-americans-not-covid-vaccine.aspx
Senger, A. R., & Huynh, H. P. (2020). Intellectual humility’s association with vaccine attitudes and intentions. Psychology, Health & Medicine, 1-1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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