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국제위원회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 금지해야"…난치병 연구 '빨간불' 

통합검색

국제위원회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 금지해야"…난치병 연구 '빨간불' 

2020.09.04 11:05
영국 왕립학회·미국과학아카데미...연구계 파장 클 듯
지난해 11월 허젠쿠이 교수가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디자이너베이비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유튜브 제공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 교정 기술로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디자이너베이비'를 탄생시켰다고 밝힌 허젠쿠이 교수. 유튜브 제공

과학자들이 부모의 유전질환이 자녀에게 전달되는 것을 배아 상태에서 방지할 수 있는 유전자 교정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임상연구를 당분간 금지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왕립학회와 미국과학아카데미 등이 주도한 국제위원회는 부작용이 없고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유전자 교정 배아를 임신에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국제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인간 게놈 교정에 관한 제2차 국제정상회의에서 유전자 교정 아기 출생 사실이 알려지며 설립됐다. 

 

보고서는 “배아 유전자 교정의 장애물이 없어져도 각국은 단일 유전자 변이로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이면서도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환에 대해서만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제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리처드 리프턴 록펠러대학 총장은 “과학은 아직 배아 유전자 교정 임상연구를 안전하게 할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확하다”며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임상연구가 계속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다”고 밝혔다.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은 근위축증이나 낭포성 섬유증, 중추신경계가 서서히 파괴되는 ‘테이삭스병’ 등 다양한 유전질환에 맞설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았다. 이같은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배아 상태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한 뒤 이 배아를 체외 수정으로 임신시켜 유전질환이 없는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위원회의 지적이다. 원치 않는 유전자 염기를 교정할 가능성도 있으며 새로운 유전 변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일부 유전자만 교정할 경우 다른 유전자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단일 유전자 편집이 아이의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논란은 허젠쿠이 전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가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지닌 유전자 교정 아기를 출산시키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허젠쿠이 교수에 대해 국가 지침을 위반한 연구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징역 3년과 벌금 300만위안(약 5억원)을 선고했다. 

 

허젠쿠이 교수가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아기를 출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국립의학아카데미와 국립과학아카데미, 영국왕립학회는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를 평가하기 위한 위원회를 소집한 것이다. 

 

국제위원회의 보고서는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전 광범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교정 연구가 다른 의학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자 교정된 인간 배아는 체외 수정 전에 신중하게 선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프턴 교수는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 허용 기준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발생해 안정적이지 않다면 더 이상 연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대다수 일반 질병도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으며 인체 전체에서 유전자의 여러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안전하게 유전자 교정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들이 많다는 것이다. 리프턴 교수는 “예를 들어 지구력을 높이기 위해 적혈구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뇌졸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며 “이같은 노력을 매우 회의적으로 볼 수 있는 이유가 아직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유전자 교정 연구를 모니터링하고 허용되지 않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에 대해 경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등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과학자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유전자 교정 용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제위원회의 이번 보고서 채택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영국 소재 비영리 단체인 ‘진보교육트러스트(Progress Educational Trust)’의 사라 노크로스 회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위원회가 ‘심각한’ 유전질환의 정의를 너무 좁게 다루고 있으며 유전자 교정 연구 범위를 너무 제한적으로 설정했다”고 비판했다. 

 

국제위원회의 공동 의장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유전학자인 케이 데이비스 교수는 “모든 다른 견해를 포함한 지속적인 토론이 중요하다”며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은 과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문제”라고 밝혔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6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