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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알레르기의 명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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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알레르기의 명리학

2020.09.15 15:00
_가을에 태어난 아이는 아토피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다. 10월에 태어난 6살 소년은 아기 때 아토피를 앓은 뒤 아토피 행진으로 이어져 식품알레르기가 생겼다. 미국립유태인병원 제공
가을에 태어난 아이는 아토피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다. 10월에 태어난 6살 소년은 아기 때 아토피를 앓은 뒤 아토피 행진으로 이어져 식품알레르기가 생겼다. 미국립유태인병원 제공

지난봄 신문에서 오디오북 서비스가 인기라는 기사를 읽고 한 군데 가입해 두세 달 구독한 적이 있다. 얼마 안 가 구독을 끊은 이유는 몇 권 듣고 나니 듣고 싶은 오디오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다양성이 부족해 보인다. 이때 들은 몇 권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은 건 정신과 의사 양창순 박사의 《명리심리학》이라는 책이다.

 

사실 저자의 이름만 보고 책을 골랐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는데 책 제목의 ‘명리’는 명리학(命理學), 이른바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다루는 학문을 뜻하는 것이었다. 서구사회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는 사람이 적은 게 점집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왠지 서구적인 사고를 지녔을 거라는 인상을 받은 양창순 박사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게 뜻밖이었다.

 

책에서 양 박사는 우연한 기회에 명리학 접해 개인 교습을 받으며 인간 이해에 대한 폭이 넓어졌고 임상에도 활용해 꽤 효과를 봐 이를 정리해 논문으로 발표하자 서구 정신의학자들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양 박사는 명리학을 ‘동양의 성격학’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책을 재미있게 들었지만 그럼에도 찜찜함은 남았다.

지난 2월 출간된 양창순 박사의 ‘명리심리학’. 양 박사는 서구의 심리학에 동양의 명리학을 접목해 환자 치료에 꽤 효과를 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교보문고 제공
지난 2월 출간된 양창순 박사의 ‘명리심리학’. 양 박사는 서구의 심리학에 동양의 명리학을 접목해 환자 치료에 꽤 효과를 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교보문고 제공

동양의 성격학

 

양 박사가 말했듯이 ‘동양의 성격학’이라는 측면은 수긍이 간다. 사주팔자를 성격으로 보면 사주팔자가 다른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한 게 현대 심리학을 배운 사람이 보기에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사주팔자는 51만8400가지에 이르니 상호작용의 경우의 수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필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개인의 사주팔자(四柱八字)가 출생시기(연월일시가 사주이고 각각에 간지(干支)가 배당되므로 팔자다)에 따라 정해진다는 전제다. 심리상담 같은 과정을 통해 개인의 사주팔자를 정하고(성격유형으로서) 이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명리학자들은 필자의 이런 생각을 명리학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명리학을 “한자문화권의 천재들이 고안한 인생 길흉화복의 해석방법”이라고 평가한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탯줄을 자르는 바로 그 시각에 천지의 음양오행 기운이 아이에게 순간적으로 들어온다. 사주팔자는 바로 그 탯줄을 자르는 시각에 들어온 음양오행 기운의 성분을 십간십이지로 인수분해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음양오행의 기운을 현대 천문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지구의 공전과 자전, 달의 공전이 주요 변수 아닐까. 그렇다면 출생 시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무엇일까. 필자 생각에는 사주의 연월일시 가운데 월주(月柱), 즉 지구 공전으로 인한 계절의 영향이 가장 클 것 같다. 다음이 시주(時柱·지구 자전)으로 인한 낮과 밤의 영향 아닐까. 일주(日柱·달의 공전)은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 참고로 명리학에서는 일주를 가장 중요시한다. 다만 연주(年柱)는 천문 현상으로 설명이 안 된다. 필자 지식으로 60년 주기의 천문 현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명리학자들은 필자의 이런 대응이 터무니없는 해석이라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예를 들어 월주의 십이지는 지구의 공전에 따른 1년을 12개로 나눠 배당한 건 맞지만(예를 들어 이 무렵이 생일인 사람은 월주의 간지에서 지가 유(酉)다) 그렇다고 같은 계절에 속한 지(예를 들어 가을인 신(申)과 술(戌))를 지닌 월주가 성격이 비슷한 건 아니고 심지어 같은 지라도 짝을 이루는 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양창순 박사도 그 심오함에 감탄했다는 것을 보면 명리학이 꽤 체계적인 것 같기는 한데 그 전제를 받아들이기 힘든 필자로서는 배울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런 식이면 역시 직관에 반하는 전제로 출발하는 양자역학은 어떻게 그렇게 공부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가을에 태어난 아기는 피부 특히 신경써야

 

지난주 흥미로운 뉴스를 봤다. 가을에 태어난 아기들은 다른 계절에 태어난 아기들에 비해 아토피피부염 발병 위험성이 높다는 미국립유태인병원의 연구결과다. 명리학은 성격뿐 아니라 건강과 질병도 다루므로 아토피의 명리학(월주)인 셈이다. 

 

연구를 이끈 도널드 레응 박사는 아토피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고 논문이 실린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 저널’도 부실한 학술지가 아님에도 출생 계절이 특정 질환의 발생 위험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처음 본 거라 과연 그럴까 싶었다. 아무래도 논문을 읽어봐야 할 것 같아 레응 박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논문을 보니 가을에 태어난 아기가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여럿 나와 있었다. 레응 박사팀이 이번에 본 건 태어난 계절과 아토피 행진(atopic march. 아토피가 천식과 비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어지는 현상) 및 아토피의 주요 원인이라고 여겨지는 피부상재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의 수치의 관계다. 예상대로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이 아토피 행진을 겪을 위험성이 높았고(다른 계절에 비해 최대 1.5배) 황색포도상구균 수치도 높았다.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알레르기 천식 임상면역학’에 실린 일본 연구팀의 결과는 더 극단적이다. 평균 6개월의 추적 조사 결과 가을에 태어난 아기는 여름에 태어난 아기에 비해 아토피에 걸릴 위험성이 무려 2.7배나 더 높았다. 겨울과 봄도 각각 1.4배 더 높았다. 그렇다면 왜 가을에 태어난 아기들은 아토피체 취약할까.

 

논문에 따르면 아직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계절적 요인이 면역과 관련된 유전자의 DNA메틸화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설명이다. 온도나 습도의 변화가 피부 상태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가을은 기온과 습도가 빠르게 떨어지는 변화의 시기로 피부가 받는 물리화학적인 스트레스와 면역계의 교란 등의 요인으로 아토피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고 이게 아토피 행진으로 이어지면 평생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꽤 그럴듯한 가정이다.

 

봄에 태어난 사람은 심혈관계질환 조심

 

봄에 태어난 사람은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고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성은 낮은 반면 가을에 태어난 사람은 그 반대다. 심혈관계질환 10종(왼쪽)과 호흡기질환 9종(오른쪽)에 대한 월별 위험성을 나타낸 그래프다. 위험도가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달은 위쪽 빗금 막대로, 낮은 달은 검은색 막대로 표시했다. 미국의학정보협회지 제공
봄에 태어난 사람은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고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성은 낮은 반면 가을에 태어난 사람은 그 반대다. 심혈관계질환 10종(왼쪽)과 호흡기질환 9종(오른쪽)에 대한 월별 위험성을 나타낸 그래프다. 위험도가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달은 위쪽 빗금 막대로, 낮은 달은 검은색 막대로 표시했다. 미국의학정보협회지 제공

문득 태어난 계절이 다른 질병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그런 내용을 다룬 논문들이 꽤 있었고 그 가운데 2015년 학술지 ‘미국의학정보협회지’에 실린 논문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니콜라스 태토네티 교수팀의 연구결과로 1900년에서 2000년 사이 컬럼비아대병원을 찾은 환자 175만 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1688개 질환에 대한 태어난 달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55개 질병에서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 가운데 심혈관계질환과 호흡기질환이 특히 흥미로웠다. 계절에 영향을 받은 심혈관계질환은 10종에 달했는데 모두 봄에 태어나는 게 위험요인이었다. 반면 호흡기질환 9종은 가을에 태어나는 게 불리했다.

 

봄에 태어난 게 심혈관계질환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임신 기간인 겨울을 보낼 때 산모가 비타민D가 부족하고 부갑상샘호르몬 수치가 높은 게 태아의 심혈관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해석이 유력하다고 한다. 

 

태어난 달이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01년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봄에 태어난 사람은 가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수명이 반년 정도 짧다. 출생 월별 기대수명 그래프를 보면 북반구인 덴마크와 오스트리아는 3~6월이 평균보다 짧은 반면 남반구인 호주는 11, 12월이 짧다.

 

2015년 논문에서 저자들은 봄에 태어난 사람이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게 수명이 짧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혈관계질환은 암과 함께 사망원인 1, 2위를 다투므로 수긍이 간다.

 

가을에 태어난 사람들이 위험성이 높다는 호흡기질환 9종 가운데 급성상기도감염도 포함돼 있다(10월생이 피크). 이 무렵에 생일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 예방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태어난 달은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봄에 태어난 사람은 평균보다 수명이 몇 달 짧고 가을에 태어난 사람은 몇 달 길다. 그래프를 보면 북반구인 덴마크(녹색 선)와 오스트리아(파란 선)는 물론 남반구인 호주(빨간 선)도 이런 패턴을 보인다.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태어난 달은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봄에 태어난 사람은 평균보다 수명이 몇 달 짧고 가을에 태어난 사람은 몇 달 길다. 그래프를 보면 북반구인 덴마크(녹색 선)와 오스트리아(파란 선)는 물론 남반구인 호주(빨간 선)도 이런 패턴을 보인다.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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