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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한 과학자들 노벨생리의학상(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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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한 과학자들 노벨생리의학상(재종합)

2020.10.05 21:10
1989년 발견 이후 치료제 개발 이끈 공로 인정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가 2020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하비 올터(85)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과 마이클 호턴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교수, 찰스 라이스(68) 미국 록펠러대학교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하비 올터(85)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 마이클 호턴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68) 미국 록펠러대 교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 제공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C형 간염 바이러스(HCV)를 발견한 바이러스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하비 올터(85)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 마이클 호턴(70)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68) 미국 록펠러대 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은 전 세계 사람들의 간경변과 간암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인 혈액 매개 간염 퇴치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3명의 과학자에게 수여한다”며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은 바이러스성 질병과의 지속적인 전쟁에서 획기적인 성과”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이들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25년여가 지나 치료제가 개발돼 이제는 한두 달만 약을 먹으면 완치된다”며 “최근 20~30년 의과학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 A형도 B형도 아닌 신종 바이러스


1960년대 수혈을 받은 사람들이 원인 모를 병으로 만성 간염에 걸리면서 이는 의학계에서 큰 문제가 됐다. 1960년대 중반 A형 간염 바이러스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1972년 NIH에서 수혈 환자를 연구하던 올터 소장은 A형도 B형도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바이러스에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니라는 뜻의 ‘NANB(non‐A, non‐B hepatiti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바이러스 역시 만성 간염을 유발했다. 


이후 호턴 교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의 혈액에서 발견된 DNA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 DNA 조각을 예측했다. 호튼 교수는 환자 혈청을 활용해 미지의 바이러스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DNA 조각을 확인했다. 그 결과 새로운 바이러스임을 규명하고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이름 붙였다. 


두 사람의 발견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가 입증됐지만, 바이러스만으로 간염이 유발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DNA에서 유전적 변이를 관찰하고 일부가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변이가 없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RNA를 침팬지의 간에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침팬지의 혈액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간염 환자에게 볼 수 있는 유사한 병리학적 변화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을 매개로 감염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만으로도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피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CDC 제공
2014년 C형 간염 바이러스(HCV) 발견 25주년을 기념해 미국간장학회(AASLD)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간장학(Hepatology)'에 실린 일러스트.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Hepatology/CDC 제공

● 지금도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중

 

올터 부소장은 193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미국 로체스터대를 다니고 1956년 예술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60년 로체스터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다. 1969년 선임연구원으로 NIH 임상센터에 입사했다. 입사한 지 51년차를 맞은 지금도 명예연구원 직함을 유지한 채 전염병 부문 책임자이자 수혈의학 연구 부소장으로 남아있다.

 

호턴 교수는 1950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정확한 출생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앨버타대에 따르면 17세 때 루이 파스퇴르의 전기를 읽고 미생물학자의 꿈을 꿨다고 한다. 1972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에서 생명과학 학사 학위를 받고 1977년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를 거쳐 노바티스를 개발한 미국 생명공학기업 카이론에 입사한 후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하는 연구 도중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호턴 교수는 생명과학자에게 주는 게이드너상을 처음 거절한 연구자이기도 하다. 2013년 게이드너상은 올터 부소장과 호턴 교수, 호턴 교수와 함께 C형 간염을 연구한 대니얼 브래들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원에게 돌아갔다. 반면 호튼 교수는 카이론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함께 발견한 쿠이림 추 박사와 조지 쿠오 박사와 함께 상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절했다. 이는 게이드너상이 제정된 지 54년 만의 첫 수상 거부였다.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는 1952년 미국 새크라맨토에서 태어났다. 1974년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에서 동물학 학사 학위를 받고 1981년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워싱턴대 의대 조교수로 연구를 시작한 후 2001년부터 록펠러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현재도 국제학술지 ‘플로스 병원체’의 편집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바이러스학자인 이들은 바이러스성 감염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에도 맞서 싸우고 있다. 휴턴 교수는 C형 간염 백신 개발에 활용하던 서브유닛 백신을 코로나19에 적용하기 위해 캐나다 보건연구소에서 75만 달러를 받아 연구 중이다. 라이스 교수도 올해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코로나19를 비롯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림프구 항원을 발견한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노벨위원회 제공
노벨상 수상자들의 발견으로 수혈에 의한 간염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혈액 검사가 가능해졌고, 간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가능해졌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 제공

● '래스커상=예비 노벨상' 또 한번 입증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4년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 25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자료에서 “C형 간염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혈액 매개 감염이며, 390만 명이 고통받고 있다”며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백신 개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 전문가인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수상자들은 만성 간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공헌했다”며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수상자들의 발견 이후 20~30년 만에 완치 치료제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감염병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연구”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을 통해 감염을 막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들의 노벨상 수상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올터 교수와 호턴 교수는 2000년, 라이스 교수는 2016년 래스커상 수상자인데, 2019년까지 래스커상 수상자 가운데 88명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할 만큼 래스커상은 ‘예비 노벨상’으로 불려왔다. 올해 3명이 추가돼 래스커상 수상자 가운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91명이 됐다.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1000만 크로나(약 13억380만 원)의 상금을 비롯해 메달과 증서를 수여한다. 매년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회와 함께 열리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인해 취소됐다. 대신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을 TV로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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