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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암호 교정하는 도구 만든 여성화학자 2명 올해 노벨화학상(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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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암호 교정하는 도구 만든 여성화학자 2명 올해 노벨화학상(재종합)

2020.10.07 21:20
올해 노벨 화학상은 여성 학자 두명에게 돌아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 제공
올해 노벨 화학상은 여성 학자 두명에게 돌아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 제공

올해 노벨화학상은 생명의 신비를 담은 DNA를 마음대로 잘랐다가 붙이는 유전자 교정 도구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2명의 여성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52)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56)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두 교수는 노벨상 역사상 6번째와 7번째 여성 화학상 수상자 됐다.

 

위원회는 "두 사람은 유전자 교정 기술의 가장 날카로운 도구 중 하나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발굴했다"며 "이들 덕분에 과학자들이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를 매우 정교하게 바꿀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위원회 측은 "생명과학에 혁명적 영향을 미쳤고 새로운 암 치료법에 기여하고 있으며 유전질환 치료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샤르팡티에 교수는 1968년 프랑스 쥐비시쉬르오르주에서 태어났다. 1992년 프랑스 피에르마리퀴리대에서 생화학과 유전학 학사 학위를 받고 1995년 파스퇴르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미국 록펠러대, 뉴욕대, 세인트주드 어린이병원, 뉴욕 스커발연구소,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스웨덴 우메아대 등을 거친 후 2015년부터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로 일했다.

 

다우드나 교수는 1964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태어났다. 이후 7살 때 하와이로 옮겨 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다우드나 교수가 13세일 때 아버지가 그에게 DNA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이 쓴 ‘이중 나선’을 선물했다고 한다. 1985년 미국 포모나칼리지를 졸업한 후 1989년 하버드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예일대 교수로 부임한 후 2002년 남편인 제이미 케이트 화학과 교수가 있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로 옮겼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 DNA만 골라 잘라내는 분자 기계다.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는 2011년 처음 유전자 가위 개념을 개발했다.  유전자 가위란 마치 책 속 문장을 지웠다가 새로 쓰는 것처럼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골라 잘라내는 신개념 기술이다. 이후 RNA의 대가인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염기를 잘라내는 데 활용하는 효소의 종류에 따라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와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나뉜다.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1세대 및 2세대 유전자 가위와 달리 유도물질인 RNA가 절단효소인 ‘캐스9(Cas9)과 붙어 DNA로 이끈다는 점이 다르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RNA만 교체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유전자 가위를 만들 수 있어 편리하다. 

 

두 사람은 절단효소로 Cas9을 쓰는 ‘크리스퍼-캐스9’을 개발했다. 두 사람이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사람과 동·식물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가 있는 DNA를 잘라내는 효소다. 교정을 하려는 DNA를 찾아내는 길잡이 RNA와 DNA를 잘라내는 Cas9 단백질로 이뤄졌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기존 기술에 비해 간편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2014년부터 생명공학계의 혁명으로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염기 하나를 바꾸는 방식으로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근육이 많은 비글, 돼지 게놈에서 성장호르몬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억제해 고양이보다 작은 미니 돼지를 만들었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을 대체할 병충해에 강한 쌀과 무르지 않은 토마토가 개발되기도 했다.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화학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한 응용성에 무게를 둬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한 듯하다"며 "유전자 가위는 지금까지 아무나 이용할 수 없었는데 이 기술을 통해 간단한 편집을 광범위하게 활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노벨화학상 후보로 언급될 때마다 어김없이 거론된 과학자로  펑장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한국의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이 있다. 펑 교수는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교수가 크리스퍼 가위 기술을 처음 고안하며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이후 미국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재직 시절 미생물이 아닌 동물과 식물 등을 포함하는 모든 생물군인 진핵생물에 적용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김진수 수석연구위원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유전자 가위 벤처 툴젠 창업을 주도해 전세계에서 벌어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 경쟁에도 본격 합류하기도 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2017년 8월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에서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김진수 IBS 수석연구위원은 "유전자 가위 작동원리를 최초로 규명한 분들로 치료제를 개발하든지 장기 이식용 기술을 개발한다든지 획기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원리를 규명한 사람들은 인정받아야 하고 그걸 활용해서 새로운 산업이 생길 수 있다"며 "이제 시작이고 아직 크리스퍼 Cas9 치료제가 아직 안나온 만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샤르팡티에 교수와 다우드나 교수는 여성만이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첫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185명 중 7명이 여성이다. 1911년 마리 퀴리와 1964년 도로시 호지킨만이 단독 수상했다.

 

올해 노벨상 발표는 5일 생리의학상 발표와 6일 물리학상 발표, 7일 화학상 발표로 과학 분야 발표가 끝났다. 이어 12일까지 문학·평화·경제 분야에 걸쳐 차례로 발표된다. 노벨재단위원회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1000만 크로나(약 13억 380만 원)의 상금을 비롯해 메달과 증서를 수여한다. 상금은 두 수상자가 각각 500만 크로나씩 나눠 갖는다.

 

매년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회와 함께 열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인해 취소됐다. 대신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을 TV로 중계한다.

 

노벨화학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의 수상은 불발됐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는 “예상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노벨화학상은 순수화학과 생화학, 재료 소재 화학 세개 분야에 돌아가면서 준다”며 “아쉽게도 작년에 재료소재 화학분야에 상이 돌아갔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논문 인용 지수가 최상위에 달해 노벨상 수상에 근접해 있는 연구자들이 한국에 저를 포함해 4명이 있다는 것은 한국 과학기술의 수준이 그만큼 높이 올라갔다는 것”이라며 “젊은 교수들을 조기에 발견해 이들에게 꾸준하게 정부의 지원을 해주면 저보다 훨씬 뛰어난 후배 과학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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