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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크리스퍼 혁명'은 지금도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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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크리스퍼 혁명'은 지금도 진행중

2020.10.08 16:28
노벨상 수상 직후 인터뷰 중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AFP/연합뉴스 제공
노벨상 수상 직후 인터뷰 중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AFP/연합뉴스 제공

올해 노벨화학상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를 개척한 과학자 2명에게 수여됐다.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라크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크리스퍼: 세균의 면역 시스템에서 유전자교정 도구로

 

크리스퍼는 세균이 가지고 있는 후천적 면역시스템으로 연구되던 주제다. 세균은 사람의 세포보다도 훨씬 작다. 당연히 내부에 기억세포를 지니고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생명과학계는 오랫동안 세균은 자신을 공격한 바이러스를 기억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균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으면 그 사실을 기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사람의 면역 반응과는 다른 면역 반응이 세균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자신을 공격한 바이러스와 세균을 기억하는 기억면역세포가 존재한다. 백신을 접종해도 이런 기억면역세포가 생긴다. 나중에 같은 항원(병원체를 식별할 수 있는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기억면역세포가 활동하며 이런 병원체를 제거할 수 있다.

 

세균은 다른 방법의 면역 시스템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으면 세균은 자신의 유전정보에 자신을 공격한 바이러스 염기서열 정보를 일부 저장함으로써 그 바이러스를 기억한다. 이렇게 외부 바이러스 등의 정보를 저장한 부분이 크리스퍼(CRISPR)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는 세균의 유전체 안에 존재하므로 세균이 증식을 해도 증식된 세균에 그대로 복제돼 기억된다. 이렇게 크리스퍼를 가지고 있는 세균은 크리스퍼 RNA를 발현하고 캐스나인(Cas9)이라는 단백질도 발현한다. 이 세균을 다시 바이러스가 공격하면, 세균의 크리스퍼RNA와 캐스9 단백질은 그 바이러스가 해로운 바이러스라고 인식해서 바이러스 DNA를 잘라 버린다. 이것이 세균이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제거하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캐스9과 크리스퍼RNA를 이용하여 DNA를 우리가 원하는대로 자르는 아이디어나 기술은 늦게 발견됐다. 2011년 당시엔 무명이었던 샤르팡티에 교수는 캐스9과 크리스퍼RNA 이외에 트레이서RNA(tracrRNA)라는 보조R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샤르팡티에 교수는 당시 이미 유명했던 구조생물학자인 다우드나 교수를 만나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크리스퍼RNA와 트레이서RNA를 결합시켜 단일가이드RNA를 만들었고, 이를 캐스9과 결합시켜 원하는 DNA를 자르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아직 살아 있는 생명체의 DNA를 바꾸지는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논문은 투고 2주 만인 2012년 6월 28일 사이언스에 온라인으로 발표됐고(정식 발표는 8월), 이 논문(아래 그림)은 크리스퍼를 이용해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2015년 브레이크스루상을 받을 당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왼쪽)과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의 모습이다. 두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상을 비롯한 각종 상들을 휩쓸어 왔다. 브레이크스루재단 제공
2015년 브레이크스루상을 받을 당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왼쪽)과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의 모습이다. 두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상을 비롯한 각종 상들을 휩쓸어 왔다. 브레이크스루재단 제공

사실 두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필자가 2016년에 샤벤티어 교수를 만나서 이야기 나누었을 때, 샤펜티어 교수는 만약 노벨상을 받으면 생리의학상이 더 좋겠다고 슬쩍 농담을 할 정도였다. 받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분야가 무엇인지가 관심사였을 정도다. 두 교수는 2015년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을 공동으로 받으면서, 이 후 학계에서는 두 사람 이외에 누가 추가로 노벨상을 공동수여하느냐가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다. 노벨상은 최대 3명까지 수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가 선정 결과에서 제외된 점은 아쉽다. 다우드나와 샤르펭티에 교수의 연구와 비슷한 연구 결과를 식스니스 교수는 오히려 더 먼저 얻었다. 식스니스 교수는 2012년 4월에 얻어 저널에 제출했지만 초기에 거절당하고, 결국 이 연구결과는 2012년 9월에 발표됐다. 다우드나와 샤르펭티에 교수팀이 6월에 저널에 제출한 뒤, 20일만에 발표된 것을 고려하면, 식스니스 교수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응용 시대를 열다

 

이 연구 이후, 어떻게 하면 이 기술을 사람과 같은 진핵세포에서 구현할지 논의가 활발히 하는 것이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선임연구위원,  조지 처치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펑장 미국 하버드대 교수, 키스 정 하버드대 교수, 버클리의 다우드나 교수는 거의 비슷한 시기(2013년 1~2월)에 크리스퍼를 사람세포에 적용해 사람세포의 DNA를 바꾸는 데 성공한 연구결과들을 발표했다. 이 연구들은 크리스퍼 유전자교정 연구의 붐을 일으켰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전문가 중 한 명인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빌니우스대 제공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전문가 중 한 명인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빌니우스대 제공

이 두 사람을 포함해 유전자가위 연구에 기여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유전자가위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가위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치료가 불가능하던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생기고, 더 우수한 품종의 농축수산물을 제공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비록 노벨상을 받았지만, 유전자가위 연구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많이 남은 분야다. 전세계 국가들이 매우 경쟁적으로 많은 연구비와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아마도 향후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노벨상이 결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6년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왼쪽 5번째)가 동료 교수 및 필자(왼쪽에서 6번째)와 사진을 찍었다. 김형범 교수 제공
2016년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왼쪽 5번째)가 동료 교수 및 필자(왼쪽에서 6번째)와 사진을 찍었다. 김형범 교수 제공


●빠르게 진보하는 유전자교정 기술

 

사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우리가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생명과학에서는 꿈의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나오기 전에도 과학자들은 유전자가위를 사용해서 유전자교정을 해 왔다. 2002년 다나 캐롤미국 유타대 교수는 징크핑거 뉴클리에이스라는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초파리의 염기서열을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1세대 유전자가위다. 그 이후 탈렌이라는 유전자가위도 나왔다. 하지만 크리스퍼가 나오고 나서 크리스퍼가 널리 쓰이고 있다. 크리스퍼가 이렇게 많이 쓰이는 이유는 만들기 너무 쉽기 때문이다. 뭐든 쉬워야 범용화될 수 있다.

 

유전자가위는 다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최근 데이비드 류 하버드대 교수는 DNA의 두 나선 중 한쪽 나선만 잘라 염기를 바꾸는 염기교정유전자가위와 프라임에디터 등 새로운 차원의 획기적인 유전자가위를 개발해 내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가위들은 크리스퍼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염기교정을 할 수 있게 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윤리적으로 사용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술은 사람을 위해 개발되는 것이다. 


모든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자동차와 같은 유용한 문명의 작품도 잘 못 쓰이면 교통사고라는 문제를 낳는다. 요즘은 기술이 더 진보하여, 교통사고를 줄이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유전자가위도 최근 표적이탈효과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한국유전자교정학회장)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한국유전자교정학회장)
 

※필자소개

김형범. 연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는 연세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터프츠대학, 에모리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내며, 기초의학 연구에 매진해 왔다. 2019년 한국유전자교정학회장에 취임, 유전자 교정 분야의 국내외 학술 교류에 이바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의 효과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 2020년 올해 마크로젠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젊은 과학자상, 아산의학상, 화이자의학상, 이달의 과학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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